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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촬영, 교도소 절반서 '의료법 위반'

엑스레이 촬영, 교도소 절반서 '의료법 위반'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1.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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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사 없고 기계 낙후, 해본 공무원들이 그나마 잘하는 '궁여지책'
김재림 회장 "방사선사 배치 시급...공보의에 일임은 땜질처방일 뿐"

전국 52개 교정시설의 절반에서 의사가 아닌, 공무원이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의료법 위반이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선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의사가 촬영해야 하지만, 낙후된 필름식 엑스레이가 대다수인 탓에 공보의들은 작동법조차 제대로 숙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촬영해왔던 공무원들이 전담하는 게 영상품질이나 기계작동 측면에서 그나마 낫다는 웃지못할 현실이 벌어지는 것이다.

김재림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은 "교도소내 방사선사 배치가 시급하다. 판독이 불가능할 만큼 낙후된 필름식 엑스레이도 교체돼야 한다. 방사선사가 있다 한들 전국 교정시설 어느 곳에도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배치되지 않아 전문적인 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빠른 개선을 촉구했다.

대공협이 최근 52개 교정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엑스레이 촬영 및 판독현황 실태'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절반에 방사선사가 상주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한 45개 기관 중  48.9%(22개 기관)만이 '방사선사가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방사선사가 없고 촬영은 재량적으로 이뤄진다' 28.9%(13개), '방사선사가 있으나 근무환경상 촬영은 방사선사가 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주체가 한다' 6.7%(3개) 등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재량적인 촬영 및 상황에 따라 다른 주체'는 의사가 아닌 해당 시설의 공무원, 즉 비의료인으로 드러났다. 교정시설의 절반에서 의료법 위반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새카만 사진...수치 넣어도 작동 안 할 정도로 낙후돼
어느 교도소의 A공보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엑스레이를 직접 찍은 적이 없다. 교도소 내 공무원이 찍고 있다"며 "엑스레이 촬영까지 도맡게 되면 진료를 볼 수가 없다. 필름식 기계는 본 적이 없어 다룰 줄을 모른다. 매우 낡아 수치를 입력해도 작동을 안 하거나, 툭툭 때리면 그제야 작동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찍으면 새카맣다. 언제 도입됐는지도 모르겠다. 개원가의 가장 낡은 기계들보다 더 낡았을 것"이라며 "교도소에서 2∼3년간 촬영해왔던 공무원들이 찍으면 그나마 품질이 나아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편없는 영상품질로 인해 적절한 진료제공도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A공보의는 "손이나 발은 골절만 간신히 확인하는 수준이다. 찍었다고 하기도 굉장히 애매하다"며 "재소자들은 결핵이나 폐암에 걸리기도 하며, 빨래집게나 치약뚜껑을 삼키기도 한다. 현 상황에서는 적절한 진료제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로 판독을 의뢰할 수는 없을까. 그는 "디지털은 가능하겠지만 필름은 어렵다. 다른 곳으로 필름을 보냈다가 다시 가져온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기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다른 교도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B공보의는 "오더는 내리지만 찍는 건 의료과 간호사 직원"이라며 "필름식 기계 다루는 법은 모른다. 절충안을 찾다가 간호사 직원이 방사선사에게 배워와서 찍고 있다. 이렇게 한 지 7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C공보의 역시 "의료과 간호사가 찍는다. 촬영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3년 정도 이렇게 하고 있는데, 간호사도 전문분야가 아니다 보니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같은 사람을 세네 번씩 찍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가슴 엑스레이는 지속영상 추적관찰이 중요한데 찍을 때마다 자세도, 촬영 환경도 달라지니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처럼 나와 추적관찰이 어렵다. 하지만 이 간호사가 기계를 그나마 가장 잘 알아 대체가 힘들다"며 "간호업무 외에 영상촬영까지 하다 보니 업무 과중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보의들은 현 상황이 의료법상 불법임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건상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엑스레이 촬영에 함께 들어갈 때도 있지만 관리감독으로 참관하는 정도다. 이 방식이 문제가 있는 건 맞다. 그렇지만 방사선사도 없을 뿐더러 기계도 너무 낡아 결국 해본 사람이 찍게 되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방사선사 배치 없이 공보의에 촬영 위임은 '미봉책'
김재림 대공협회장은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방사선사 배치가 시급하다"며 "방사선사가 배치되지 않은 교도소의 60∼70%에서는 의사가 아닌 직원들이 찍는다"고 폭로했다.

그는 "감사가 이뤄지거나 일부 재소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공보의들이 촬영하기도 하나, 이는 땜빵식 처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단지 '의료법 위반'이란 이유로 공보의들에게 촬영을 일임한다면, 이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미봉책이란 것이다.

김 회장은 "일선 공보의들은 진료만으로도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진료와 엑스레이 촬영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방사선사를 배치하고 기계를 교체해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한 채 만만한 공보의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방사선사가 배치된다면 촬영의 질도 좋아질 뿐 아니라 더욱 적절하고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질 것이다. 낙후된 기계 관리에도 도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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