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주 80시간의 전공의 근무시간이 법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또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주 80시간에 맞게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수련교육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준비했고, 인력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한 인력공백을 대부분 교수들이나 전임의들의 몫으로 돌아가다보니 업무시간 연장에 따른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전공의특별법 시행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은 물론 전공의의 권리 보호와 환자안전, 그리고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수련 질 상승'

특별법 시행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로 꼽힌다.
수련의 질에 대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결국 전공의 정원, 수련병원 지정 취소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지도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특히 내과는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다보니 내과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여 올 1년차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교육을 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대한내과학회는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보하지 못하는 수련병원에 대해 강력한 현지실사까지 예고하고 있어 전국 어느 수련병원에서도 내과 전공의들은 학회가 제시한 수련교육 목표에 맞는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외과학회 등 다른 학회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제식 교육 이제 그만…분과별 핵심역량 교육 강화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교수들의 어깨너머로 배우던 도제식 교육이 사라지고, 수련교육 프로그램에 맞는 평준화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과학회는 평준화된 교육을 위해 9개 분과별로 핵심역량 평가항목을 새롭게 만들었다. 전공의들은 전국 125곳 내과 수련병원에서 반드시 핵심역량 평가항목을 75% 이상 이수해야 전문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엄중식 내과학회 수련이사는 "현재 125곳 수련병원 중 4개 이상 분과를 갖추지 못한 병원이 40%나 되고, 이런 병원이 제대로 수련교육을 시킬 수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 때문에 전국적으로 전공의 실력이 평균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학회는 핵심역량 평가항목대로 수련병원이 교육을 잘 시켰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고, 3년후에는 고른 실력을 갖춘 전문의가 배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잡일로 혹사당하는 일 없어지고 휴식시간 보장

전공의특별법 시행 후 전공의 수련교육과는 별개로 했던 잡다한 일들이 사라져 전공의들이 뒤치다꺼리로 인해 혹사당하는 일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공의들은 갖은 잡일을 하느라 먹는 것 제대로 못 먹고, 자는 시간도 부족했다. 이는 환자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도전문의 및 수련병원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수련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에 무작정 업무를 맡길 수 없다.

당직의 형태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들이 인턴과 레지던트에 대해 파트별 당직에서 팀별·병동별 당직제로 전환하거나 전공의의 절대적인 당직 횟수를 줄이면서 수련시간을 맞췄기 때문이다.

또 수련시간은 4주 기간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고, 연속적으로 36시간을 초과해 수련교육을 시키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밖에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수 및 전임의의 역할이 많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엄중식 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예전에는 전공의들이 수련교육 프로그램에 맞게 체계적으로 술기 등을 배우기보다는 교수들 어깨너머로 술기를 배운 도제식 교육이 중심이었는데, 앞으로는 이같은 일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희생당했다"며 "내과학회는 역량중심의 교육을 통해 모든 전공의들이 전문의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전공의 월급…본봉은 낮아지고 수당은 올라갈듯

일하는 시간이 평균 10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어들다보니 병원입장에서는 전공의 급여로 지출되는 비용에 대한 고민도 크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본봉은 법 시행이전보다 조금 낮추고 각종 수당을 올려주는 식으로 급여체계를 전환했다"며 "정상적인 근무시간 이외에 당직을 설 경우 수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련병원들은 주간 수련시간과 연속수련시간 상한, 그리고 당직 수당 산정방법 등 수련 규칙개정에 따른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준비를 마쳤다. 또 지난해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추가근무수당 지급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가 전공의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지급 수당 1억원을 전공의에게 반환하라"로 판결할 것도 수당을 올리는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은 전공의 당직수당은 물론 휴일 근무에 대한 추가 수당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수련병원 취소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수당 및 급여지급은 이전보다는 좋아질 전망이다.

전공의 권리 주장 법에 명시된대로 많아질 것

또 다른 변화는 전공의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요구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시행령에서는 수련병원 등의 장과 전공의 간 체결하는 수련계약에는 수련규칙 및 보수 외에 수련계약 기간, 수련 장소, 수련 시간(일·주·월 단위), 수련계약의 종료·해지 및 업무상 재해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했다.

수련병원 등의 장과 전공의가 수련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위반 시 20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등 위반행위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횟수별 과태료 부과기준도 정했다.

무엇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둬 법을 지키지 않는 수련병원에 대해 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부당성을 항변할 수 있는 여건이 이전보다는 좋아졌다. 이밖에 전공의들이 규정대로 휴가를 맘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B대학병원 한 외과 교수는 "예전에는 휴가도 눈치를 보면서 갔었는데, 앞으로는 정해진 규정 내에서 휴가도 맘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들도 불만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교수들도 업무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앞으로 대형병원이 적정인원을 수술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A대학병원 한 전공의는 "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업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수련교육과 관련되지 않은 업무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 법이 시행돼봤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큰 대학병원은 법을 잘 준수하겠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수련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주80시간을 지키면서 수련교육을 제대로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엄중식 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전공의 수가 많지 않은 2차 수련병원의 경우 전공의가 교육 때문에 파견나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해당 수련병원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이유로 전공의들의 업무부담이 줄지 않는다면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인력공백을 대신할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가 빠르게 안착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