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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 강령 이후 히포크라테스 전통 무너져

AMA 강령 이후 히포크라테스 전통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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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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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직업윤리와 규범의 역사와 사례
장동익(공주대 교수·윤리교육과)

 

의사의 직업윤리와 규범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시작했으며, 이는 오랫 동안 의사의 도덕적 금언으로 애용됐다. 고대는 물론 현대에 들어서조차도, 의사의 직업윤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재해석한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장동익(공주대 교수·윤리교육과)

아직도 많은 의과대학이 졸업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하고 있다. 그만큼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사의 직업윤리와 규범에 미친 영향은 강력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료윤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대의 상당수 의료윤리 규약들은 히포크라테스 전통에 따르고 있지 않다.

더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형성돼 적용되던 문화적 맥락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 의해 이뤄진 의료윤리 규약들이 속속 선보였으며,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추구하는 의료적 이익과 전혀 다른 의료적 이익을 주장하는 관점이 등장했다.

히포크라테스 전통을 이어받은 최초의 현대 의료윤리 규약은 퍼서벌의 의료윤리 규약이다. 이 규약을 제정한 목적은 의사의 직업 윤리적 특성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의사들을 중재하려는 것이었다.

1790년대에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장티푸스와 발진티푸스 감염병이 창궐하면서 식이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그리고 약에 관한 일에 종사하는 약제사들은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싸웠다.

왜냐하면, 이 감염병은 이들이 다룰 수 있는 영역과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의료 윤리 규범의 필요성을 절감한 의사들은 훌륭한 교육을 받고 의학적 능력도 뛰어난 신망이 두터웠던 퍼서벌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물론 이 규약은 의사의 권리가 아니라 환자에게 이익을 주어야 할 의사의 의무를 강조했다. 그러나 환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다음은 미국의사협회 강령이다. 19세기 초 미국에 여러 의학 학파들이 있었다. 이 학파의 구성원들은 진정한 의학의 의미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등했다. 그러다 정규교육을 받은 의사 면허를 가진 집단이 엉터리 진료에 대항하고 투쟁하기 위해 미국의사협회(AMA)를 설립했다.

그리고 히포크라테스적 전통을 강조하면서 퍼서벌의 규약의 전체 내용을 받아들여, 환자에 대한 이익을 의사의 의무로 강조하는 윤리 규범을 제시했다. 이 윤리 규범은 사회 전체에 대한 의사의 의무가 있음도 천명했다.

이런 내용은 히포크라테스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 미국의사협회 윤리강령은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전통에서 벗어나게 된 첫 발걸음이다.

제네바 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후 나치 집단 수용소에서 자행한 의학 실험을 배상하기 위해 하나의 규범이 필요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원리를 약간 수정했을 뿐 그 핵심 문장은 여전하다.

환자가 치료와는 다른 어떤 그 밖의 고려 사항이 중요하다고 여길 때,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개선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해 의사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르는 의사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화된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제네바 선언 이후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관계를 끊은 의료윤리 규범들이 나타났다.

제네바선언 이후 의료윤리 규범 출현

첫째, 1946년 제정한 뉘른베르크 규약이다. 이 규약은 제네바 선언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나치의 집단 수용소 수감자들에게 행한 고통스럽고도 치명적인 실험에 대해 나치 의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다.

일부의 독일 의사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포로나 유대인 억류자들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해로울 수 있는, 심지어 죽을 수도 있는 실험 연구를 했다. 이에 따른 반성으로 '뉘른베르크 규약'은 충분한 정보에 의거한 동의 개념을 최초로 언급했다.

환자는 의사가 제안된 것과 관련된 사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둘째, 세계의학협회 국제의료윤리헌장은 환자에 대한 결정이 이윤을 추구하려는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환자와 자신의 동료에게 정직해야 하며, 능력 없고 비도덕적인 의사를 찾아 밝혀내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에게 충실하고, 모든 의학지식과 자원을 제공해야 하며,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 AMA의 의사윤리에 관한 규범은 환자에 대한 이익을 의사의 의무로 강조하고 사회 전체에 대한 의무가 있음을 천명했다. 사진은 의사면허수여식에서 의사윤리강령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셋째, 헬싱키 선언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명의료연구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실험 대상이 된 인간의 이익이 과학과 사회의 이익보다 언제나 선행해야 한다는 원리를 내세웠다. 또한, 어떤 연구이든지 실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근거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넷째, 리스본 선언은 환자의 권리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환자는 의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있다.

다섯째, 시드니 선언은 사망 결정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학적 관심은 고립된 세포들의 보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운명을 보존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장기 이식을 위한 사망 결정은 장기 이식과 관련되지 않은 두 명의 의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섯째, 오슬로 선언은 낙태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태아의 생명에 대한 태도는 다양할 수 있으며, 이런 다양한 태도는 존중해야 할 개인적 신념과 양심의 문제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치료를 위한 낙태는 허용했다.

일곱째, 도쿄 선언은 의사는 고문이나 다른 형태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리는 과정을 지지하거나 묵인하거나 참여하는 것을 명백하게 금지했다.

'의사 권리'에서 '환자 권리'로…

의사의 직업윤리와 규범의 영역에서 히포크라테스 전통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대한 도전은 세 가지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도전은 이익이 평가되는 방식이 제기됐다. 환자는 이익에 대한 의사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환자에게 주어야 할 이익은 오로지 의사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의사와 많은 환자는 이러한 의사에 의한 판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 도전은 이익이 다른 종류의 도덕적 의무와 상충하는 경우에서 이뤄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환자에 이익을 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환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른다면 환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과 환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간의 상충을 해명할 수 없다. 최근에는 환자의 권리에 대한 문제, 즉 '진실을 알 권리'·'자율성 존중의 권리'·'약속이 지켜질 권리' 등을 강조한다. 심지어 '죽을 권리'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은 사회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상충할 때 이뤄졌다. 환자의 개인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상충하면 반드시 그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뇌사자의 무의미한 생명 연장은 그 뇌사자에게 이익일 수 있다. 그러나 뇌사자의 생명을 단순히 연장하는 것은 비용과 보살핌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가족에게는 극심한 고통이 될 수 있다. 또한, 뇌사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의료 시설과 비용은 사회에도 피해가 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자각은 의사의 의무가 아니라 환자의 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의사의 직업윤리와 규범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이념에서 멀리 비켜서 있게 요청했다. 그리하여 현대의 어떤 의료규범이든 환자의 권리를 가장 우선하는 주제로 여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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