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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임종과정 의학적 판단지침, 혼란스럽다"
"말기·임종과정 의학적 판단지침, 혼란스럽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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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원 교수, 제3자 전문의 동의...환자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
"의학회, 너무 성급하게 지침 만드는 것 같다" 신중한 접근 당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대한의학회가 '말기와 임종과정에 대한 정의 및 의학적 판단지침(안)'을 공개했으나, 임상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10월 17일 법의 취지가 올바르게 시행되기 위해 필요한 말기 및 임종과정에 관한 의학적 판단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지침을 만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 이 지침은 의료기관에서 진료중인 담당의사가 연명의료에 관한 결정을 위한 말기 및 임종과정을 판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모든 의사 및 의료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학적 판단지침이 오히려 의료현장에서는 혼란을 줄 수 있어 지침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대한의학회가 지침을 어떻게 보완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학회의 지침이 임상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혼란스럽다고 지적한 신상원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를 만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

 
얼마전 대한의학회에서 '말기와 임종과정에 대한 정의 및 의학적 판단지침'(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지침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법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해 대한의학회에서 지침을 만들었는데, 너무 성급하게 적용하려는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환자연명의료결정법안은 2018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 의학회가 마련한 지침도 의사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한암학회에서도 내부적으로 법 시행과 관련해 문제점 및 지침을 임상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법안에서는 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들의 연명치료를 중단해야겠다고 했을 때 환자와 주치의가 결정을 하더라도 해당분야 전문의(제3자)의 동의(의학적 진단 및 의학적 판단)를 구하도록 했다. 암학회에서는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검토했는데,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시 말해 법안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해당분야 전문의 1명의 동의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의학회가 지침을 만들면서 법안을 확대해선 한 것 같다.

'담당의사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하기 전에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해당분야의 전문의 1명(제3자)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법 제16조)는 부분이 문제인 것 같다. 어느 부분이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건가.
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자기 의사를 밝힐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분야 전문의(제3자)의 의학적 판단이 중요하고, 병원윤리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 이런 경우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해당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해당분야 전문의의 판단을 구하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환자가족의 진술을 통해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경우는 담당의사가 충분히 말기 및 임종과정을 진단 및 판단해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의사가 확인된 경우에도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

다시 말해 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중단 의사를 밝혔는데, 지침에서는 해당분야 전문의가 말기 진단 및 임종과정 판단을 다시 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환자연명의료결정법 제1조(목적)를 보면 '이 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환자(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의학회에서 발표한 지침대로라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경우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모두 담당의사(주치의)는 제3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중단 의사를 밝힌 경우는 해당분야 전문의가 다시 진단 및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아도 괴고, 의사를 밝힐 수 없는 경우나 밝히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분야 전문의의 동의를 구하도록 해야 한다. 지침에는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자세하게 명시돼야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할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서 대한의학회가 지침을 너무 성급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얘기를 했다. 무슨 배경이 있기 때문인가.
정부에서 주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의학회에서 의학적 판단 기준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모든 의사들에게 배포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의학회가 왜 성급하게 지침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의학계 내에서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법률 전문가 등과 충분한 논의를 한 후 지침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이 법이 적용되면 연명의료와 관련해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기초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

최종 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법적인 문제가 있을 때 제3자의 의견을 구하도록 하는 부분을 지침에 넣고, 모든 환자들이 제3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수정해 예외인 경우에만 적용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지침이 법안을 너무 과대해석한 부분을 반영하면 아주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법이 시행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것이다. 꼬인것이 더 꼬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의학회는 다음 공청회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 관련 학회 및 단체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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