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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질환자들과 고통 함께 나누겠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과 고통 함께 나누겠다"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9.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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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6개 환우회와 간담회 갖고 의견 교환
의약품 급여화, 산정특례 제도 개선 등 건의
 ▲대한의사협회는 19일 국내 16개 희귀난치성질환 환우회 대표들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은 평생 안고 가는 질병인데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건강보험 산정특례에서 제외돼 한 달에 수백만 원씩 하는 치료비를 내야 합니다." 

"생수병 한 개 들어 올릴 힘조차 없는데도 팔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등급을 낮게 주는 것은 너무 불합리합니다." 

"보험급여 횟수가 제한돼 있어 1회에 130만 원이나 하는 주사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12일 국내 희귀난치성질환 환우회 16개 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희귀난치성질환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의협이 개별 질환에 대한 정책 개선을 위해 환자단체와 교류한 적은 있지만 여러 단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희귀난치성질환 환우회 대표들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의협의 도움을 요청했다.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 개선, 의약품 급여화, 장애등급 판정 개선에 대한 의견이 특히 많았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우회 대표는 "산정특례를 5년마다 재등록해야 하는데, 상태가 좋아진 환자는 재등록이 안 되고 탈락한다. 악화되면 다시 등록하라는 것"이라며 "희귀난치성질환은 평생을 안고 가는 질병인데 잠시 호전됐다고 등록을 안해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임유순 류마티스환우회 대표도 "류마티스질환은 환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이 아니라고 한다. 5년 뒤에 산정특례가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금윤 대한파킨슨병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희귀질환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애초 희귀난치성질환에서 '난치'가 빠져버렸다. 산정특례에서 난치병 환자들이 대거 제외된 것"이라며 "난치라고 해서 고통이 덜하고 삶이 쉬운 게 아니다. 10만 명에 달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비참한 삶을 감안해 산정특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의협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희귀난치성질환 환우회 대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막대한 치료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지현 한국다발성경화증 환우회 회장은 "희귀난치성질환은 대부분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5개 질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원래 질병과 연관성이 없다며 보험급여를 해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합병증 치료비가 3~4배나 더 든다"고 말했다.

김내형 선천성면역결핍증 환우회 대표는 "전국적으로 약 100여 명의 환자가 있으며 현재 치료받는 환자는 50여 명이다. 이들은 적게는 4천만 원에서 1억2000만 원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로렌조 오일'로 알려진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부모 모임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배순태 씨도 "로렌조 오일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민원을 냈지만, 예산을 못 잡아서 지원 못 해준다고 하더라. 한 병에 20만 원 정도 하는 오일을 한 달에 4병씩 먹는 환아도 있다"면서 "그동안 보험회사 지원을 받았는데 갑자기 지원이 중단돼 막막하다"고 말했다.

조인찬 황반변성환우회 대표 역시 "무서운 질병인데도 보험급여는 14번으로 제한돼 있다. 한 번에 130만 원에 달하는 주사를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이 질병에 대해 보험급여가 제한된 나라는 없다. 호주가 18번까지 보험 적용되고 이후부터는 무료인데, 정부는 이것을 18번 제한으로 착각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30~40대 환자도 있는 만큼 50세 이상만 적용토록 하는 현 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장애등급 판정 기준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영만 한극근육장애인협회 회장은 "생수병 하나도 들지 못하고 밥숟가락 겨우 드는 정도인데, 팔을 움직일 수 있으니 '기능'이 있다면서 장애등급을 낮게 매긴다"며 현 제도의 불합리성을 꼬집었다.

 ▲추무진 의협회장이 방현진 담도폐쇄증환우회 회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우회 대표를 맡은 이순신 씨는 "장애등급을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서만 받을 수 있다 보니 우리 같은 유전자질환자들은 평생 고통 속에 살면서도 장애등급을 받지 못한다. 유전자질환에도 장애등급을 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지현 한국다발성경화증 환우회 회장은 "장애는 한 가지만 등급으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보통 2~3개 복합 장애를 겪고 있다. 이런 부분에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유전자 검사비에 대한 국가 지원, 병원내 협진 시스템 개선, 희귀질환자의 출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 지원, 지역 의료기관 의료진을 위한 희귀난치성질환 치료 안내 매뉴얼 보급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환우회 대표들은 간담회를 마련한 의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지현 한국다발성경화증 환우회 회장은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추무진 의협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위해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내형 선천성면역결핍증 환우회 대표도 "오늘 너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의협과 교류, 소통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의협은 국민의 건강,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 간담회는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소중한 말씀을 듣고 협회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의협은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고통에 동참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다. 여러분들이 제안한 제도 개선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국회와 정부에 정책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함께 목소리를 내야 바뀔 수 있다. 의협과 각 단체 간 상호 정보교류, 소통과 협력을 위한 협회 차원의 지원을 모색해 보겠다. 오늘 이 자리는 앞으로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에 작은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기획한 조경환 의협 홍보이사는 "의협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희귀난치병질환과 관련된 일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언론 홍보, 사회적 모금활동 등 환우회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단체들은 결절성경화증가족모임(박민옥 대표), 담도폐쇄증환우회(방현진 회장), 부신백질이영양증부모모임회(배순태 대표), 선천성면역결핍증환우회(김내형 대표), 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이순신 대표), 22번염색체미세결실증후군환우모임(김준 대표),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유지현 대표), 한국베체트환우협회(정동국 회장, 이용규 총무, 서승희 홍보이사),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이용우 대표),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정지선 사무국장), 한국펭귄회 (임유순 회장), 샤르코마리투스환우협회(김재학 이사장), 황반변성환우회 (조인찬 회장), 대한파킨슨병협회(김금윤 부회장, 최진호 사무국장), 한국근육장애인협회(정영만 회장), 프래더윌리증후군환우회(박미주 간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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