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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환자 15명 극희소질환 'TTR-FAP' 아시나요?
전국 환자 15명 극희소질환 'TTR-FAP' 아시나요?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12.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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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건국의전원 교수(신경과)

오지영 건국의전원 교수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TTR-FAP)'이라고 들어보셨나요?"

TTR-FAP는 현재 파악된 국내 환자 수가 15명에 불과한 희소질환 중에서도 희소질환인 이른바 '극'희소질환이다. 워낙 희소하다보니 환자는 물론 의사도 질환이 낯설다. 수 군데 의료기관을 돌다 평균 4년이 지나서야 TTR-FAP를 진단받는 이유다.

답답한 것은 4년여에 걸쳐 병명을 찾아냈어도 치료를 원활히 받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라는 점이다.

간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적절한 이식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급여 안되는 비싼 약들을 복용하느라 경제적 부담도 크다.

국내 TTR-FAP 환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아쉬움이다. 관련 통계가 없다보니 국내 TTR-FAP 환자의 유병률이나 기대 수명 등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도 없다. 그렇다고 연구지원 펀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지영 건국의전원 교수(신경과)가 불모지와 다름없는 TTR-FAP 치료분야에 뛰어든 것은 본인의 표현마냥 '안타까움' 탓이었다.

몇년 전 자신의 환자 중 한명이 TTR-FAP 환자로 '발견(?)'된 후 직접 치료하다보니 환자가 겪는 고생을 지켜보게 됐는데 "나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TTR-FAP로 진단받기까지 적잖게 고생한 환자지만 진단받고 나서도 체계적인 치료와 희소질환자에 대한 원활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출발은 우선 질환 알리기와 환자단체 구성으로 잡았다.

TTR-FAP 알리기에 나선 오지영 교수는 6일 만나봤다.
 
<일문일답>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TTR-FAP)이란?

지금 현장에서 한창 근무하는 의사들이 의대를 다닐때 TTR-FAP는 1950년대 포르투갈이나 스웨덴에서나 발생한 남의 나라 병 혹은 그런 나라에 국한된 병이라고 배웠다. 그러다보니 현재 이런 병이 한국에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하는 게 가장 문제다.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니 진단이 제대로 안된다. 한국에서는 연세의대가 1990년대 들어 환자를 발견하고 치료해 학회지에 처음 보고됐다. TTR-FAP는 트랜스티레틴 유전자의 유전적 돌연변이로 발병하는 극희소신경퇴행성질환이다. 가족 중 한명에게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가족 전체가 유전자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가족성 아밀로이드성 신경병증으로 돌연변이 트랜스티레틴 유전자가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을 만든다. 변형된 단백질은 아밀로이드원섬유라는 독성구조를 형성해 말초신경계에 쌓이면 퇴행이 일어난다. 신경기능은 물론이고 심장과 소화기관, 신장 등 신체 모든 부위가 퇴행되면서 결국 사망한다.

증상은?

심장과 소화기계, 안과 관련 증상을 포함해 전신에 다발성 자율신경병증을 보인다. 손과 발의 마비·이상감각·통증, 변비와 설사, 발기부전, 기립성 저혈압, 손목터널증후군, 녹내장·유리체 혼탁과 같은 시각장애, 체중감소 등이 단독 혹은 동시에 발생한다.

오지영 건국의전원 교수
전신의 거의 모든 증상이 단독 혹은 동시에 발병한다고 하니 확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TTR-FAP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는 나름의 진단 '팁'을 주자면?

유전병이면서 영유아일 때보다 30대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나 의사도 유전병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말초신경병증 증상이 있는데 자율신경병증은 '마일드'한 경우가 많다. 신경병증 증상이 심장질환과 같이오는 경우 특히 말초신경병증이 일반적인 말초신경병증보다 빠르게 악화될때 TTR-FAP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가 만들어지는 간 대신 새로운 간을 이식받는 것이 치료라고 들었다.

조기에 간이식 받으면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전자형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비정상 아밀로이드가 간뿐 아니라 뇌 등 다른 장기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최근 연구됐다.

간이식을 해도 신경병증 등은 좋아지지 않는 경향도 있지만 간이식을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봐야 한다.

적합한 간을 이식받지 못할 경우 질환 악화를 늦추거나 하는 대증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력한 NSAID 계열의 대증 치료제가 있지만 약의 특성상 위장관이나 심장에 문제가 발생해 약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 질환 등을 동반하는 TTR-FAP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투여하기가 어렵다.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유전자 치료법 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 임상연구가 이뤄지기도 해 관심이 많다.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을 안정화해 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인한 악화를 지연시키는 'TTR tetramer' 안정제 화이자의 '빈다켈'도 있지만 정작 환자에게 쓸수 없어 안타깝다.

어렵게 진단했는데 급여가 안돼 약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의사는 물론 환자의 치료의지를 꺾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빈다켈을 환자에게 왜 쓸 수 없나?

희소질환으로 선정돼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지만 치료약이 아직 급여가 안되고 있다. 그밖에 다양한 전신성 증상, 예를 들자면 기립성 저혈압, 설사 등 각종 대증 증상에 쓰는 대부분의 약이 비급여다.

올 12월 30일부터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희소질환인 TTR-FAP 역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지원 조항만 있지 실질적인 지원은 없다. 환자가 피부로 느낄만한 지원이 없다는 말이다.

희소질환으로 역시 선정된 파킨슨질환 환자만 보더라도 혜택이 있다. 8만5000명의 파킨슨 환자보다 15명 정도로 환자 수가 적다보니 관심을 받기가 힘들다.

극희소질환이다보니 치료는 물론 질환 연구에 대한 지원도 없을 것 같다.

연구펀드나 지원같은 건 없다. 삼성서울병원이 TTR 센터를 두고 TTR환자와 TTR-FAP 환자까지 보고 있고 전 개인 차원에서 환자를 보고 연구한다. 삼성서울병원과 국내에서 발견된 TTR-FAP 15가족 등을 추적연구하고 있다. 가족성 유전질환이다보니 환자 1명을 찾게 되면 환자 전체를 추적조사한다.

극희소질환인 TTR-FAP 치료에 뛰어든 계기는?

2007년 다양한 전신성 증상을 호소한 TTR-FAP 환자를 처음으로 만났는데 세번째 진단에서야 확진했다. 환자는 얼마후 갑자기 사망했는데 진단이 빨랐더라면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고싶은 말은?

극희소질환에 대한 별도의 지원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환자 수가 적다보니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단지 환자수가 많은 질병에 걸렸다고 지원을 받고 환자 수가 적다고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정의로운 체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희소질환자들은 진단이 어렵고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된다. 말뿐인 정책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의료계와 사회적인 관심이 커졌으면 한다. 우리도 환자단체를 구성해 열심히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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