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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당한 순창 A원장 "너무 억울해" 분통
마녀사냥 당한 순창 A원장 "너무 억울해" 분통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9.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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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 집단감염 원인으로 지목...환자 발길 '뚝'
'의사=범죄자' 풍조 개선 필요...재발방지 법 시급

 
감염병 집단발병 사안이 발생하면 일단 감염자를 진료한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지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전라북도 순창시 A 의원장은 보건당국의 성급한 대응과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C형간염 집단발병 책임자로 낙인찍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언론보도 일주일 후 뒤늦게 "순창지역에서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은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확인했지만, A 의원의 환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당시 A 의원장은 원래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지역이었으며, 평소 C형간염 조기발견·치료을 위해 노력했을 뿐, 일회용 주사기나 내시경 장비 재사용 한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A원장의 악몽은 지난 8월 31일 시작됐다. 전날인 30일 질병관리본부는 출입기자단에 '순창의 모 내과의원에서 C형간염이 집단발생했다'며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조사 중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엠바고(보도 제한) 요청과 함께 배포했다.

질본은 2013년~2015년 사이 해당 내과의원에서 C형간염 치료를 받은 사람이 203명이었다는 '빅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질본은 보도자료 배포 이후 A의원에서 C형 간염이 집단발생한 것인지, 기존 C형간염 환자들이 해당 의원에서 진료를 받아 (빅데이터) 수치가 잡힌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견해를 추가로 밝혔지만, C형간염 집단발병 소식은 이튿날 한 언론을 통해 긴급 보도됐다. 해당 언론은 이후 질병관리본부 입장발표 내용을 토대로 관련 보도 내용을 수정했지만, 이미 C형간염이 집단발병했다는 괴담은 퍼질 대로 퍼진 상황이었다.

"유병률 높아 철저히 진료했는데 범죄자 취급"
잘못된 보도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순창 A 의원장은 오래전부터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지역이라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 철저히 검사하고 진료에 매진해 왔는데, 그런 노력의 결과가 '집단발병 책임자'로 돌아온 상황에 대해 황당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A 의원장은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006년 순창에서 개원한 이후 3년간 C형간염 환자를 200여 명 진료하고 치료했다.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지역이었고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경계심을 가지고 진료했는데, 그 결과가 부도덕한 의사라는 낙인이라는 것이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빅데이터를 통해 2013년부터 3년간 (내 의원에서) 200명 정도의 C형간염 환자가 진료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관련 연구를 통해 순창지역의 C형간염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난 3월 순창지역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일회용 주사기와 내시경 장비 재사용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고, 재사용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8월 30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8명이 조사를 나왔고, 조사 결과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31일 내가 감염관리를 잘하지 못해 C형간염이 집단발병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서 '순창지역에서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은 전혀 확인된 바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며 "이미 지역사회에 소문이 너무 안 좋게 돌았고, 내원 환자 수는 뚝 떨어졌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사실 확인되지 않은 기사 보도...유감"
질본은 C형간염 집단발병 기사가 보도된 일주일 후인 9월 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기사를 보도한 것이지 질병관리본부의 잘못은 아니라는 변명이다. 

질본은 자료에서 "8월 31일 자 B, C 언론사 등 '순창지역 C형간염 집단발생' 기사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전북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은 전혀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해당 의원에서 C형간염 환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2016년 8월 29일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달 30일 전라북도, 순창군 보건의료원과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현장조사 결과 해당 의원의 이용과 C형간염 발생 간 관련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는 집단발생에 대해 발표한 적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사실 확인되지 않은 기사가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 "잘못된 정보 공개"...사과·책임자 처벌 촉구
그러나 지역 정치권은 질병관리본부가 잘못된 정보를 공개해 오보를 유발했다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함과 동시에, 국정감사를 통해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예고했다.

순창이 지역구인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을 비롯한 김광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정동영·조배숙·유성엽·김관영·이용호·김종회 의원 등 같은 당 전북도당 소속 의원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0일, '순창지역 C형간염 환자 200여 명 집단발생'이라는 확정되지도 않은 결과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먼저 알리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여주었다"며 질병관리본부의 대국민 사과와 신속한 정정보도 조치를 촉구했다.

앞서 이용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순창지역의 C형간염 발생 논란은 질병관리본부가 과거 환자 누계를 최근 발생한 환자인 것처럼 잘못 발표한 것(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밝혀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졸속 행정으로 인해 전북 순창은 'C형간염 질환 발병지'라는 불명예가 뒤집어 씌워졌고 해당 병원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순창지역 주민들은 질병관리본부가 유포한 괴담으로 인해 혼란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사태를 수습하고자 나서지 않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9월 26일과 27일로 예정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명확한 사실 규명과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감염병 발병=의사 책임' 잘못된 인식 깨야"
일련의 해당 사건 경과를 지켜본 의료계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보건당국과 언론보도 태도에 분개하고 있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해외감염병 유입과 국내 감염병 발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일단 덮어놓고 관련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또는 부도덕한 의료인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안타깝다"면서 "감염병 특성상 발병 여부 확인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의료인의 흠결만 찾아내 부각하는 보건당국와 언론보도 행태에 신물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지역의사회 임원은 "일단 감염병이 발병하면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인의 협조와 희생을 강요하면서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의료인들의 과실로 사태가 발생하고 확산한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의료인의 감염병 확산 방지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모멸감마저 들게 한다"고 분개했다.

그는 "감염병 발생은 의료계는 물론 발생지역 경제에도 큰 소실을 입히는 만큼 철저한 역할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건당국의 책임 떠넘기기와 포퓰리즘적 언론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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