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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려 박사의 정신이어온 65년 의료봉사
장기려 박사의 정신이어온 65년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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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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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복음병원 의료봉사단

부산에서 해변을 끼고 달리다보면 대한민국 의료봉사 대표 두 분의 이름을 따서 만든 길이 보인다. 이름하여 장기려로와 톤즈거리, 사후에도 늘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와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자리한 고신대복음병원은 이제 부산 지역을 넘어 의료봉사의 성지로서 의료봉사의 한류를 이끌어가고 있다. 임학 병원장을 만나 고신대복음병원의 의료봉사 활동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장기려 박사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의 전신인 복음병원을 세워 26년간 재직하면서 피난민과 가난한 사람들을 진료하고 봉사활동을 펼치며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려왔다.

장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감천로 822m 구간 도로에 장기려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송도성당에서부터 부산혜송학교까지 500m 구간에도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다가 선종한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딴 이태석 톤즈거리라는 도로명이 붙었다.

대한민국 의료봉사 하면 빠질 수 없는 이 두 명의 이름을 딴 도로 끝에는 고신대복음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우물을 파는 기술과 우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다

▲ 임학 병원장

고신대복음병원의 의료봉사는 정확한 지향점이 있다.

"우물에서 숭늉을 떠주는 것이 아니라 우물을 파주고, 다음엔 우물을 파는 기술을 전수하고, 또 우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매년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고신대복음병원은 대한민국 인술의 대명사, 장기려 박사가 초대병원장으로 그의 정신을 오롯이 이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서·산간·낙도지역을 대상으로 매년 5∼6차례 진료 및 약품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또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방송사, 주요 관공서, 복지관 등과 연계해 무료건강강좌를 개최하거나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의료지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국·필리핀·페루·말라위·몽골·베트남·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실로 카자흐스탄 현지에 거점병원을 설립, 해외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난치병 환자들을 초청, 무료 수술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의사·간호사·학생 등으로 이뤄진 해외의료봉사팀은 매년 개인휴가를 반납하고 자비로 참여할 만큼 사명감 투철한 교직원들의 참여가 줄을 서고 있다.

이상준 교수(안과)는 필리핀 뚜게가라오에 전문 의료장비를 기증하고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며 자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영식 교수(내분비내과)는 오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학술 논문의 기초자료를 구성, 의학 논문을 통해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를 테면 산간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요오드가 섞인 소금이 필요하다는 논문을 발표, 요오드 소금을 전달하며 치료와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신성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페루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이어온, 장기려 박사의 나눔 DNA

"고신대복음병원은 장기려 박사께서 물려주신 DNA도 있지만 기독교대학병원으로서 많은 선후배 의료인들이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베풀고 봉사하는 삶을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직접 마주할 수 있었고 또다른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양승봉·박상은 동문 등이 봉사하는 모습은 언제나 고신대복음병원의 귀감이자 자부심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의료인 중 고신의대와 간호대 출신은 꽤 많습니다. 세계 최빈국인 우간다에서 봉사하고 있는 김은석 동문이나, 파키스탄에서 봉사하고 있는 민형래 동문을 비롯한 많은 동문들이 앞으로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곤 하죠."

특히 네팔을 거쳐 베트남으로 건너가 인술을 펼치고 있는 양승봉 선교사는 2009년 보령의료봉사상 수상자다.

임학 병원장은 작년 여름께 페루 의료봉사를 함께 다녀왔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페루로 가려면 세 차례의 경유를 거쳐 30시간 가까운 비행을 하고, 차와 배를 타고 아마존강 이퀴토스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곳에서 직접 고사리손으로 만든 환영의 현수막을 내걸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어린이들의 눈망울과 많은 인파들을 보면서 긴 시간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리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에 비하면 의술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입니다. 참 흐뭇하고 뿌듯했던 기억입니다."

지역주민의 환대를 받으며 한류를 몸소 실감했던 시간을 회고 했다.

2015년, 해외의료봉사를 꾸준히 해온 결과 해외 거점병원을 설립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헬스시티병원에 부산시 및 고신대복음병원의 거점센터가 설립된 것이다. 2016년 11월에는 아스타나에 두 번째 센터를 열게 된다.

"고신대복음병원에서 3명의 의대교수를 파견, 현지 진료 및 컨설팅·CS 교육과 원격진료를 통한 의료교육 향상에 힘쓰고자 합니다. 현지 의사들을 위해 단기 연수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같은 노력은 카자흐스탄의 보건의료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의료봉사 지속할 것

▲ 배를 타고 아마존강 이퀴토스 지역으로 이동하는 의료진.

어릴 때부터 장기려 박사와 같은 사랑을 실천하는 의사를 동경했고, 고신의대를 선택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힌 임학 원장은 사람의 생과 사에 관여하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의료인으로서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사라면 누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의업에 종사하면서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죠. 이름을 남기는 의사들의 공통점은 봉사와 사랑을 베풀었던 의사들입니다.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어떤 의사가 돼야겠다는 답은 나오게 마련이죠. 후배들에게도 종종 하는 이야기입니다."

임학 병원장은 고신대복음병원의 병원장으로서 병원의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앞으로는 나무를 넘어 숲을 보는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몇 년 전까지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면, 필리핀 뚜게가라오 시와의 협약을 기점으로 해외 거점병원 신설과 현지 의료인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곳의 의료 발전을 이끌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더 맞는 방향성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5대양 6대주에 이런 거점병원을 신설하고, 의료 체계 구축을 통해 상시적으로 아픈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나는 치료비가 없어서 의사의 진찰을 받지 못하고 죽는 환자들을 위해 의사 일을 하려고 결심했다. 그래서 의사가 된 날부터 지금까지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을 위한 책임감을 잊어버린 적은 없었다. 나는 이 결심을 잊지 않고 살면 나의 생애는 성공이요, 이 생각을 잊고 살면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다.
- 성산 장기려 박사

장기려 박사와 함께하고 그를 모셨던 제자들은 열이면 열 장기려 박사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는다. 장 박사는 집 한 채 없이 고신대복음병원 사택에서 평생을 살며 무소유, 무욕의 삶을 몸소 실천했다.

짬을 내어 고신대복음병원 옥탑방 사택에 들러 장기려 박사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여전히 고신대복음병원의 65년 나눔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글·사진 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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