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부터 발급까지 인력·행정소모 상당...행정적 보상필요
의료계 "소비자 알 권리 핑계로 결국은 실손보험 위한 것" 비난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 회의'를 열었다. 심평원은 복지부 업무위탁으로 비급여 표준화 작업과 함께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도 수행 중이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총 7차례에 거친 회의에도 복지부와 심평원, 의약단체 및 소비자단체는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핑계로 결국은 실손보험을 위한 것이 아니냐"라며 "장기환자나 입원환자의 내역은 더욱 복잡하다. 관련 시스템이 바뀌며 신청부터 발급까지 의료기관 업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행정적 보상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빅5나 대형병원에서는 이미 발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 잘하는 곳은 기존 시스템대로 했으면 한다. 굳이 법개정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권고사항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다. 식당에서 계산 후 영수증을 받는 것과 똑같은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떤 항목과 서식이 들어갈지를 두고도 논박은 이어졌다. 항목과 명칭, 가격과 코드를 두고 의료계와 소비자 생각은 달랐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국민이 급여코드까지 알아야 하느냐"란 입장이나 소비자는 "국민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코드를 알아야 비급여와 급여를 조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합의점을 찾기 어렵자 "차라리 정부에서 서식을 일괄적으로 정해달라"는 요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를 위탁수행할 심평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의견을 들었다. 각자의 일리가 있어 고민 중이다. 의료기관으로서는 발급에 드는 부담이 없어야 하고, 국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진료받은 내역을 자세히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여러 의견들이 아우러지는 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현재로써는 진료비 세부내역서 발급에 따른 의료기관 보상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다시 한 번 논의한다는 계획이나 권익위원회 권고처럼 연내 개편안을 마련하기에는 빠듯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