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병원만 맴맴 돌던 전공의들이 달라졌다. 고생했던 옛 기억들은 말 그대로 '옛날얘기'가 돼 버렸다. 전공의특별법으로 사라질 문화를 전공의들에게 물었다.

일단, '전공의 신고식'과도 같은 100일 당직이다. 외출도, 외박도 허용하지 않는 이 기이한 당직 문화는 전공의특별법이 통과된 지난해 말부터 사라지고 있다. 며칠씩 밤을 새우며 5분, 10분씩 쪽잠을 자야만 했던 문화도 사라질 전망이다.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며, 연속 수련 이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A전공의는 "1년차 때 60시간을 못 잔 적도 있었다. 3일 밤을 샌 것이다.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련교육과 직접 관련 없는 업무도 줄어든다. 앞으로는 전공의에게 무작정 모든 업무를 떠넘길 수 없다. B전공의는 "영상판독을 빨리 해달라는 독촉부터 환자를 수술방에서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오는 일, 수술 예정 환자에게 전화해 일정을 확인하는 일 등 각종 잡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이란 명목으로 온갖 일을 도맡아왔다. 우리는 비서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속옷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는 교수들이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1∼2년차에게 '몰빵'됐던 근무도 서서히 평준화되며 저년차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롭던 3∼4년차의 근무가 늘고 있다. 3년차 전공의 C는 "1년차 때와 지금의 근무일수가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라며 "일이 줄어들지 않으니 힘든 건 사실이나 감수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있다.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4년차 근무를 대폭 줄여주던 관행도 사라질 예정이다. 수련병원들은 매년 1월 시행되는 전문의 시험에 대비해 빠르면 7∼8월, 늦어도 10∼11월부터는 4년차를 병원 근무에서 제외시켜왔다.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행 2∼3년차의 불만이 상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D전공의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혜택은 보지 못하는 낀 세대가 됐다"고 항의했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1∼2년차 때 시간외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병원에 헌신해온 전공의들이다. 제도 변경의 피해자들인 만큼 전문의 시험준비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대전협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같은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인턴 및 1년차 전공의로 드러났다. 밤샘근무와 격무에 시달리는 과에 대한 두려움이 소폭 줄었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신경외과·정형외과·내과 등이 특히 그렇다. 일명 '혹사당하는 과'일수록 내심 반기는 분위기"라는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