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보상금 지원 부적절..."없애야 한다"
장기기증 보상금 지원 부적절..."없애야 한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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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선언' 이후 세계가 한국의 금전적 보상 주시
정부·학계, 개선안 찾기 분주...보상금 중단 시 기증감소 우려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에 대한 국가 보조금, 그리고 가족이나 친척에게 다양한 형태로 지급되는 위로금과 지원금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없애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급되던 각종 위로금·보조금 등이 없어질 경우 그나마 장기기증을 하던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정부와 학계가 대안찾기에 나섰다.

뇌사 장기기증자에 대한 보상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08년 세계이식학회와 세계신장학회가 장기매매 및 이식관광에 관한 '이스탄불 선언'을 통해 뇌사자 장기기증 증가 및 생체기능자 보호 노력 등을 제안하고, 또 이스탄불 선언의 이행을 관리하는 기구(DIGG 그룹)에서 2015년 11월 금전적 보상을 금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DIGG 그룹은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키면서 한국이 이식관련 국제단체로부터 압박을 받게 됐고, 뇌사 장기기증 보상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한이식학회와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는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뇌사 장기 기증자 보상 및 예우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토론회에서는 2002년부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기기증자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장제비·진료비 및 위로금 등을 합법적으로 지급했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형태 교수(계명의대 이식혈관외과)는 "현재 국내에서 뇌사 장기기증자에 대한 각종 보상금(병원과 국가 위로금, 장제보조금, 치료비 지원금 등)은 최대 920만원 정도 된다"며 "장기기증의 공평성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의 이식 수준에 걸맞는 장기이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증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시스템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형준 교수(경희의대 혈관외과)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인 '부조'의 의미로 장제비가 지원됐지만, 우리의 고유한 문화라는 이유로 현재의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보다 국제적 규정에 맞으면서 더욱 바람직한 예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대청 연구원(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도 "기증자수 증대 목적을 앞세운 국내의 인센티브들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고, 수혜자가 부담하는 '수혜자지원'은 기증자에 대한 수혜자의 직접지불에 해당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폐지하기보다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권오정 교수(한양의대 외과)는 "현재의 장제비, 위로금, 병원 위로금, 발생 전 병원 비용을 전체 '장례지원비'로 지급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수혜자가 내고 있는 장기기증에 대한 금액은 향후 보험으로 변경하고 병원비로 정산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휘원 교수(이화여대 사범대학)는 "직접적 보상으로부터 간접적 보상으로 바꾸고, 금전·재정적 이득을 사회적 보상으로 하되, 단기계획에서 시작해 장기계획으로 전환되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지급 방법을 개선하는 것과 함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식학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뇌사 장기기증률은 인구 100만명당 9명 수준으로, 스페인(36명)·미국(27명)·이탈리아 (23.1명)·영국(20.4명)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또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2만 7000여명이 이르지만, 실제 장기기증을 받는 비율은 11%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이식학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뇌사 장기기증 등은 부끄러운 상황인 셈.

이와 관련 김형태 교수는 "금전적 보상이 없어질 경우 뇌사 장기기증은 약 40%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교수는 "장기기증자의 숭고한 기증정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사의 표시는 현재의 금전적인 지원체계보다 장례서비스의 국가적 지원, 기념공원 설립 등 기증자에게 감사의 뜻을 지속적으로 전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휘원 교수는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다하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하도록 정부가 중심이 되어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하종원 대한이식학회 상임이사(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는 "현재 학회는 모든 지원금을 국가가 지급하는 장제비로 통합하자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국가가 지원하면 국제적으로도 눈치를 보는 일은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모든 지원금을 없애야겠지만 갑자기 없애다보면 기증률이 감소할 것이 우려되므로, 정부를 비롯해 학회 등 모든 관련단체들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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