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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정 '절대평가' 전환한 연세의대 '딜레마'
전과정 '절대평가' 전환한 연세의대 '딜레마'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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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 줄세우지 않고 'PASS' 여부로 평가
국가고시, 인턴 채용 때 성적표 없어 고민

"성적으로 의과대학생들의 줄을 세우지 않겠다"며 국내 의과대학에서 최초로 모든 교육과정을 절대평가(Pass, Non-pass)체제로 전환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고민에 빠졌다.

2014년 부터 절대평가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은 의학과 1학년 학생들(현재 3학년)의 의사 국가시험이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교육시스템 혁신의 성공여부를 합격률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또 합격률만큼이나 수련병원 인턴 채용도 중요한데, 전국의 수련병원에서 연세의대 출신 인턴을 채용할 때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학생 평가점수를 알지 못한 다는 것이다.

 

의학과 4년 동안 점수가 기록되지 않는 대신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절대평가를 통과(Pass) 했는지, 아니면 통과하지 못했는지(Non-pass)만 기록돼 수련병원이 다른 대학 출신과 성적을 비교하는데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는 것.

절대평가 시스템 성과 1년을 앞두고 연세의대는 본과 3학년들이 내년이 치러질 의사 국가시험에 모두 합격될 수 있도록 평소보다 2∼3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절대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여러 교수들이 집중적으로 달려들어 통과하지 못한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세의대는 지난 2013년 12월 국내 의과대학에서 처음으로 전 교육과정을 절대평가체제로 전환하고, 글로벌 의학 리더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절대평가시스템은 연세의대 교육과정개발사업단이 3년 간 연구·개발한 결과를 토대로 국내외 의학교육 전문가의 자문, 미국과 일본 등 외국 의과대학의 벤치마킹해 최종 확정했다.

당시 윤주헌 연세의대학장은 "전국 상위 0.1%에 속하는 우수한 의과대학생들에게 A·B·C·D·F로 상대평가 점수를 매기는 기존 학점제도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교육 시스템을 바꾸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학생들이 학점을 따기보다는 21세기 한국의 미래 및 세계 보건의료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국가 경쟁력 제고 및 의학·의료 영역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인재로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절대평가시스템은 2014년 의학과 1학년(본과 1학년) 부터 적용을 받았으며, 올해 3학년들은 2017년 의사 국가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치러야 하는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이들 학생들이 얼마나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할 지 여부다.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수련병원에 인턴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의사 국가시험 합격증만 제출하지 않고 의학과 4년 동안의 성적표도 함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에서는 'Pass' 또는 'Non-pass'로만 되어 있는 학생 교육평가서만으로 인턴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자 송시영 연세의대 학장은 "절대평가제도가 도입됐던 2014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본과 1학년 121명을 대상으로 학습동기, 자기주도학습, 자기효능감, 학업성취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학생들은 자기효능감, 학습자로서의 자아개념은 증가하고, 학습 자체에 동기가 없는 무동기 상태는 줄어드는 긍정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을 입학시켜 놓고는 그들 사이에 다시 무한경쟁을 시킴으로써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게 만든 것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송 학장은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모든 학생은 교수의 지도하에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고, 연구자로서의 잠재적 역량이 있는 학생들을 발굴해 6개월 동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연구심화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했다"며 "올해에는 전년 대비 학생들의 연구논문이 20%(16편 논문, 17편 포스터 발표) 증가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열린 의과대학·의전원학장협의회에서도 다른 대학 학장들에게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한 이후 상대평가때보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연구력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학장은 "단순히 상대평가시스템에 의한 점수가 없다고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것이고, 수련병원에 인턴으로 채용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점수를 따기에 급급한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니라 인간적인 의사를 만드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세의대의 이같은 혁신은 전체 의료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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