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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노인정액제 개선'...피해 노인 증가

해 넘긴 '노인정액제 개선'...피해 노인 증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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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예산 부담느낀 복지부·정세 변화 등 원인
정·관계 등 전방위 노력한 의료계 '실망, 허탈'

▲ 전남의사회와 경기도의사회, 경북의사회가 지난 5월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한 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제작해 배토한 포스터.
여당이 총선 보건의료 '1호 공약'으로 선정하고 보건복지부가 약속했던 노인정액제 개선이 재정 부담을 느낀 보건복지부의 '눈치 보기'와 정치권 정세 급변 등으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수가인상분이 적용되면 외래본인부담금을 크게는 3배까지 부담해야 하는 65세 이상 노인이 증가하면서, 의료기관과 노인 환자 간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연내 노인정액제 개선 실패의 결정적 요인은 보건복지부가 의정합의를 어겼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전남·경북의사회 등은 지난해 연초부터 정관계를 전방위적으로 접촉하며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의료계의 노력은 지난 4월 13일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총선을 대비한 보건의료 공약 1호로 노인정액제 개선을 채택하는 등 성과를 냈다. 야당 역시 노인정액제 개선을 총선 공약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의료계의 총력전에 보건복지부도 화답했다. 재개된 의정협의에서 노인정액제 개선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의협은 구체적으로 복수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노인외래본인부담 상한액을 현행 1만 5000원에서 ▲2만 5000원 인상하는 안 ▲2만 5000원으로 인상하고 상한 기준액 초과분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정하는 안 ▲상한액을 없애고 정률제로 전환하되 본인부담금을 국고로 지원하는 안 ▲노인 연령별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는 안 등이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노인정액제 개선에 대해 의협과 합의하고 구체적인 개선안 검토에 돌입했다. 그러나 의협이 제시한 개선안 등에 대한 추가 소요 예산 등을 추계한 이후 보건복지부의 태도가 미온적으로 변했다.

보건복지부는 '상한액을 2만원으로 인상하고 초과분에 대해 30% 정률을 적용하는 안'으로 개선할 경우, 연간 550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산 추계를 제시하며 제도 개선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의협이 제시한 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개선안에 대해 예산 추계를 해본 결과, 매년 상당한 추가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특히,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 기준 추계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에 따른 예산 증가 부담을 토로했다.

노인정액제 개선이 해를 넘긴 데에는 정치권의 동향이 급변한 탓도 있다. 총선 공약으로 노인정액제 개선은 내세웠던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공약 이행에 대한 동력이 소실됐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도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협은 2017년 수가인상분이 적용되는 1월 1일 이후 본인부담금 증가에 따른 의료기관과 노인 환자 간 갈등이 증가하고, 본인부담금 증가에 부담을 느껴 진료를 회피라는 환자 수가 증가해 국민 건강에 위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의협이 제안한 안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등 연내 제도 개선 기대가 되살아났다.

그런데 10월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전 국민적 이슈로 부상하고, '비선 진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보건복지부의 관심이 국정농단 대응에 집중됐다. 이런 와중에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의결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다.

노인층에 대한 복지 차원의 수혜적 성격이 강한 노인정액제 개선이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각 정당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공약 대상으로 평가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 개선 시점을 대선에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 야당 보건복지위원실 관계자는 "4월 총선에 맞춰졌던 정치권의 노인정액제 개선 시한이 조기 대선 전후로 옮겨지는 느낌"이라면서 "노인정액제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활용하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생각은 모든 정당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총선 이후에는 당분간 선거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총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라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려는 동력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 정당에서 국민 수혜적 제도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의 태도와 정치권의 동향이 변하면서 연내 제도 개선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던 의료계는 실망감과 허탈감에 빠졌다.

모 지역의사회 임원은 "의정협의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노인정액제 개선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예산 추계를 하는 것을 보면서 기대했는데 해를 넘기는 것을 보니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정확한 추계는 아니지만,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을 합의했을 때부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처지와 정치권의 압박 정도를 고려해 태도를 바꾼 것에 매우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해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해 역량을 집중했던 전남의사회는 12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노인정액제 개선 지연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전남의사회는 우선 "의협과 전남의사회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진료권 확보와 노인 복지 차원에서 16년째 바뀌지 않고 있는 정률제를 개선해 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면서 "새해부터는 총 진료비가 1만 5100원이면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30%에 해당하는 4530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의정협의를 통해 노인정액제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 현안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해놓고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 문제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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