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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내면 치유하는 경성의대 출신 여의사

탈북민 내면 치유하는 경성의대 출신 여의사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9.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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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신적 외상 시달려...자살률 한국인 3배
유혜란 센터장 "북한 체제 트라우마 치유 먼저"

북한 경성의과대학 출신의 여자 의사가 16년전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한국에서 탈북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고, 탈북자를 위한 전문심리치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유혜란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 상담 센터장이다. 그는 올해로 한국생활 1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서 의사로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을 들어봤다.

▲ 유혜란 센터장
유 센터장은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대를 졸업한 뒤  6년간 의사로 일했다. 북한에서 의사는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했다.

그러다 친척 중 한명이 정치범으로 체포되면서 그의 친지들은 지방으로 추방됐다. 결국 부모님은 탈북을 결심하면서  그 역시 두 딸과 남편과 함께 남한행을 결심했다.

"1998년 힘겹게 두만강을 건넜고 중국을 거쳐 2000년 5월 한국으로 올 수 있었어요. 16년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때 일이 눈에 선합니다."

그는 북한 의대에서 7년 동안 공부했다. 북한의  의대 안에는 동의학·의학·약학·위생학으로 나눠져 있다. 유 센터장은 의학과를 졸업 후 내과에서 근무했다.

"대학시절 의학과에서 공부했어요. 의학과에서는 모든 분야를 다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처럼 전문의 과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국가가 배치해주는 병원이나 과에 따라서 추가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의사 공부를 다시 해보려 했지만, 낯선 곳에서 의사로서 삶을 살기에는 두려움이 있었으며, 경제적 어려움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탈북 기간 동안 신학에 새롭게 눈을 뜨면서, 신학 공부를 하게 됐다. 유 센터장은 2002년 한신대에서 신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상처투성이 내면을 발견했습니다. 북한체제에서 받은 상처와 탈북 과정에서 겪은 충격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이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죠."

그는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연세대서 상담학을 공부했으며, 5년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탈북민, 북한 체제 트라우마 겪어...자살률도 한국인에 3배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탈북자 중 30%가 탈북 후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와 복종 할 수밖에 없는 체제 내에서 지내다보니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그러다보니 타인에 대한 의심이 일상화된 삶을 살게 되고,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상대가 선의로 다가와도 '왜 나한테 잘해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탈북자 4명 중 3명은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도 없다. 탈북 과정도 견뎌낸 그들이지만, 새로운 곳에서 사회 적응을 못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3명으로 OECD국가 중 1위였으나, 탈북자의 자살률은 한국인보다 3배 이상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 센터장은 자신이 탈북 출신으로 누구보다 그들의 상처를 잘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기에 센터를 설립했다.

"북한 체제의 억압으로 인한 상처를 방치해두면, 한국 사회에서의 적응이 어려워요. 북한 체제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지난해 4월부터는 NKST (북한체제트라우마) 전문상담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더 많은 상담사들이 탈북민들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치유해주기 위해서다.

센터를 운영하며 의료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일도 계획 중에 있다. 센터를 통해 북한체제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임상연구를 의료기관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이곳에서 신학과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저역시 여전히 치유의 과정에 있습니다. 북한 체제의 상처 치료는 직업훈련 못지 않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탈북민을 위해 의료진의 관심도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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