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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국민 건강 심각한 위험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국민 건강 심각한 위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0.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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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학회·당뇨병학회·비만학회·영양학회·지질동맥경화학회 입장 발표
비정상적 식사법 판단...균형 있는 식단과 활동으로 적정 체중 유지해야

▲ 모 방송을 통해 소개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방송 화면 캡처>
의학·영영학 전문학회가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소개,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에 대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언론에서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법이 체중감량뿐 아니라 혈당 조절·지방간 개선·중성지방 감소와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에 효과적이라고 보도하면서 버터 품귀 현상과 삼겹살 소비가 늘어나고 실정이다.

대한내분비학회·대한당뇨병학회·대한비만학회·한국영양학회·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는 일상적인 식단에서 탄수화물 과다섭취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 탄수화물을 전체 칼로리의 5∼10% 정도로 줄이는 대신 지방 섭취를 70% 이상으로 늘리는 비정상적인 식사법"이라며 "마치 탄수화물과 지방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과 행동을 몰아가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학회는 "지방 중에서도 특히 포화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비정상적인 고지방식을 할 경우 다양한 음식 섭취가 어려워져 미량 영양소의 불균형과 섬유소 섭취 감소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지방 섭취와 섬유소 섭취 감소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몸에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고 우려한 5개 학회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산이 증가하면 몸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근육과 뼈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줄이면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몸에 유익한 복합당질이 우선적으로 제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의학 및 영양학 전문가단체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균형이 잘 잡힌 식단으로 적정 칼로리를 유지하는 것이 비만과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인 의료진이 직접 방송 출연,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법 경험을 성공담으로 소개하면서 시청자가 더 믿고 따르도록 오도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건강한 식단 위한 3가지 실천 사항 권고
5개 전문학회는 국민 건강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대신 '건강한 식단을 위한 3가지 실천사항'을 권고했다.

첫째, 자기자신의 식사습관을 정확히 파악할 것을 권고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이를 각각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 식단은 탄수화물 비중이 평균 65% 수준이지만 젊은 연령대는 탄수화물 비중이 낮고 지방 비중이 높은 반면, 고연령층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

탄수화물 섭취는 65%, 지방섭취는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몸에 좋지 않은 단순당과 포화지방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5개 학회는 "최근 설탕·음료류·아이스크림 등 단순당 섭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탄수화물의 경우, 단순당의 섭취를 줄이고 전곡류와 같이 식이섬유를 비롯한 영양성분이 풍부한 탄수화물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셋째,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으로 치료 중인 환자는 식사 방법을 선택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 5개 학회는 "당뇨병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가 갑자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저혈당을 초래해 문제가 될 수 있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며 "이러한 환자들은 식사 방법에 대해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고, 오히려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5개 학회는 "'열량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 늘리기'를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만이 비만과 다양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건강 식사법"이라며 "다른 묘법이나 쉽게 할 수 있는 편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역사적 논란

지방 섭취에 대한 논란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3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안셀 키즈 교수는 고지방식이 심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1956년 미국심장학회가 저지방식을 권고한 이후, 미국에서는 비만예방 및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저지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미국인의 식단에서 지방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오히려 비만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자 저지방식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애킨스 다이어트'인 저탄수화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00년대에는 저탄수화물식과 저지방식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초반의 단기간 체중감량 효과는 저탄수화물식이 조금 더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지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중감량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열량 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의 경우 시행 초기 단기간에는 체중감량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조기 포만감을 유도해 식욕을 억제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종류가 제한되면서 섭취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도의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를 지속하기가 매우 어려워 실제 연구에서도 중단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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