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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주사, 무섭지 않아
청진기 주사,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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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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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이맘때면 소아응급실을 돌며 채혈하고 IV를 잡던 10년 전 인턴시절 연말이 떠오른다.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생생하니 스트레스가 어지간했나 보다.

▲ 최영준(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사노피 파스퇴르 Medical Lead)

손재주 없는 인턴을 만나 고생했던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본인이 주사 맞기를 싫어하니 환자에게도 맞추기가 꺼려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실패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수련의 생활을 마쳤다.

이런 실패 경험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마음인지 가끔 검색창에 'painless needle'·'pain-free injection'·'needle-free injection' 등등 주사와 관련된 키워드를 넣어본다.

오늘 검색을 하다가 KAIST 연구진이 홍합의 접착기술을 이용해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 주사 바늘을 개발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원문: Complete prevention of blood loss with self-sealing haemostatic needles. Nat Mater. 2016 Oct 3. doi: 10.1038/nmat4758). 바닷가에서 흔히 보이는 바위에 단단히 붙은 홍합의 단백 구조를 활용한 기술이라고 한다.

주사 바늘에 카테콜-키토산 접합물질을 코팅해 혈액이 이것에 닿으면 순식간에 고체-젤 반응을 일으켜 지혈시킨다는 이론이며 이것을 마우스 jugular vein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한다.

혈우병 환우뿐 아니라 피처럼 빨간색만 보아도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일 것이다. 사실 주사를 맞을 때 피가 나지 않는다면 실제로 통증도 좀 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에드워드 제너가 여덟 살 소년 제임스 핍스의 어깨에 상처를 내어서 우두 바이러스를 접종하던 그런 끔찍한 과정은 없지만 여전히 주사 바늘을 통해서 백신 항원을 체내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직도 현대의 정밀한 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읽고(sequencing), 치료(targeting)하는 혁신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이 기대어 온 화려한 임상 술기와 의료기기의 발전에도 가장 원초적인 문제, '주사는 아프다'·'주사는 피가 난다'라는 문제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주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들이 시도돼 왔다. 장내 세포에서 증식하고 전파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용한 경구용 폴리오 백신이나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고 비강의 점막면역을 유도하는 비강용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그것이다.

바늘이 없는 패치를 붙이거나 1mm도 안 되는 길이의 마이크로니들을 써서 피부를 통해 백신을 접종하는 경로도 앞으로 기대되는 방식이다.

지금은 꿈 같은 얘기들이나 앞으로 의대에 입학하게 되는 후배들이 인턴을 하고 소아과 전공의가 되는 2025년 즈음에는 전혀 다른 practice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임상 현장에 반영되는 것이 그 간 우리가 이루어 왔던 긍정적 변화들이다. 백신 접종 경로를 혁신하는 것은 주사에 대한 공포나 통증을 줄여주는 것보다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한때는 예방접종을 처방했고 지금은 백신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나 원천적인 주사 공포증을 갖고 있는 한 개인이, 공포의 대상을 적극적으로 마주하며 극복하려는 의지에 대해 구구절절 읊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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