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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에 명의 빌려준 의사 요양급여비 환수 적법

한의사에 명의 빌려준 의사 요양급여비 환수 적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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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한의사, 의사 명의로 의원 개설 땐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위반
1심 "동일하지 않은 추가 사유 불인정" 환수 취소...2심 "원심 파기" 뒤집어

▲ 서울고등법원 전경
비의료인은 물론 한의사(의료인)도 의사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1억 8490만 원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2016누40841)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했다. A씨의 청구 역시 기각했으며, 소송비용도 부담토록 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건물에 B한방병원과 C의원이 문을 연 것은 2002년 3월.  A씨는 2005년 11월 8일 C의원 개설자로 2006년 9월 1일까지 운영했다. C의원 개설자는 2009년 9월 1일 D로, 2009년 1월 14일 E로, 2010년 6월 1일 F로  변경됐다.

의정부경찰서장은 2013년 7월 10일 B한방병원과 C의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이라며 행정처분을 의뢰한다고 통보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4월 30일 A씨에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이 원고의 명의를 빌려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한 요양기관에 해당한다"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의사 A씨가 개설자 명의로 돼 있는 기간(2015년 11월 8일∼2006년 9월 1일) 동안의 요양급여비용 1억 8490만 원을 환수한다고 통보했다.

1심에서는 2002년 3월경 B한방병원과 C의원이 개설될 무렵 한의사인 ▲▲▲의 남편 G씨(비의료인)가 상당한 액수의 금원을 투자한 점, 한방병원에서 의원 임대료 등을 모두 부담하고, 의원에 별도로 원무과를 설치하지 않은 채 한방병원 원무과 직원이 의원의 원무도 함께 처리하면서 물적·인적 자원을 받아 운영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한방병원 개설자 명의가 2005년 10월 17일경 ◎◎◎로 변경된 이후부터 ◆◆◆을 거쳐 2008년 7월 9일경 □□□로 변경될 때까지 투자자인 G씨측은 ◎◎◎나 ◆◆◆로부터 한방병원 수입·지출에 관한 계좌거래 내역만을 제공받아 확인했을 뿐 직원의 채용이나 수익 관리 등 한방병원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고, B의원은 G씨측과 직접접인 관계를 맺지 않았다며 2008년 7월 9일 이전까지는 G씨측에서 한방병원이나 의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도 2008년 7월 9일 이전에 한방병원을 운영한 ◆◆◆나 A씨 다음 의원 개설자인 D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을 한 점, 2008년 7월 9일 이후 한방병원 및 의원 개설자에 대해서만 기소한 점을 들어 2005년 11월 8일∼2008년 9월 1일에도 G씨 측이 한방병원과 의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설령 G씨가 이 사건 의원을 개설·운영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의사인 ▲▲▲ 한방병원장에 의해 개설·운영됐다"며 환수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래의 처분 사유와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유를 처분 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환수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고법의 판단은 달랐다.

고법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혹은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해 그 기초인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대법원 판결(2009두15586, 2009년 11월 26일 선고)을 들었다.

고법 재판부는 "A씨가 2005년 11월 8일부터 2006년 9월 1일까지 의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고용돼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의료행위를 한 후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면서 "이 사건 처분사유의 본질적인 부분은 A씨가 의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라며 "의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한의사인지 비의료인인 G씨인지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법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9도2629, 2011년 10월 27일 선고)를 인용,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했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면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한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으로 제한돼 있는바, 위와 같은 법리는 양방병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한의사가 의사를 고용해 그 명의로 양방병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규정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경우란 요양기관이 보험급여 비용을 받기 위해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해 보험급여 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구해 지급받은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는 대법원 판결(2008두3975, 2008년 7월 10일 선고)을 들어 "원고는 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던 한의사 ▲▲▲에게 고용돼 이 사건 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2005년 11월 최초 개설 명의자에게 인수대금 2000만 원을 현금으로 주고 양수했다거나, 2006년 9월 인수대금을 받지 않는대신 2000만 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D씨에게 양도했다는 주장 역시 증거와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 한방병원장이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 "양·한방 협진을 위해 물리치료실·방사선실·임상병리실 기계 등 의료설비를 마려해 주고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의 기본 수익을 보장하되 그 이상의 수익이 있으면 더 가져갈 수 있도록 약속한 후 A씨를 B의원 원장으로 초빙했다"는 진술에 주목, 실질적인 경영자는 ▲▲▲ 한방병원장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고법 재판부는 "양방병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한의사가 의사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이고,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공단은 A씨를 상대로 의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에 상당한 금액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14두 45420, 2015년 3월 20일 선고)를 들어 환수처분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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