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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혈압학회, 어떤 내용 논의했나?
세계고혈압학회, 어떤 내용 논의했나?
  • 정리=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0.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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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특별기획-세계고혈압학회 톺아보기
▲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주최 : 의협신문·Doctorsnews
·일시 : 2016년 9월 28일 오후 3시 30분~4시 30분
·장소 :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2층 비즈니스센터

<진 행> 박정배 단국의대 교수(제일병원 순환기내과)
<참석자> 성기철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박성하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현창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
이정환 기자(의협신문 취재팀)

제26차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9월 24∼29일까지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세계고혈압학회(ISH)·아시아태평양고혈압학회(APSH) ·대한고혈압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고혈압 및 심혈관계 질환을 다뤘다.

이번 서울 대회에는 'Working together for better BP control and CVD reduction'을 주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중국고혈압연맹, 유럽심혈관연구위원회 등 세계적인 유관 기관 및 학회들과의 공조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의협신문>은 가장 규모가 큰 국제학술대회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주목받은 최신지견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됐던 주요 주제에 대해 정리하고, 이슈가 됐던 HOPE3 연구와 SPRINT 연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치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을 학술대회에 참여한 교수들을 초청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선언, 2025년까지 심혈관질환 사망 25% 줄이자

▲ 진행 박정배 단국의대 교수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박정배: 한국에서 열린 2016 세계고혈압학회에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주로 논의됐던 내용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먼저, '서울선언'에 대해 박성하 교수께서 정리해 주면 좋겠다.

박성하: WHO는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조절됐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은 비 감염성 질환인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이다.

암은 예방이 어려우므로 WHO는 예방이 가능한 심혈관질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금연·절주·운동·혈당 조절 등을 권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혈압의 조절이다. 서울선언은 2025년까지 고혈압을 적극 조절해 심혈관 사망률을 25% 줄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선언은 WHO와 세계고혈압학회와(ISH) 공동 선언문 형태로 채택됐으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강의와 토론이 학회에서 진행됐다.

박정배: 서울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WHO와 ISH가 공동으로 협력하는 사업에 대한 발표는 없었나?

박성하: 두 기관이 동의하는 선언문만 우선 발표한 것이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사업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WHO는 중국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세계고혈압학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와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김현창: 서울선언은 2025년까지 NCD(non-communicable disease)를 25% 예방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으로 보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better BP control)을 통해 심혈관질환, 더 나아가 전체 만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자는 취지의 선언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학회에서 만성 질환의 예방 전략과 역학 자료를 비중 있게 다룬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30년 간 뇌혈관질환이 70% 이상 감소했고 심장질환도 현저히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혈압 환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혈압 조절을 잘 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목표 혈압까지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 비율이 5%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비율이 60~70%로 크게 향상됐고, 이에 따라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이 감소한 것이다.

많은 외국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성과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 조절률이 좋아지고 있으나, 저소득국가에서는 고혈압 조절률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심뇌혈관질환 사망의 대부분이 중진국과 후진국에서 발생하는데, 저소득국가에서 고혈압 조절률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처럼 고혈압 관리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환자의 나이,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고혈압 치료지침을 고민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복잡한 치료지침보다 당장 낮은 고혈압 조절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단순하고 비용효과적인 전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 새로운 내용 없었다

박정배: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와 관련 주요 이슈는 무엇이었나?

성기철: 이슈가 됐던 SPRINT 연구에 대한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접했던 내용이라 새롭게 주목할 필요는 없었다.

HOPE3 연구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전체 심혈관 사고 발생률은 1% 정도 차이가 있었는데, 동양인에서는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질문했을 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그 차이가 0.9% 정도였다. 따라서 임상 연구를 근거로 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우리나라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시키기 보다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인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실제 임상에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박정배: HOPE3 연구에는 동양인 피험자가 40% 정도 포함돼 있는데, 이에 대한 sub-analysis가 없다는 점이 의아하다.

▲ 성기철 교수는 소금 섭취량을 측정하는 방법 자체에 대한 논란과 함께 소금섭취량과 심혈관 사고 간의 상관 관계를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적응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성기철: HOPE3 연구 supplement에는 중국인에 대한 분석 결과가 포함돼 있다. 중국인의 경우 로수바스타틴 투여군의 심혈관 사고 발생률이 약 2%, 대조군은 3% 정도로 0.9%의 차이를 보였다.

서양인에서는 그 차이가 1.8%였다.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는 20~30% 정도인 것으로 보고됐으나, 이를 근거로 모든 환자들에게 이 약을 어떻게 써야 할 지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정배: 지금까지 진행된 대규모 임상 연구인 ACCORD·ADVANCE·SPRINT·HOPE3 연구등을 종합해 환자 특성이나 위험도에 따른 치료 전략이 제시된 것이 있나?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 고혈압 전 단계에 있는 환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성하: HOPE3 연구는 고혈압을 주제로 한 연구가 아니었지만, 이 연구를 통해 SBP 143mmHg이상인 환자에게만 고혈압 치료제를 투여해야 의미 있는 심혈관 사고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혈압학회 차원에서 HOPE3 연구에서 취해야 할 점은 고혈압 치료제는 아직도 SBP 140mmHg 이상인 환자에게만 투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개정된 캐나다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고혈압 정의는 SBP 130mmHg 이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SBP 130mmHg는 의사가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조용한 방에서 5분 이상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자동 혈압계로 3회 연속 자가 측정하는 혈압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 가이드라인은 의사가 직접 측정한 SBP 140mmHg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역시 의사가 측정한 혈압은 14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정의하도록 했다.

50세 이상 심혈관 고위험군, 75세 이상 고령 환자, 만성 신장 질환 환자는 캐나다 고유 방식으로 자가 측정한 SBP 120mmHg, 의사가 측정한 혈압 13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SPRINT 연구 결과를 각 나라에 적용할 때에는 고유의 혈압 측정 방식과 진료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SPRINT 연구 피험자와 동일한 조건의 환자에 대한 진료 지침은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에게까지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성기철: SPRINT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각종 자료에서 이 연구에서 피험자들의 혈압을 어떻게 측정했는지 자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SPRINT 연구에서 SBP 130mmHg은 다른 연구에서 140mmHg 이상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SPRINT 연구 결과를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SPRINT 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박성하: 참고로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 혈압을 직접 측정할 때와 환자를 혼자 조용히 5분 이상 두고 스스로 3회 이상 혈압을 측정하도록 할 때 SBP는 5~10mmHg 정도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서 캐나다 방식으로 측정하는지 기존의 방식으로 측정하는 지에 따라 SBP는 10mmHg까지도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학회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됐던 내용이다.

이번 세계고혈압학회에서는 '미래의 고혈압 치료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IT 기반 치료와 빅테이타 분석은 ISH와 우리나라 모두 피할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IT를 접목시킨 고혈압 치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박정배: HOPE3 연구의 메시지는 혈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은 환자에게만 고혈압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고,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들은 이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콜레스테롤이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박성하: 이번 학술대회에서 스타틴에 대해 많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HOPE3 연구는 중등도 위험 환자에게도 스타틴을 투여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성기철: HOPE3 연구와 SPRINT 연구의 혈압을 어떻게 매칭시킬 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을 것 같다.

김현창: HOPE3 연구와 SPRINT 연구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SPRINT 연구는 언제부터 치료를 시작해서 어느 정도까지 혈압을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더 낮은 목표 혈압을 설정해야 효과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목표 혈압까지 조절되지 않는 환자도 많지만, 가능하면 낮은 목표 혈압을 설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SPRINT 연구는 목표 혈압까지 조절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한 연구는 아니다. 즉, 목표 혈압을 낮게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과 실제 그러한 목표 혈압까지 도달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박정배: 의사 입장에서는 고혈압 치료를 언제 시작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주제이고, 치료를 시작한다면 어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목표 혈압을 따를 것인지도 중요하다.

박성하: HOPE3 연구는 엄밀한 의미에서 고혈압 임상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학회에서 비중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단, 이 연구의 중요한 메시지는 Candesartan/Thiazide 투여 시 심혈관 사고가 감소한 환자는 혈압이 상당히 높았던 환자였다는 점이다.

또 이 연구에서는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 가이드라인에 의한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스타틴을 투여했는데, 연구결과 대로라면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게도 스타틴 투여를 고려해야 함을 제시했다. 그러나 HOPE3 연구는 고혈압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아님을 다시 한번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박정배: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HOPE3 연구와 SPRINT 연구 결과의 해석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박성하: 두 연구는 피험자 선정 기준 자체가 전혀 다르므로 연구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김현창: HOPE3 연구와 SPRINT 연구는 연구 방법과 목적 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충되는 결과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성기철: SPRINT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할 때와 통상적인 방법으로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 결과치가 다르므로, 어떻게 혈압을 측정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각 병원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하는데, 이를 어떻게 통일하는 것이 좋을 지 논의가 필요하다.

▲ 혈압 조절이야말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있어서 비용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박성하 교수가 다시 한 번 강조 하고 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박성하: SPRINT 연구 시험군의 평균 SBP는 121.5mmHg였는데, ±5mmHg 정도의 오차를 감안할 때 평균 혈압 130mmHg 미만인 피험자를 대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50세 이상의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 Framingham risk 15% 이상인 환자, 단백뇨가 거의 없는 만성 신질환 환자(1일 알부민 배설량 1g 이상인 현성 단백뇨 환자는 배제했음) 및 75세 이상 고령 환자의 목표 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면 심혈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참고로, 이러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환자는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고혈압 환자의 12%를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나머지 80% 이상의 고혈압 환자는 SPRINT 연구 피험자와 선정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다. 또 HOPE 3 연구와 SPRINT 연구 등을 종합해 볼 때 SBP 140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번 세계 고혈압 학회에서는 2025년까지 심혈관 사망률을 25%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소금 섭취 제한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소금 섭취량과 심혈관 사망률 간 J-curve가 존재한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소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연구는 아침 소변 중 소금 농도로 24시간 동안 배출되는 소금의 양을 환산하는 계산 방식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산식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소금 섭취량, 심혈관 사망률과의 연관성 결론 못내려

박정배: 소금 섭취량이 얼마 이하일 때부터 심혈관 사망률이 증가하는가?

박성하: 그 연구에서 소금 섭취량을 계산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분석 결과 J-curve가 보였다면 그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금 섭취가 많은 편이므로 심혈관질환을 증가시킬 정도로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하루 소금을 12g 섭취하는 사람이 3~4g 정도 줄인다면 심혈관 사고 예방에 분명 도움이 된다. 소금 섭취량 5~6g일 때부터 심혈관 사망과 관련이 있었다. 5~6g은 통상적으로 라면 1봉지에 들어있는 소금의 양이다.

또 진료실에서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 환자가 약 30% 정도되므로, 환자의 혈압 측정 결과를 해석할 때 이를 참고해야 한다. 혈압은 하루 중에도 계속 변화한다. 진료실에서 특정 시간에 측정하는 혈압과, 가정에서 아침/저녁으로 측정하는 혈압, 24시간 측정한 평균 혈압의 차이가 클 수도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혈압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IT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전문가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현창: 혈압 측정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현 상태에서 전문가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기기가 개발되면 이를 환자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근거 자료를 토대로 학회 차원에서 정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박정배: 캐나다에서는 지난 1년 간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새로운 권고안이 매년 발표된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다.

성기철: 우리나라의 혈압 조절률이 빠른 시간 내에 크게 향상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 김현창 교수(사진 오른쪽)는 혈압측정 비용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의사들에게 혈압을 잘 측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김현창: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우수한 고혈압 치료제들이 널리 쓰이게 됐고, 의약분업 실시에 따라 고혈압 관리를 위해 더 자주 의사를 만나야 하는 제도적 변화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1990년대 후반부터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실시되어 관련 빅데이터가 마련됐고, 환자 교육도 적극 실시하게 됐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성기철: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요인이 있을까 해서 질문을 드렸다.

박성하: 우리나라 의사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기여했을 것이다.

성기철: 한 가지 의견을 드리자면, 혈압을 바르게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혈압 조절률을 논하는 것은 자를 엉터리로 만들고 길이를 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올바른 혈압 측정 방법에 대해서 꾸준히 홍보하고 알려야 한다.

김현창: 최근 혈압 측정의 비용 효과성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특정 검진 방법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거의 유일하게 혈압을 측정하는 검사가 비용 효과적이었다. 왜냐하면 혈압을 측정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혈압 측정 비용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의사들에게 혈압을 정확하게 잘 측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심혈관 질환 예방 위해 혈압 조절이 가장 효과적

박성하: 환자 스스로가 본인이 왜 혈압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 혈압 조절임은 너무나 명백하다. 특히, 젊은 환자일수록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임의 중단하는 비율이 높다. 이번 세계고혈압학회 등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조절에 대한 좋은 정보들이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박정배: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혈압 조절임을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다.

박성하: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조절하더라도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당뇨병은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치료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이르는 길이고, 고혈압을 조절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이 충분히 입증돼 있다.

Framingham risk score,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건가?

박정배: Framingham risk score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 첫째, 우리나라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와 Framingham risk score가 미국인들에게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고, 최근에는 예측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1~2가지 biomarker를 더 고려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중일 조인트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주제 중 하나로,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자료를 반영한 예측 모델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으면 한다.

김현창: Framingham risk score가 미국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박성하: 중국 내에서도 지역마다 뇌졸중 발생률 차이가 최대 10배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자료를 검토할 때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박정배: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3국의 BMI가 비슷하다.

박성하: 그렇지만 고유의 심혈관 위험과 생활 습관의 차이가 너무 크다.

박정배: 서양인은 BMI의 폭이 매우 넓지만 동양인은 그에 비해 평균 BMI가 적고 폭이 좁다. 따라서 동양인을 위한 위험도 평가 도구를 만든다면 정확성과 예측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성기철: Framingham risk score 등의 평가 도구를 통해 예측되는 심혈관 사고 발생률과 실제 심혈관 사고 발생률 간 어느 정도의 상관 관계가 있으면 되는 것이지, 정확한 발생률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Framingham risk score가 개발될 당시의 의학 수준과 현재의 의학 수준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현재의 의학 수준을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도 많은 비용을 들여 여러 가지 코호트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위험도 평가 도구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김현창: 우리나라에서 코호트 연구에 본격적으로 예산이 투입된 시기는 2000년대 이후이고, 이를 근거로 한 위험도 평가 도구 개발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에 있다. 이제까지 평가 도구를 개발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치고 조만간 성과를 낼만한 단계에 와 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위험도 평가 도구의 예측력이 높아도 실제로선 고위험군이지만 질병이 생기지 않고, 저위험군이지만 질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혈관의 구조와 기능 등을 반영하는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고자 했으나, 이에 대한 미국의 연구를 보면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생각보다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그나마 예측력이 인정되는 검사가 coronary calcium score 정도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의료비가 크게 다르고 기존 위험도 평가 도구의 예측력이 유용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한 두 가지 지표를 추가하면 예측도를 크게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2010년 AHA에서 발표한 심혈관건강지침은 심혈관질환을 줄이기 위한 7가지 지침(체중·운동·혈압·혈당·식습관·총 콜레스테롤·운동)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은 생선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이 지침에서는 규칙적인 생선 섭취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지침은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행동목표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제시한 목표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정배: AHA의 지침은 2010 Circulation에 발표됐는데, 미국 언론은 이와 같이 중요한 저널에 발표된 자료는 일반인들에게도 적극 홍보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와 같은 홍보가 원활하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다.

국회 등 정부 기관 사이트를 보면 고혈압 유병률을 어디까지 줄여보자 등 다양한 목표가 제시되어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없다. AHA 지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지침으로 보아야 하며, 우리나라도 학회 차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고유의 지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박성하: 지침이 발표된 후 미국의 비만율은 다소 줄었나?

김현창: 그렇지는 않다.

▲ 심혈관질환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고혈압 치료'라는 것을 박정배 교수가 강조하고 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박정배: 2012년 Circulation 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담배감소,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 빈도는 줄어 들더라도 비만과 이상혈당 빈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2006→2020년까지 약 6% 정도만 심혈관 위험 부담이 줄어 들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AHA의 목표인 2020년 20% 감소를 이룰 수 있게 질병 발생 이전부터 예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철: 개인적으로 학회에서 해야 할 일과 질병관리본부에서 해야 할 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학회는 학문적인 전문 자료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업무는 정부로부터 물적·인적 지원을 받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공정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김현창: 미국은 미국인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구 결과가 저널에 발표되면 언론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도 언론의 관심을 받기가 어렵고 대국민 홍보도 어렵다.

최근에는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는 활발한데 그에 비해 고혈압은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국산 신약 Fimasartan에 해외 참가자들 관심 높아


박정배: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새로운 고혈압 치료제인 Fimasartan 임상데이터가 이번 학회에서 발표됐다.

박성하: Fimasartan은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로 주목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심혈관 사고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임상 연구를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약이 해외로 수출도 되고 많은 임상 연구도 진행하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이정환: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박성하: 학회에 대한 해외 참가자들의 반응이 국내 참가자들보다 더 뜨거웠다. 오히려 우리나라 참가자들이 해외 참가자들보다 적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Fimasartan에 대해서는 새로운 약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Fimasartan이 궁극적으로 심혈관 사고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는 진행중이다.

김현창: Fimasartan의 안전성은 어떤가?

박정배: 기존의 ARB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성하: 혈압 강하 효과는 더 우수하다.

새로운 치료제보다 복합제가 각광받고 있다

박정배: 고혈압 치료제는 β-blocker, Thiazide 이뇨제부터 ACEI, CCB, ARB까지 개발됐고, 최근에는 새로운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보다는 기존 치료제의 복합제가 각광받고 있다.

ARB 역시 이뇨제나 CCB와의 고정 용량 복합제(fixed-dose combination; FDC)가 많이 개발돼 있는데, FDC로 투여하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각각을 따로 투여하면서 용량 조절이 용이한 것이 나은가?

박성하: FDC는 용량 조절이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용량으로 개발된 복합제가 많다.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 RAS blocker와 CCB, 이뇨제 투여를 권고하고 있고, 이 약물들로 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는 반드시 Spironolactone을 투여해야 한다. 

단, 고칼륨혈증을 주의해야 하며 Spironolactone을 투여하기 전에 이뇨제를 이용한 혈압 조절을 시도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고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진료 의뢰되는 환자도 상당수이다. 이뇨제를 충분히 투여한 후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때 Spironolactone 투여를 고려한다.

박정배: 이뇨제를 충분히 투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상반응 때문인가?

박성하: 그런 면도 있고 이뇨제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이뇨제를 충분히 투여하면 환자는 자주 소변을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1차 의료기관에서는 혈액 검사를 자주 하기 어려우므로 고령 환자의 Creatinine 증가나 전해질 불균형을 빨리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원칙적으로는 이뇨제를 충분히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정배: Baro-receptor에 작용하는 약물 등 새로운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내용은 없었나?

박성하: Iliac arteriovenous anastomosis에 작용하는 약물에 대한 언급이 있긴 했으나, 아직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다.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이정환: 제약사에서는 최근 다양한 복합제 개발이 활발한데, 이에 대한 논의는 없었나?

박성하: 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FDC 투여를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 각각을 따로 투여하는 것과 FDC로 투여하는 것의 혈압 조절 효과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FDC는 환자 순응도나 약제비 절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용량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은 가이드라인에도 대부분 언급돼 있다.

이정환: 유럽과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이 약간 차이가 있다. 2014년 주요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는데, 최근 SPRINT 연구가 발표되면서 목표 혈압을 더 낮추어야 하는지 개원의들이 고민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번 학회를 계기로 이에 대한 지침을 줬으면 좋겠다.

박성하: 미국 가이드라인은 당뇨병이 없는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은 SBP 130mmHg,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는 SBP 140mmHg이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 위험이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당뇨병이 없는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이 더 엄격하다.

캐나다 교수들은 SPTINT 연구의 피험자 선정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목표 혈압이 향후 130mmHg으로 개정될 것이며, 나머지 80%의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은 근거 자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SPRINT 연구는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이와 같은 고위험군은 전체 고혈압 환자의 15~20%를 차지한다. 이런 고위험군 환자들은 혈압을 130mmHg까지 낮추면 이상반응도 증가하긴 하지만 심부전이나 심혈관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 단, 이 연구에는 동양인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정환: SPRINT 연구의 피험자 선정 기준과 일치하는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기존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기철: 1차적으로 140/90mmHg까지 조절해보고 환자 순응도가 좋고 추가적인 혈압 조절이 가능할 경우 목표 혈압을 낮추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박성하: 고령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이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75세 이상 고령 환자의 혈압을 130mmHg 이하로 낮춰도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메시지다.

김현창: 우리나라 개원의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환자 1인당 진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복잡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한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정배: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세계적인 학회를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기쁘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이런 큰 행사를 통해 고혈압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심혈관질환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또 고혈압 환자 수도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고혈압 치료는 심혈관 사고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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