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2:28 (금)
"동남아 오지에 한국 근로자 '온정' 나눠요"
"동남아 오지에 한국 근로자 '온정' 나눠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30 17:3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태식 한국근로문화예술봉사단장 "받은 사랑 돌려줘야죠"

문화예술제 수상자들 재능기부...근로복지공단 의료봉사

▲ 근로복지공단 산하 인천병원과 안산병원 내과(이소영 과장)와 소아청소년과(김수천 과장)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캄보디아 주민을 진료하고 있다.
"안남미(安南米)라고 아세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찰기가 없는 쌀이죠. 6·25 한국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여러 국가가 지원해 준 안남미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12월 초 한국근로문화예술봉사단(K-WACO) 단원들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일주일 동안 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신태식 단장(근로복지공단 재활의료이사)은 "캄보디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원조해 준 안남미 덕분에 간신히 보릿고개를 넘겼다는 얘기를 부모님께 들은 기억이 난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05년부터 중국·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 한국의 산재 적용·보상·요양·재활 등 보험제도 운용 경험과 제도 전반을 전수하기 위한 '한국 국제노동기구(ILO)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재보험이 없는 캄보디아는 사회보장기금청(NSSF)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제도를 설계하면서 오랜 경험을 쌓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 단장은 2009년 근로복지공단 기획조정본부장을 맡아 캄보디아에 한국형 산재보험제도를 전수하고, 행정 역량을 강화하는 실무를 주도했다.

"캄보디아를 처음 찾았을 때 열악한 경제 환경 속에 소외되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10년 넘게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근로문화예술봉사단'이 뇌리를 스쳤다.

'한국근로문화예술봉사단'은 매년 열리고 있는 근로자문화예술제 수상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뜻있는 일을 해 보자며 결성한 문학·예술 봉사단체. 연주와 노래에 재능이 있는 근로복지공단 임직원과 근로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와코밴드(Korea Worker′s Art and Culture Corps)'를 비롯해 문학·예술은 물론 헤어 디자이너·의료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04년부터 여주교도소·청주여자교도소·김천소년교도소·안양소년원·원주 상애원 등은 물론 병원을 돌며 희망콘서트를 열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근로복지공단 임직원과 근로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와코밴드(Korea Worker′s Art and Culture Corps)'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근로문화예술봉사단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와코밴드는 10년 넘게 국내 봉사에 이어 지난해부터 해외 봉사에 나섰다.

동남아 각국에 한국인의 정을 알리자는 신 단장의 제안에 단원들이 흔쾌히 동의했다. 심혈을 기울인 미술 작품과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이 답지했다.

"왕복 항공료와 숙박을 비롯해 지원 물품을 비롯한 봉사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단원들 모두가 자비를 털어 마련했습니다. 물론 휴가도 반납했지요."

2015년 11월 캄보디아 캄퐁참 뜨봉끄멈 초등학교와 톤레삽 호수에서 '한국근로문화예술봉사단'의 첫 해외 순회 공연이 열렸다. 아이들과 지역 주민을 위해 몇 달을 걸려 모은 학용품과 옷을 선물했다. 한 끼 식사도 나눴다.

"와코밴드가 현지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공연을 보러온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캄보디아 전통 손가락 춤을 추며 호응하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손수 기타 반주를 하며 마지막 앙코르 무대에 나선 신 단장은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2월 2일 한국근로자문화예술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캄퐁참을 다시 찾아 1년 전 약속을 지켰다.

신 단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코크 삼바티아 캄보디아 사회보장청장과 공무원들이 보여준 정직과 협조가 없었더라면 해외 봉사 활동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신태식 근로복지공단 재활의료이사
지난 1월부터 근로복지공단 산하 10개 병원의 의료사업부문 운영과 재활사업을 도맡는 재활의료이사에 임명된 신 단장이 팔을 걷고 나서자 공단 산하 병원 의료진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인천병원과 안산병원 내과(이소영 과장)·소아청소년(김수천 과장)과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10여명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 23명이 바쁜 시간을 쪼갰다. 현지 의료진과 손발을 맞춰 400여명의 건강을 살폈다.

현지 네 곳의 학교에는 노트북 10대와 스케치북·볼펜 등 학용품과 소화제·연고 등 응급의약품 세트를 비롯해 초코파이·비타민·사탕·옷·신발 등을 전달했다.

"미용봉사에 나선 헤어디자이너들은 머리를 깍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머릿니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털어놓은 신 단장은 "아이들과 주민에게 개인 위생과 손씻기 교육을 통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 ILO 협력사업'을 발판으로 삼아 2010년 국제기구인 아시아 산재보험포럼을 출범한 데 이어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몽골·라오스·태국·스리랑카·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9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산재보험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국가에서 수혜국가로 발전한 한국이 아시아 리더국가로서 빛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 단장은 "공식적인 ILO 협력사업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아시아 각국의 어려운 주민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활동은 비록 미약하지만 우리가 과거에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라 돌려줄 수 있는 보답"이라며 "내년에도 더 많이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