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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인공지능' 진료...기대 반 우려 반
국내 첫 '인공지능' 진료...기대 반 우려 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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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5일 암 진료 투입 "진료 질 향상 기대"
EMR 연동 안돼 수동입력, 개인정보유출 우려도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이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 배경 및 앞으로 진료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발표하고 있다.
오는 5일부터 미국 IBM사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활용해 암 진료를 시작하는 가천대 길병원이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아 보인다.

국내의 의료환경이 반영되지 않은 미국의 것을 그대로 패키지로 구매해 쓰다보니 의료진들이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해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서버에 자료가 저장될 경우 환자 개인정보 유출 등이 국내 의료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이 왓슨과 연동되지 않다보니 환자의 진료기록을 사람이 직접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거쳐야 한다.

특히 환자의 비식별화된 자료를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식별화 데이터를 조금만 가공하면 개인정보 확인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정부차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9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 포 온콜로지를 국내에서는 최초로 도입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의학저널 290종, 의학 교과서 200종을 비롯해 1천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다.

길병원은 이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 암 진료에 적극 활용할 계획인데, 각 진료과 전문의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다학제(협진) 진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왓슨이 소견을 내놓는다.

이를 바탕으로 병원에서는 다학제 의사들의 의견과 왓슨 포 온콜로지의 의견을 종합해 환자의 암치료방법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오는 5일부터 암 진료에 왓슨 포 온콜리지가 본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지만, 길병원측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해결되지 않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2일 대한의학회 제15기 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길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도입 후 어떻게 진료에 활용할 것인지를 밝혔다.

이 단장은 3가지 고민을 먼저 얘기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 단장은 "인공지능 첫 유저가 됐지만 사실 제대로 돌려본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며 "2개월 정도의 경험을 갖고 이제 진료에 활용하는 것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간은 인공지능과 협업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잘 하는 것을 인간은 양보해야 하고, 진료의 질을 높이는데 인공지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 후 환자의 진료기록 데이터를 일일이 코디네이터가 입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당분간은 이같은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왓슨 포 온콜로지와 EMR이 빨리 연동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식별화된 환자의 정보에 대해 정부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법보다 상위에 있을 수 없으므로 앞으로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의 유출 문제 때문에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료기기인지, 아닌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현재로서는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앞으로도 의료기기인지, 아니면 좀 더 발전된 의학교과서의 개념인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단장은 "이같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왓슨 포 온콜로지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며, 주변에서도 길병원의 인공지능 사용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에 대해 거는 기대는 컸다. 이 단장은 "길병원은 내부적으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할 때 반대도 많았고, 암환자 마케팅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있었지만, 인공지능을 적용한 암치료의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함으로써 진단오류를 줄이고, 검사비용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해 최적의 처방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그리고 생애주기 데이터를 연계해 국민보건향상이 이바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왓슨 포 온콜로지는 엄청난 양의 개별화된 데이터를 분석하게 될 것이고, 유방암·폐암·대장암·직장암·위암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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