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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동물 농장의 교훈
청진기 동물 농장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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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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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웅 이화의대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 주웅 이화의대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을 보면 동물들은 혁명에 성공해 인간의 손으로부터 농장을 장악한 후, 혁명의 초심을 잊지 말고 자본의 모순에 빠진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면교사(反面敎師)하자는 의미로 일곱 가지 계명을 만든다.

쫓겨난 농장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인간상에 비해, 일상으로부터 실천과 수양을 하겠다는 각오를 동물들이 혁명 직후 계명으로 만들어 공표한 것이다. 특히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은 엄격한 자기 관리와 인내를 요구하는 절제의 계율이었다.

No animal shall drink alcohol.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들 중 가장 머리 좋은 돼지들이 지배 계급으로 부상하고, 다시 권력 투쟁을 거쳐 나폴레옹이란 이름을 가진 돼지의 1인 독재체제가 구축된다. 체제가 안정되고 정적이 사라져서 일까, 암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과 측근들은 이내 동물 7계명을 조금씩 위반하기 시작한다.

쫓겨난 농장주의 침대에서 취침을 하는가 하면 직접 술을 담가 마시고 다른 농장주 인간들을 불러 카드 놀음까지 한다.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묵묵히 혁명과업을 완수하던 일부 동물들은 나폴레옹과 측근의 행태가 어쩐지 7계명에 어긋나는 것 같아 글을 읽을 줄 아는 동물과 함께 공표문을 다시 확인한다. 뒷부분이 조금 바뀐 것 같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었고 아무튼 자세히 읽어 보니 돼지 집행부가 계명을 위반한 것은 아니었다. 

No animal shall drink alcohol to excess.

그렇다면 과하지 않은, 적정 음주는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명확한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보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주량은 하루에 한잔 정도이며, 하루 알코올 섭취가 60g 이상인 경우 확실히 건강에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두 홉들이 소주의 경우 술의 양은 360ml, 도수는 20%이므로 순수 알코올의 양은 360ml×0.2 = 72ml가 되고 이를 다시 무게로 환산하면 알코올 비중은 0.8이므로 72ml×0.8g/ml = 57.6g이 된다. 즉 소주 한 병에 약 60g의 알코올이 들어 있으므로 매일 한 병씩 마시는 것은 분명히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최대 허용 음주량은 남자의 경우 일주일에 소주 한 병 반 정도 여자는 소주 한 병 정도로 보면 된다. 남자를 기준으로 매일 마신다면 하루 한두 잔, 일주일에 세 번 마신다면 회당 소주 반 병 정도이다.

친구들끼리 지나가는 인사말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언제 소주나 한 잔 하자'는 것이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 'Let's grab a beer later' 즉 '나중에 맥주나 한잔 하자'라는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 약속을 할 때는 알코올의 그람 수가 아닌 '잔' 수를 말함을 알 수 있다. 상대에게 '언제 알코올 30그람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멋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두 잔의 절주(節酒)가 건강에 도움됨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 건강 수호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협신문 모든 독자들이 연말연시 절주의 미덕을 지켜 건강을 챙기기를 기원하며 필자도 같은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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