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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인건비만 17억원...권역응급의료센터의 '혁신'
연간 인건비만 17억원...권역응급의료센터의 '혁신'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2.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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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중증 입원환자 늘릴 것
입구서부터 환자 동선 구분해 혼선 방지....격리실 추가신설 등

요란한 엠뷸런스에서 심정지 환자가 실려나온다. 200줄, 슛! 300줄, 슛! 미동 없는 심전도, 보호자의 통곡으로 정신 없는 가운데 또 다른 엠뷸런스가 들어온다. 피가 철철 흐르는 외상 골절환자다. "호흡, 맥박 모두 없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울리는 "코드블루, 내과병동. 코드블루."

대부분이 상상하는 응급실 풍경이란 이런 게 아닐까.

이성우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12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응급실은 늘 바쁘고 차가운, 피가 흥건할 것 같은 이미지다. 이젠 그 반대여야 한다"며 "예기치 못한 병으로 찾는 곳이다.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성우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응급실도 혁신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지난 6월 28일 개소한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 동북권에서 운영 중인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증도에 따라 환자 동선을 구분해 놓은 게 특징이다. 중증은 빨강, 경증은 노랑, 대기나 상담환자는 녹색, 검사실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동선 구분은 감염관리뿐 아니라 효율적인 진료에도 효과적"이라며 "이전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해 혼잡도가 줄었다. 응급실내 폭력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응급전용 수술실, 응급전용 중환자실 20병상, 30병상의 응급병동 신설뿐 아니라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실도 추가로 신설하는 등 기존 응급센터의 시설을 확장·보완하며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전용 시설도 구축했다. 

그 결과,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개소한 지 6개월만에 센터를 거쳐 입원하게 된 환자는 전년 동기대비 1000명이 늘었다. 2차병원 등에서 전원되는 환자도 늘었다.

이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치료 제공이 목적이다. 경증이나 비중증 응급환자를 늘리기보다 입원 혹은 중환자실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로 내원 구성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의 25%가 입원환자가 되는 것. 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 중증도가 더욱 높은 환자들을 받겠다는 것이다.

목표만큼 인력도 보강했다. 센터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외에도 간호인력과 응급센터내 응급구조사, 정보관리사 등이 상주한다. 연간 인건비만 17억원. 이런 상황에서 수가 보전은 역시나 어려운 문제로 드러났다. 물론 센터 설계 당시 보건복지부는 "연간 3만명이 내원하면 21억원의 추가 진료수익이 발생할 것"이라 추계했다.

그러나 이는 응급시술이나 처치에 따른 가산료를 '정석대로' 계산했을 때의 수익이지 임상현장을 반영한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어느 병원이든 외과보다 내과계 환자가 많다. 요즘에는 학문적 트렌드도 바뀌어서 무조건 빨리 처치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이러니 가산수가를 받지 못해 결국 적자"라고 말했다.

유연하지 못한 지정 규정도 지적됐다. 그는 "센터에는 음압격리실이 3개, 일반격리실이 2개 있다. 그러나 허가받을 때는 음압 2개, 일반 3개로 신고했다. '음압은 2개, 일반은 최소 3개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라며 "더 좋은 음압이 1개가 더 있는데도 현황대로 신고하면 규정에 맞지 않아 지정되지 못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음압을 일반으로 격하해서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만큼 지역의 재난대응도 책임지고 있지만, 상응하는 보상은 없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 김수진 부교수(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교실)
동석한 김수진 부교수(응급의학교실)는 "센터로 지정되기 전인 2009년부터 재난훈련을 해왔다. 센터 내 DMAT팀(Disaster Medical Assistant, 재난의료지원팀)의 역할은 현장에서의 환자진료와 중증도 분류, 이송 업무다. 권역센터인만큼 지역내 응급의료기관과의 협의체를 만들어 교육과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센터 수가를 올려줬으니 재난까지 책임지라고 하는데, 이 둘은 별개다. 지역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나가는 일인데, 의무만 지우는 셈"이라 비판했다.

이성우 교수는 보다 장기적인 재난대응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재난에는 메르스 같은 장기재난이 있고 버스 충돌사고 같은 단기재난이 있다. 정부가 규정한 재난은 급성기 신속재난에 가깝다"며 "DMAT팀은 3개 팀으로 운영되는데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이다. 중장기적 접근에 대한 정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권역거점 병원 개념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같은 재난적 질병이 발생하면 권역거점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한다는 개념인데, 감염격리실의 경우 수용인원이 10명 이내다.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는 어떻게 할 건가"라며 "단기간의 신속 대응만 있고 그 다음 프로세스에 대한 정부 고민이 없다.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재난대비 병원은 정부에서 따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지역거점병원, 권역외상센터까지 '응급'을 주제로 여러 화제를 넘나들던 이 교수는 "무엇보다도 응급실을 바라보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은 단거리 육상선수가 아닙니다. 무조건 빨리 한다고 좋은 게 아니죠. 제대로 잘해야 합니다. 다양한 환자 중에서 진짜 위험한 중환자를 잘 찾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응급의학과와 다른 과간 연계협력과 자원공유가 필요합니다. 천편일률적인 흰색 인테리어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고 밝은 모습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단 조용해야 하고요.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받고, 진료해야 서로가 실수할 확률이 줄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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