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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음독 치료엔 혈액투석·관류 동시 실시"

"농약음독 치료엔 혈액투석·관류 동시 실시"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11.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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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 국제학술지에 연구결과 발표
세계 첫 농약 체외 배출법 학술적 정립…농약음독환자 치료 새 전기

순천향대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가 최근 음독 농약의 체외배출에 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홍세용·길효욱·박삼엘 교수.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가 음독 농약을 체외 배출시키는 최적의 방법을 제시하고 그 효과까지 입증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세용·길효욱·박삼엘 교수팀은 최근 논문 '혈액투석과 혈액관류 동시 실시가 급성 농약중독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학술지 <Blood Purification> 11월호에 발표했다.

논문은 그동안 미진했던 농약 체외 배출법에 대한 학술적 이론 정립을 완성하고, 농약음독환자 치료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혈액투석과 혈액관류 동시 실시'가 음독 농약을 체외로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으며, 음독환자의 생존율 또한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농약음독환자 치료의 기본은 조기에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것으로, 농약 음독 후 초기 8시간은 배출을 통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그 이상 배출시간이 늦어지면 간과 신장 등 독극물을 해독하고 배설하는 장기가 손상되고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농약은 원제와 부제로 구성돼 있다. 부제에는 계면활성제·용매·부동액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농약음독은 다양한 화학물질에 동시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농약의 다양한 화학물질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독성을 표출해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성분별 특성에 맞춘 적절한 체외 배출이 이뤄져야 한다.

농약 내 다양한 성분의 독은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구분된다. 수용성 독은 '혈액투석'을, 지용성 독은 차콜 필터를 이용한 '혈액관류'가 효과적이다.

두 과정은 반드시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혈액투석과 혈액관류를 각각 차례로 실시할 경우 10시간 이상이 소요돼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동시 실시에서 찾았다. 동시에 실시할 경우 5시간 이내에 배출을 마칠 수 있다.

연구진은 농업진흥청의 후원으로 2011년부터 5년간 혈액투석과 혈액관류 동시 실시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5시간 이내에 안전하게 농약 독성 배출을 완료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

500여명의 농약음독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혈액투석과 혈액관류 동시 실시법을 이용해 치료할 때, 혈액투석과 혈액관류를 각각 차례로 실시하는 경우보다 환자의 생존율이 50% 이상 유의하게 증가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홍세용 교수는 "농약의 원제는 대부분 지용성이고, 부제는 수용성인 경우가 많아 이번에 개발한 치료법은 향후 보편적인 농약음독환자 초기치료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농약 음독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 대부분 우발적인 음독이다.

농촌진흥청과 순천향대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의 끈질긴 노력으로 자살에 주로 이용되던 맹독성 농약인 제초제 그라목손(파라콰트)가 2013년 퇴출된 이후 농약음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많이 감소했지만, 저독성 농약음독환자 수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저독성 농약역시 다량 음독할 경우 맹독성 농약만큼 위험하다.

순천향대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는 지난 1995년 세계 최초로 그라목손 해독법을 개발해 농약음독환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줄이는데 공헌했으며, 이번 농약 배출법 확립으로 보다 많은 농약음독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는 시판된 모든 농약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최적의 치료를 실시하는 세계 유일의 농약중독치료전문 의료기관이다. 별도의 중환자실까지 갖추고 있는 연구소는 매년 평균 500여명의 농약중독환자 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상담을 통해 장소를 불문하고 환자와 의료진에게 치료자문을 해주고 있다.

2015년 순천향대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가 치료한 농약음독환자는 총 508명.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환자가 찾아왔으며, 이중 402명의 환자가 생명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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