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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페리돈 갈등, '오프라벨 처방' 논란으로 확산

돔페리돈 갈등, '오프라벨 처방' 논란으로 확산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10.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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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B 없는 의원급, 사실상 '허가외 사용' 금지
유럽·미국·일본·호주 등 '의사 재량'에 맡겨

돔페리돈을 둘러싼 국회의원과 의료계의 갈등이 의약품의 오프라벨 처방, 즉 '허가외 사용'에 대한 규제 적정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산부인과에서 처방되고 있는 돔페리돈이 산모와 신생아에게 심장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국내 처방의 대부분인 30mg 저용량 돔페리돈은 심각한 유해 사례 보고가 없다"고 반박하고 이와 함께 "캐나다, 유럽 등의 여러 나라에서는 저용량 돔페리돈을 소화기 증상 조절 및 최유제로 처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모유수유의사회도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돔페리돈이 젖양이 부족한 수유모에게 젖양은 늘리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전 의원 은 돔페리돈의 국내 허가사항은 '오심, 구토 증상의 완화'이지 최유제(모유 촉진제)가 아니라며 "편법 비급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는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17일 성명을 내어 "그동안 의사들에 의해 안전하게 처방돼왔던 약을 '허가외 사항'이라는 이유로 의사의 잘못으로만 발표하는 것은 산모와 의사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돔페리돈 부작용 문제로 촉발된 논란의 불씨가 의약품 오프라벨 처방의 타당성 여부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의료계는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허가외 처방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허가외 사용은 보건복지부 고시인 '허가초과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특히 비급여 사용 승인을 할 수 있는 요양기관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설치된 요양기관으로 한정돼 있어 사실상 의원급 의료기관은 오프라벨 처방에서 배제돼 있다. 

▲ 의약품 허가외 사용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 시스템 (자료=약학회지 제58권 제2호 중 '의약품 허가외사용 관리 체계 발전 방안')

올 초 불거진 아바스틴 논란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대장암 치료제인 아바스틴을 안과 개원가에서는 2006년부터 황반변성 치료제로 사용해왔는데 2014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바스틴을 대장암 적응증에 대해 보험급여 약제로 전환하면서, IRB가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아바스틴 황반변성 치료가 불법 임의 비급여로 돼 버린 것이다.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외국의 사정은 국내와 많이 다르다. 2014년 약학회지에 실린 '의약품 허가외사용 관리 체계 발전 방안'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의원급 외래 처방 중 21%가 허가외 사용에 해당한다. 호주 아동병원 9곳에서 내려진 모든 처방전의 60%, 시드니 의과대학부속병원 외래환자 처방전의 26%가 허가외 사용으로 보고됐다.

이들 국가에서 오프라벨 처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의약품의 허가외 사용을 의사 재량에 상당 부분 맡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 일본, 호주 등은 허가외 처방을 의사의 자율에 두고 있다. 처방 후 사후 관리에만 부작용 보고 시스템 등을 통해 국가가 개입한다.

구체적으로 유럽의 경우 허가외 사용에 대해 사전 승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도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라면 허가외 사용이 가능하다. 호주 역시 사전신청 승인제도가 없다. 일본 또한 의사의 재량에 따르는 것이 원칙인데,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선진국 중 최소 한 국가에서 승인된 허가외 사용의 경우 학회나 환자단체의 요청이 있으면 '공지신청'을 통해 임상시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새롭게 실시하지 않고 효능·효과 등 승인이 가능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돔페리돈을 모유수유 촉진 목적으로 처방하면 거의 모든 나라가 의사의 재량권을 존중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의사를 불법자로 몰아붙인다"며 "왜 같은 목적으로 같은 약을 처방했는데 오직 우리나라 의사들만 불법자 취급을 받고 비난받아야 하나"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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