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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앞두고 현장은 "준비 안됐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앞두고 현장은 "준비 안됐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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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학회·생명윤리학회, 연명의료결정법 쟁점·현실적용 문제 논의
의료계·법학계 전문가, "완벽하지 않는 법, 잘 다듬는게 중요" 입 모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현실적용에 있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의료윤리학회·한국생명윤리학회는 공동으로 25일 오전 9시부터 서울의대 행정관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법률 적용에서의 법적 문제, 진료현장 적용에서의 주요 쟁점, 그리고 윤리적인 쟁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를 주제로 법학계, 의료계 등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학술대회에서 의료계는 진료현장에서 법을 적용할 때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수정·보완 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학계는 의견이 두 개로 갈렸다. 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법을 잘 고쳐서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점을 최소화 하자는 것.

또 법학계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을 '말기환자(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그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규정하고, 연명의료의 대상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한정했는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에 주제발표에서 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석배 교수(단국대 법과대학)는 "개인적으로 법률이 미비하고 방향 자체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법은 폐기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여러 논란 끝에 탄생한 연명의료결정법은 오랜 논의가 있었음에도 급하게 입법되면서 내용적으로 많은 문제를 갖고 있으며, 법체계의 적합성도 커다란 문제로 남아있다"며 "잘못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고 우러했다.

또 "이 법은 법제정 이전과 비교해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고 밝힌 뒤 "법제정으로 인해 의사들이 최소한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법의 시행으로 부과되는 업무와 그에 따른 법적 제재 역시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에서는 원인질환과 관계 없이 상태가 급속하게 약화되면 임종환자가 되는 것인지, 언제부터 임종환자라고 판단할 것인지 불명확하고, 특정 질병(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간경화 등)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말기환자로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임종환자가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프로세스를 설명한 규정이 없고,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김할머니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했던 범위와 비교해 훨씬 더 축소된 범위안에서만 인정된다"며 "법을 폐기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활발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제안했다.

최경석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법안이 완벽하지 않고 문제점은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연명의료와 관련된 부분만 법에서 다뤘으면 완벽했을텐데, 호스피스·완화의료 부분까지 법에 포함시키다보니 연명의료에 대한 정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 연명의료 정의에 포함시키다보니 말기에 해당하는 환자(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들은 연명의료의 유형으로 열거한 혈액투석이나 항암제 투여와 같은 의학적 시술과 관련해 환자가 치료거부라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때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영 교수(충남의대 내과)는 진료현장에서 법을 적용할 때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했다.

문 교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의료계는 처음에는 기대가 컸으나, 시간이 지나고 법안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진료현장에서는 말기 및 임종과정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할 때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의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법, 그리고 최근 대한의학회에서 만든 '말기 및 임종과정에 대한 의학적 판단지침'에서는 명확하게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 및 가족들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진료현장에서는 연명의료중단 여부를 놓고 의사, 그리고 가족들이 다른 견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법에서는 '해당분야 전문의'에 대한 정의,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이 명확하지 않고, 임종과정 판단의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아 법률을 의료현장에서 적용하는데 많은 혼란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자의 복잡한 치료과정과 의사결정 과정, 부정확한 예후라는 의학의 본질적 속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법을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법률의 안정적인 정착과 확립을 위해 의료현장의 문제점의 수용과 검토, 대국민 홍보와 교육, 적절한 인프라 구축과 지원방안 마련, 전문 의료인 양성과 교육, 법 시행 전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문제점 파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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