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을 불과 5개월 앞둔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환자 인권보호'라는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산이나 인력확보에 대한 전문가 의견수렴 없이 졸속 심의돼 오히려 적절한 환자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 추가된 비자발적 입원 조항은 적시치료를 어렵게 하고, 환자와 그 가족에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5월 시행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주요 변화는 강제입원 조항의 강화다. 기존에는 보호자 2명이 동의하고,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비자발적 강제입원이 가능했다.

개정안은 비자발적 입원이라도 2주간의 입원기간을 거친 후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 입원병원과 다른 소속의 정신과전문의 2명 이상의 소견이 일치해야 입원 지속을 가능하게 했다.

학회는 환자인권을 배려한 이 부분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뒷받침할 인력과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에서의 시행은 무리라는 것이다.

학회는 "개정안의 취지는 환자의 자유권 제한을 전문가 개인에게 일임하지 않고, 국가가 관여함으로써 입원 과정에서 환자 인권침해를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위한 정부의 예산확보는 전무하며, 국·공립의료기관 전문의 10∼20명의 충원만 논의되고 있다. 이런 대책만으로는 매년 17만 건에 이르는 입원 심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고 '지역별 진단의사 시행계획 수립 지침'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진단전문의를 국·공립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에서 도입하려는 계획이다.

학회는 "이는 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정신보건법 개정안 취지를 완전히 역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개정안에는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선언적 내용만 있을 뿐 실질적인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자 치료 촉진 대책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환자의 인권보장과 사회안전의 두 측면을 조화롭게 달성하려면 정신질환자 입원요건 강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자 인권보호와 적절한 치료를 동시에 실현할 법과 제도적 환경,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