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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과정 성추행 혐의 의사, 대법원 '무죄'

진료 과정 성추행 혐의 의사, 대법원 '무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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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정 오해 소지 있어...합리적 의심 여지 없는 증명 필요

▲ 대법원
여중생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봉직의사가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는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뤄지는 의사의 행위는 환자의 인식에 따라 추행으로 오해되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 행위가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 범위를 넘어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아래 이뤄진 추행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증명이 유죄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비록 그 전체적인 치료과정에 다소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2심에 무게를 실었다.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3년 4월 병원을 찾은 여중생 B양(당시 14세)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무릎에 주요 부위를 밀착하고, 변비 증상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팬티 안쪽으로 손을 넣어 누른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런 행위가 통상의 진료 목적을 위한 범위를 넘어선 추행에 해당한다며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성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벌금 10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을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환자의 신체를 다루는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뤄진 의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환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서 성추행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그것이 치료와 관계 없거나 치료 범위 이상으로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기 위해 이뤄진 추행행위로 평가할 때에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진료실 문 앞에 환자 대기석과 접수대가 있고, 진료실은 135cm 정도 높이에 창문이 나 있어 환자가 항의하거나 문제를 삼으면 즉시 발각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B양이 피해 당시나 직후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추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능한 많은 부위를 진찰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복부 촉진은 절대 필요한 점, 복부 촉진은 손으로 만지며 간·신장 등이 커져 있는지 보고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지는지, 만졌을 때 통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점, 방광·대장·난소 등을 진찰하기 위해서는 하복부가 촉진 대상이 된다는 점,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재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료 경험이 적은 피고인이 사춘기 시기의 피해자와의 신체 접촉을 조심하지 않고 진료행위에 충실해 오해를 샀을 가능성이 있는 점, B양이 진료를 받은 날 569명의 환자가 다녀갈 정도로 많은 인원이 오간 점 등을 들어 추행의 범죄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료실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의사와 환자 외에 제3자를 진료실에 배석시키는 샤프롱(chaperon)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샤프롱 제도는 진료실에서 여성, 미성년자, 정신지체 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가 함께 있게 함으로써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샤프롱제도는 의사와 환자의 발생할 수 있는 성추행·성범죄 등 불미스러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서 "환자가 의료인을 고발하는 경우 샤프롱제도를 통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의료인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샤프롱을 시행하기 위해선 우선 의사가 검사 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검사에 동의한 내용,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진찰을 위해 3자가 동석할 것인지 물어본 기록을 챠트에 남기시면 된다.

이 전 회장은 "샤프롱제도를 법으로 정한 나라는 없다.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 단체가 먼저 나서서 자율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의사단체나 병원 등에서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기 위해 의사윤리지침과 진찰실 가이드라인·환자권리장전 등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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