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줄어들면서 병원은 인력부족과 환자 안전을 해결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내과학회와 외과학회를 중심으로 공론화 됐으며, 특히 내과학회는 전공의 수련기간을 1년 단축하는 것과 관련해 의료계 중심의 시범사업을 거쳐 현재 정부 주도로 전국 31곳 병원(내과계 20개병동, 외과계 12개 병동)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 시범사업이 지난해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자 병원들은 PA(진료보조인력) 등을 조심스럽게 또 다른 대안으로 꺼내들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출발부터 '삐그덕'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입원환자들의 관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안된 제도이다.

대한내과학회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입원환자들을 케어 하면서 입원환자 관리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근무시간 단축으로 환자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입원전담전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은 참여율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31곳 병원을 대상으로 내과 및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진행됐지만, 4곳의 병원만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했고, 대부분의 시범사업 참여 병원들은 채용공고 결과 지원자가 '0명'이거나 채용공고 조차 내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내과, 외과 모두 비슷했다.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이 지난해 하반기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정부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들 자리이동이 가장 적은 9월에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동력인 수가를 낮게 책정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당연히 지원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강현재 내과학회 총무이사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직종이다보니 봉직의·전공의와의 역할도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직종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아직까지 지원율이 낮은 것 같다"고 이유를 말했다.

엄중식 내과학회 수련이사도 "최근 전공의 13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직업에 대한 안전성이 보장되면 입원전담전문의를 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정부나 학회 차원에서 홍보가 부족하다보니 지원율이 적은 것 같다"며 "전문의 자격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가 주도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자 병원계에서는 진료보조인력(PA)등을 꺼내들면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총체적 비상…3월 지원율 상승 기대

지난해 예상보다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율이 저조하자 학회, 병원들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안정적 지위보장 및 근무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의 A대학병원과 B대학병원의 경우 내과 호스피탈리스트 1명이 환자 9명을 돌보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년에 9000만원 정도의 수가(수익)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 1명 당 평균 임금이 1억 3000만원∼1억 5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병원입장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 임금을 줄 정도로 수가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정착 과제로 재원 투입을 꼽았다. 기 회장은 "우리나라는 OECD평균보다 재정지출이 낮고, 높은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재정투입과 정부지원이 필수"라며 "이러한 뒷받침이 이뤄졌을 때만이 신분 및 고용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지원율이 저조해 우려가 컸다면, 새로운 인력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오는 올 3월은 지원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유철규 내과학회 이사장은 "수도권 몇몇 병원을 제외하고는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 3월정도 대부분의 시범사업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3월이 되면 새로운 전문의가 배출되고, 군에서 전역하는 인력들이 대거 쏟아진다.

엄중식 내과학회 수련이사도 "개원가가 점점 어려워지고, 봉직의 시장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대도시 중심의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유일하다"며 "내과를 비롯해 외과분야의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율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과학회도 내과학회의 '일반내과 전문의' 수준의 '일반외과 전문의' 배출을 위해 3년의 수련기간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이 일반외과 전문의들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채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길연 외과학회 수련이사는 "개원하고 있는 외과 전문의들은 난이도가 가장 낮은 수술을 하는 비율이 80% 정도이고, 다른 진료도 하는 상황"이라며 "난이도가 낮은 수술은 수련기간 3년 동안 충분히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리하게 개원하고 자신들이 배운 것을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할거면 입원전담전문의가 돼서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진료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PA' 병원 원하고…의협·대전협 반대

처음 기대와 달리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병원들은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술실 인력부족 문제를 PA로 극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실제로 대형병원들 대부분은 현재 PA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충분히 채용되지 않으면 이를 합법화 시킬 생각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수술실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기 위해 대한병원협회에 PA 실태조사 협조를 구했지만, 병협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계가 PA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PA제도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협 집행부를 지냈던 C대학병원 한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의 PA는 의사가 하는 일의 일부를 단독으로 하는 사람 정도로 지칭하고 있는데,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동훈 대전협 회장은 "법이 명시한대로 수련병원들이 잘 지켜준다면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중에는 수련환경 개선 및 환자안전 등이 보장될 수 있는데, 당장 현실이 어렵다고 PA 등 대체인력을 합법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길연 외과학회 수련이사도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느 정도 안착되면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력공백이 해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PA도 사라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