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연초만 되면 전년도 국내 제약사 매출 1위를 누가 했는지에 대한 기사가 줄을 잇는다. 아직 2016년 통계가 공식발표되지 않았지만 유한양행의 매출 1위 탈환이 유력해 보인다. 유한양행의 2016년 매출은 1조3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에게 매출 1위 탈환의 감회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다. "매출 1위? 쓴웃음만 난다."

이 대표는 이미 국내 제약사 환경이 매출 규모 순위를 매겨 선도 제약사라 부를만한 시대가 아니라고 본다. "유한양행은 좋은 회사다. 하지만 매출 1위를 했다고 국내 제약업계를 리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실을 기해야 한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내실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우선 자사의 약을 만들어 잘 판매하는 제약사의 본질에 주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장기적으로 다른 제약사의 약의 마케팅을 맡는 이른바 '도입품목'의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74%정도인 전체 매출액 대비 도입품목 비율을 60%대로 낮출 예정이다.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와 지방간 치료제 등을 개발해 유한양행 표 신약개발에도 주력한다.

신약개발이 도전이라면 일반약과 의약외품 등 관련 제품 판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안정판과 비슷하다. 한편으로 도전을 도모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도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1조 규모의 몸집을 운영하는 조직으로서는 마땅한 자세다.

"아직 국내 제약계를 이끌 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제약기업 뿐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포부를 밝힌 이정희 대표를 9일 만났다.

<일문일답>

연초이다 보니 지난해 경영성과 발표가 임박했다.

취임한 2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 증가율이 두자릿수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R&D 투자를 늘리면서 영업이익을 2년 동안 꾸준히 높였다는 점이 의미있다. 지난해 R&D에 전년대비 170억원을 더 넣었다. 일반의약품 등을 대형 품목으로 키우기 위해 광고비 지출도 140억원 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이 줄만한 요인이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증권가에서 매출규모도 1조3000억원대를 넘길 것이라고 한다. 좋은 경영지표라고 본다.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사 중 매출 1위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1위라는 말에 이제 쓴웃음이 난다. 유한양행은 좋은 회사지만 국내 제약계를 견인할만한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 안한다. 내실을 기해야 한다. 유한양행이 도입품목 판매 비중이 크다 하는데 줄일 작정이다. 도입품목 판매 비중이 74% 정도인데 60%대로 낮출 계획이다.

판매·유통이 전문인 자회사를 빼면 현재 도입품목 판매 비중은 54% 정도다. 40%대로 떨어트릴 거다. 도입픔목은 연장계약을 앞두고 거래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 그렇다보면 연장계약에 실패하기도 한다. 일정 수준으로 도입품목 판매 비중을 가져가야 안정적이다.

도입품목 비중은 양날의 칼과 같아 보인다. 당장 매출증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매출이기도 하다.

베링거인겔하임과 길리어드는 유한양행이 판매대행을 하는 최대 다국적 제약사로 한 해 두 회사 약을 한 4000억원 정도 판매했다. 지난해 역시 도입품목이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만료 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입품목은 양날의 칼과 같다. 당장 매출증대에 도움이 되지만 양쪽이 연장계약을 하지 않으면 적지않은 매출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뭐 당장 그런 위험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도입판매 비중은 줄이려 한다.

첨언하자면 제약회사들이 지금보다 좀더 동료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도입품목을 계약하려고 지나치게 경쟁하다보면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다각화 측면에서 일반약과 의약외품 등의 몸집을 품목당 최소 매출액 100억원 규모로 키우려 한다. 적어도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일반약 이나 의약외품 제품을 6개 정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일반의약품 판매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다. 원료의약품 수출액도 10% 정도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

내실을 기하자면 결국 자사의 신약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유한양행이 R&D 등에 축적된 기술이 많았던 것도 아니라서 어느정도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들을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빨리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미국 항체전문 회사와 손잡고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데 연말에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에도 기대가 크다. 당장 실적에 도움되는 제품으로는 각종 복합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몇몇 약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도입하고 연구하는데 850억원을 넣었다. 현금 보유분이 5000억원 정도다. 주인없는 회사라 과감한 투자를 망설인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

유한양행의 신약 중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주력하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임상에 들어갔다. 이제 임상에 들어갔다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늦은 것 아닌가? 특히 최근 표적치료제 중국 진출을 위해 협력계약하려했던 제약사 '뤄신'과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인해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중국 회사와 공동임상을 추진하는 등 공동개발을 위해 보조를 맞출 계획이었지만 중국 회사측이 소극적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굳이 공동개발 계약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하지 않았다. 크게 손해본 것은 없다. 식약처에 지난해 12월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몇개월 늦어졌지만 아마 올 9월쯤 임상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장 앞서있다는 아스트라제네카보다 약 1년 정도 늦어지는 셈이다. 1년 정도 늦어지지만 나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집중하지 않는 시장을 중심으로 효과대비 가격을 장점삼아 글로벌 진출을 하려 한다.

굳이 가장 먼저 선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을 곧바로 뚫기보다 '파머징 마켓' 국가의 좋은 파트너들과 임상시험을 함께 추진하면서 상업화를 하려 한다. 임상 과정에서 기술수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약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석이 된 후임 연구소장 인선에 관심이 간다.

남수연 전임 소장은 2년이 좀 안되는 시간 동안 신약 파이프라인을 9개에서 20개로 늘렸다.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본다. 후임 소장을 공모 중이다. 후임 소장은 남 전임 소장과 같이 국제감각과 연구원만 250명이 넘는 대군을 이끌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으면 한다. 또한 설립자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있는 사람이면 한다. 대주주가 없는 유한양행의 특성상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국민과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유일한 정신'이다.

중점을 두고 있는 경영가치가 있다면?

사장이 된 후 유독 우리(유한양행)의 존재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유한양행은 90년이 된 회사다. 개인 대주주가 없다. 그런데도 9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기업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이 생기면 유한양행은 다 사회사업에 쓴다.

유일한 정신을 바탕으로 유한양행이 대한민국 모든 기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도를 가겠다. 우리가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유한양행을 사랑해주는 것 알고 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유한양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착된 듯한 관료주의적인 구성원의 생각을 좀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꾸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연구소 옆에 연수원을 만들었는데 이를 계기로 직원교육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