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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외과의사들 비상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외과의사들 비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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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최선 다했더라도 사망하면 분쟁 신청...외과 기피 심화
"사망 가능성 높은 환자 방어진료·대형병원 전원 확산될 것"

▲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으로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수술을 꺼리고, 고난도 수술환자를 대형병원으로 전원하는 방어진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의료분쟁 조정 절차 강제 개시 조항이 11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일선 병원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의료분쟁 조정 절차 자동 개시 조항은 병의원 진료행위 과정에서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 장애인을 제외한 장애 1급에 해당하는 의료사고 발생 시 신청인이 조정절차를 신청하면 병의원 등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도 조정절차가 진행된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이전에도 원내 사망의 경우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A씨가 수술을 받고 치료 중 사망하자 아버지 B씨가 C상급종합병원 D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3억 60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다2021743)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생존율 10% 이하로 알려진 신경모세포종 4기 진단을 받은 A씨는 항암치료를 받던 중 상장간동맥과 신동맥을 둘러싸고 있는 6.6×8.0×9.6cm 크기의 복부 종양을 발견했다.

수십년 동안 소아외과 환자를 살리기 위해 메스를 잡은 D교수가 나섰지만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출혈과 심정지가 발생, 개흉술과 체외순환기 설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

원고측은 수술상 과실과 대동맥 손상 또는 사망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D의사의 과실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수술 과정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손상이 불가피하고, 대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동맥 손상 및 대량 출혈 이후 행해진 의료진의 처치와 시술은 모두 적정한 것으로 원활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F대학병원은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한 산모의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사장 문형표)은 유족에게 529만 3420원의 연금을 지급했다며 F대학병원에 유족연금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청구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양수색전증은 명확한 병리학적 기전이나 원인이 밝혀진 바 없고, 사전에 예방할 방법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

1심(2013가합33348)과 2심(2015나2062287) 모두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한 과실이 있다거나 양수색전증 처치 과정이 지연됐다는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G대학병원에 근무하는 H의사는 2009년 7월 15일 77세 대퇴골 골절 환자에게 우측 대퇴골 골수강 내 금속정 고정술과 대퇴골 경부 골절 핀 삽입술을 한 후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렸다.

원고측은 수술 잘못으로 인해 척추골절이 발생, 두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하지기능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3억 3924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2012가합544778) 재판부는 "잘못된 수술 방법으로 인해 요추 골절 및 탈구가 발생했다거나 추가적인 진단이나 검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 청구를 기각했다.

2심(2015나2047806) 역시 "적극적인 처치를 지연해 신경손상을 고착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한준법지원인협회 관계자는 "의료분쟁 자동절차 개시 이전에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수술하고 진료를 했음에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수술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을 비롯해 1급 장애 환자의 경우 상당수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정 신청에 응대해야 하는 외과계열 의사들은 진료·연구·교육 외에 분쟁에 대비하느라 업무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이 관계자는 "외과계열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더 심화되고, 사망 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 수술을 꺼려하는 경향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대학병원 법무팀장은 "의료분쟁 조정업무를 맡고 있는 법무 담당인력이 의료진을 대신해 중재원 조정업무에 참여해야 하므로 법무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병원의 경우 의료사고예방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하도록 의료법에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의료진과 법무담당 부서가 협업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지방병원 관계자는 "앞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중재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상태가 중한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전원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방어진료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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