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희비가 갈렸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결과 때문이다.

이날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발의한 '심평원 비상임이사 수 하향 조정안'은 의약단체 반발로 심사가 유보됐다. 반면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이 발의한 '건보공단 건강증진사업 근거 명확화'는 거의 원안 그대로 의결됐다.

심사 유보로 조직개편이 물건너간 심평원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상임이사를 1명 증원하고, 대신 의약5단체 비상임이사 중 1명을 감축하려고 했던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앞서 복지위는 "심평원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업무량이 증가함에 따라 업무 전문성을 확충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심평원 업무이사가 총괄하는 심사업무와 평가업무를 분리하고, 심사이사와 평가이사를 신설할 것"을 전제로 2015년 5월 건보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는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회 관련 규정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이사회는 기관장을 포함해 총 15인 이내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지난해 의결대로 심평원 이사를 1명 증원한다면 이사회는 총 16명으로 구성돼, 다른 비상임이사 중 1명을 감축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5명인 의약5단체 비상임이사 중 1명을 감축하자는 내용의 건보법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심평원도 기획이사·개발이사·업무이사의 현행 3인 이사체제를 기획이사·개발이사·심사이사·평가이사의 4인체제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준비했다. 신설되는 평가이사 소속으로 5개실을(평가1실, 평가2실, 의료자원실, 포괄수가실, 분류체계실)을 편성할 계획도 세웠다. 

의약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심사 적정성평가를 위해 의약단체 비상임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각 의약단체는 개별 전문성이 다르다. 때문에 의약단체 비상임이사가 4명으로 축소될 경우 제외되는 직능의 심사와 적정성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는 건보공단 대표에서, 대한치과협회는 소비자단체 대표에서 1명을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비상임이사 1명 축소 대상을 의약단체 추천인으로 정한 것에 대한 합당한 사유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이전대로 심평원 상임이사를 3명으로 감축하라고 했다.

   
 
전문성 강화 등의 이유로 구조개편을 주장해왔던 심평원은 이번 심사 유보에 애가 타는 모양새다. 심평원 관계자는 "향후 복지부와 다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건보공단은 이번 의결로 건강증진 사업 추진에 큰 탄력을 받았다. 구체적인 시행령을 정하는 작업이 남아있긴 하나, 건강증진사업 실행의 근거를 건보법에서 확보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건강증진사업을 할 수는 있었으나 세부적인 법적 근거는 미비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에 세부내용이 없어 다른 기관들과 역할이 중복됐으며, 예산이나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의결로 법제화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보건복지부와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