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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 지난 리베이트 행정처분...법원 "위법"
3년 6개월 지난 리베이트 행정처분...법원 "위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0.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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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 리베이트 연루 의사 5명 '기사회생'
서울행정법원 "보건복지부, 행정절차법 위반"

▲ 서울행정법원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행정처분을 한 것은 행정절차법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13일 A씨를 비롯한 의사 5명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2015구합81294)에서 행정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5년 전인 2011년 6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이 K제약의 '시판후 조사'(Post Marketing Surveillance, PMS)와 관련한 리베이트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K제약이 전국 병의원과 약국 등 의·약사 376명(의사 319명)에게 30억 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관련 부처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당시 K제약 대표와 의약품 홍보대행사인 B사 대표는 2011년 10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2011고합626)을 선고받았다. K제약 대표는 이에 불복,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유죄로 인정, 2012년 12월 27일 판결이 확정됐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K제약등의 사건이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 28일) 이전에 벌어진 일임에도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1∼2월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약사에게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할 예정이라는 사전통지를 했다.

이에 대해 A씨를 비롯한 의사 5명은 2012년 2월 17일부터 3월 16일 사이에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3년 6개월여가 지난 2015년 9월부터 10월까지 이들 의사를 대상으로 2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를 비롯한 의사 5명은 의견을 제출한 때로부터 3년 6개월이나 지나서야 행정처분을 한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전문조사기관인 B사로부터 시판 후 조사(PMS)를 수행하고 대가로 받은 것이므로 K제약이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개별 의사들의 의견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행정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은 침해적 처분의 상대방에게 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의견 제출 기회등을 부여하고, 행정청은 이를 통해 처분과 관련된 문제 상황(사실관계 및 이해관계)를 명확히 파악해 적정한 처분을 내리도록 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해당 처분이 지연되지 아니하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는 상대방의 법적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처분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고, 분쟁의 조기 해결,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보장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행정청은 의견제출등을 거친 후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곧바로 처분을 하여야 하고, 그 의무를 위반한 결과 해당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상대방의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면 그 처분은 취소 사유에 이를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2조 제5항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K제약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사들 수가 많아 피고가 별도의 조사를 하거나 처분의 필요성을 판단할 자료를 수집하는 등 내부적인 절차를 거친다면 실제 처분이 이루어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볼 여지는 있기는 하나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는 등 '사실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처분을 한 것은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 5명의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 변호를 맡은 이종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행정절차법에서는 행정처분 사안이 발생했을 때 즉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청문절차까지 다 마친 후 3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행정처분을 했다"면서 "국민에게는 제소 기간을 90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면서도 즉시해야 하는 행정처분을 3년 넘게 하지 않고 있다가 처분하는 것은 행정절차법의 기본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시판 후 조사(PMS)는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고, 약사법 시행규칙에도 명시돼 있는 정상적인 행위"라면서 "시효규정을 두지 않은 채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행정처벌을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행정절차법 위반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한 첫 사례"라며 "행정청은 이해 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처분과 관련된 사실관계와 이해관계를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부당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당한 연구용역비나 시판 후 조사의 대가까지 부당하게 처분해서는 안된다"며 "의협은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회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문제는 개선할 수 있도록 꾸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2011년 8월 시판 후 조사와 관련해 의사 C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1두938)에서 "제약사와 의약품 시판 후 조사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 금품을 받은 의사에 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취소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검증 절차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 PMS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것.

대법원은 "의사 C씨가 제약사에서 용역비로 받은 금전은 의약품을 선택·사용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부당하게 수수한 금품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C씨의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했음을 이유로 행해진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관찰 연구의 목적이 계절적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돼 있고, 검증절차를 거치기도 했다"면서 "연구결과에 대해 식품의약청안전처 등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 점에 비추어 보면 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PMS 사건에서 대법원은 제약사로부터 조영제 사용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죄) 등으로 기소된 의사 D씨 등 6명에 대한 상고심(2010도10290)에서 배임수죄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PMS를 통해 임상에서 조영제에 대한 유효성과 부작용, 다른 약물과 병용했을 경우의 특이성 등 문헌에 의한 간접적인 경험이 아니라 직접 환자의 병상 진행경과를 살펴보면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므로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시판 후 조사 계약을 통한 증례보고서는 적정하게 작성돼 수거됐고, 일부 부작용은 보건당국과 학계에 보고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은 PMS 연구용역계약이 의약품 납품에 관한 부정한 청탁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조건으로 제약회사 등의 입장에서 △연구목적의 적정성 및 필요성, 조사증례수 및 증례보고서가 연구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 △조사기관(병원) 선정방식의 적정성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유무 △해당 의약품의 선택 및 사용량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의 유무 △연구의뢰와 의약품의 판매 간 관련성 유무를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 입장에서는 △연구 목적의 필요성 △연구 수행과정과 방법의 적정성 및 결과의 충실성 △연구대가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로부터 골프접대·회식비 지원 등을 받은 데 대해서는 배임수재죄를 인정했다. 기소된 의사들이 모두 조영제의 계속 사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고, 단순히 1회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제약회사로부터 명절 선물과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단순한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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