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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른채 삭감...넋놓고 당할 순 없어"

"이유도 모른채 삭감...넋놓고 당할 순 없어"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9.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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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의사회, 보험실무 지침서 '삭감제로' 발간
박양동 회장 "의사윤리 보다 제도윤리가 더 필요"

▲박양동 경상남도의사회 회장

"교통위반 딱지가 날아오고 나서야 내가 뭘 위반했는지 알게되는 셈이에요. 이유도 모른채 진료비를 삭감당하는 현실이 하도 답답해 목마른 자가 우물 파는 심정으로 책을 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4년 한 해 동안 심사조정, 전산점검 등으로 진료비를 삭감한 금액은 1조667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를 통한 급여비 환수금액이 4487억 75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삭감·환수액의 상당 부분은 거짓·허위 청구가 아닌 단순 실수·착오, 불명확한 심사 기준 때문이라는게 의료계 주장이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도 불합리한 고시와 심사지침으로 인해 진료비를 억울하게 삭감당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들이 직접 나서 수 년에 걸친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삭감 사례를 분석하고 대처 방법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화제다. 경상남도의사회는 최근 보험실무 책자 '삭감제로'를 발간하고 회원 3000여명에게 무료 배포했다.

약 400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급여·비급여·임의비급여 진료행위별 심사 기준과 청구방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진찰·검사·처방과 관련된 주요 삭감 사례를 통해 의사들이 사전에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담았다. 심평원 인터넷 사이트 활용 방법, 현지조사 지침과 행정처분, 자격정지 및 면허취소 처분 사례 등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사항들도 정리했다.

박양동 경상남도의사회장은 "새로운 심사 가이드라인이 일주일에 20~40개씩 쏟아져 나온다. 약 처방과 관련한 심사 기준 업데이트만 1년에 약 2500개에 달한다. 각종 불합리한 제도와 고시, 심사지침 등은 의사 개인이 대응하기에 매우 힘들다"며 책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경상남도의사회가 발간한 보험실무 책자 '삭감제로' 표지

경상남도의사회는 2012년 '진료환경개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회원들의 진료비 삭감, 실사에 적극 대응해 왔다. '삭감제로'는 바로 5년간 위원회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의 압축본이다.

박 회장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책을 만들었다. 위원회에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회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최대한 요약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삭감·환수·현지확인·현지조사 중 하나라도 당해보지 않은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도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삭감·환수된 사례가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삭감제로'를 한 번 읽어보면 넋놓고 당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심사·조사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비공개된 심사 지침이 문제다. 삭감하고 나서 이의신청을 해야만 삭감 이유를 알려주는 것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며 "단순 오류가 병명누락 등으로 인한 삭감은 재심이나 이의신청 없이 보다 간소한 방법으로 구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급여 기준 뿐만 아니라 비급여 기준까지 일방적으로 정해 놓고 그 틀에서 벗어난 의료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잘못된 규제와 제도가 의사를 단순 기술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최선의 진료가 아닌 주어진 조건에 맞는 진료를 강요 당하고 있다. 의사윤리보다 제도윤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삭감제로' 제작 실무를 담당한 옥경혜 보험이사는 "의료기관 140여곳을 현장 점검해보니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산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 50% 정도는 청구가 잘 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더라"며 "의사 회원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삭감 분석, 고시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최장락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심사과정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을 사례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한지 5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며 "삭감제로 책자를 통해 실제로 삭감이 사라지는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책 구입 문의는 경상남도의사회로 하면 된다(☎055-240-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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