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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했다면 사망했더라도 배상책임 없다
최선 다했다면 사망했더라도 배상책임 없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9.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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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병원 의료진 치료 거부한 채 서울로...뇌동맥류 파열 상태로 내원
코일색전술 했지만 사망...법원 "의료진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 판단

▲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뇌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환자가 비록 사망했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뇌동맥류 파열로 코일색전술을 받은 끝에 사망한 A환자의 가족이 C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4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합589546)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머리가 터질듯한 두통 증세를 호소하며 2012년 4월 30일 B의원에 내원했다. 뇌컴퓨터단층촬영검사 결과 특이 소견은 없었으나 지주막하출혈이 의심, 지방에 있는 C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했다.

C대학병원에서 실시한 뇌혈관조영술 결과, 미세한 지주막하출혈과 우측 후교통동맥과 내경동맥의 상생돌기에 각각 4mm, 3mm 크기의 뇌동맥류가 확인됐다. 정밀검사를 진행키로 한 A씨는 두통·고혈압 약물치료를 받은 후 같은 날 새벽 퇴원했다.

5월 1일 두통 증세가 나타나자 C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 뇌자기공명영상 및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한 결과, 우측 후교통동맥에 위치한 2.9mm×2.4mm 크기의 파열성 뇌동맥류, 우측 내경동맥의 상생돌기에 위치한 2.2mm×2.0mm 크기의 비파열성 뇌동맥류, 좌측 후교통동맥과 전맥락총동맥에 위치한 2mm, 3mm 크기의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확인됐다.

A씨는 의료진의 치료 권유에도 서울에서 치료를 받기를 원했다. 서울 D대학병원으로 전원했으나 치료를 거부한 채 퇴원했다.

하지만 두통을 호소하며 5월 4일 다시 C대학병원에 내원한 뒤, 수술을 권유받자 5월 5일 입원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5월 6일 11:00 뇌동맥류에 대해 혈관내 코일색전술을 실시, 15:00경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이송됐다.

15:24경 맥박이 45회/분으로 감소했으며, 16:30경 의식을 회복해 묻는 말에 고개를 움직였으나 좌측 팔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혈전에 의한 뇌혈관폐색을 의심해 16:38경 응급으로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했다. 우측 원위부 내경동맥에서 생성된 혈전으로 폐색이 발생했음을 확인한 의료진은 응급으로 혈전용해술을 실시했으며, 18:15경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A씨는 혈전용해술 직후 의식 혼수상태에서 사지 근력이 우측 상하지 Ⅲ, 좌측 상지 0, 좌측 하지 Ⅲ으로 측정됐으며, 시간 경과에 따라 혈압이 하강하는 등 신체 징후가 악화돼 19:38경 의식 혼수 상태가 됐다.

20:18경 뇌CT상 지주막하출혈과 뇌실내출혈 및 뇌수두증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5월 8일 07:01경 뇌출혈로 인한 중증 뇌부종 및 뇌간 실조로 인해 사망했다.

환자의 가족은 코일색전술을 치료방법으로 선택하고, 코일색전술 시술 중 과실로 뇌동맥류 재파열과 혈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뇌동맥류 재파열을 예방하기 위해 풍선 카테터 시술을 시행하지 않았고, 혈전용해술 시술 중 과실과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코일색전술에 따르는 위험성과 부작용 및 헤파린 투약 여부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제기하며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가 내원했을 때 이미 뇌동맥류가 파열돼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으므로, 재출혈로 인한 사망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코일색전술과 혈전 발생으로 인한 혈전용해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 따라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했다.

한 번 파열된 뇌동맥류는 재출혈 내지 혈전 생성 빈도가 높으므로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과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발생할 재출혈 내지 혈전으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이 확인된 이상 신속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의료진이 적극적인 치료를 선택한 데 대해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코일색전술 시술 중의 과실에 대해서는 파열성 뇌동맥류는 막의 일부분이 파열돼 결손이 생긴 부분으로 동맥혈이 누혈돼 있는 상태로, 정상 동맥벽과 달리 조직학적·혈류학적으로 매우 약하고 불완전해 자연적 내지 혈관내 수술 중에 재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혈류 내 혈전 생성빈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코일 돌출로 인해 뇌동맥류가 재파열된 사실을 즉시 인지하고, 이를 색전시키기 위해 코일을 계속 삽입해 출혈을 막고 조영제가 새는 소견이 없음을 확인하는 등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점도 인정했다.

아울러 코일색전술은 혈관 안으로 미세도관을 위치시켜 시술하는 방법으로 혈전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 다발성 뇌동맥류 환자의 경우 2시간 반 내지 3시간의 수술시간이 길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일색전술 마무리 단계에서 스텐트내 조영제 결손 소견으로 스텐트 내 혈전 발생 가능성을 인지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조영 결손은 혈전에 의한 경우 외에 혈관 구조에서 기인한 혈류 소용돌이로 인해 균일하게 존재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있어 혈전 발생 가능성을 추정할 수는 있을 뿐 확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의 경우 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로 혈전용해술 시행시 뇌동맥류의 출혈이 유발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스텐트 내 조영제 결손 소견이 확인된다는 사정만으로 C대학병원 의료진에게 기계적 혈전용해술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일색전술 실시 이전에 뇌동맥류 재파열 및 혈전 발생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코일색전술 중에 풍선 카테터를 실시하면 파열성 뇌동맥류의 재파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의료진이 풍선카테터 시술을 시행하지 않은 것에 잘못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혈전 발생 예방을 위해 헤파린을 투여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에 대해 "헤파린을 투여하게 되면 이미 한 번 파열된 뇌동맥류가 재파열할 위험이 높아지게 되므로 의료진이 헤파린 투여 대신 경구용 항혈소판제인 하스피린과 플라빅스를 투여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혈전용해술을 마친 후 의식이 혼수상태에서 개두술을 실시할 경우 합병증 발생 및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며 개두술 및 혈종 제거술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수술동의서에 수술 목적·필요성·수술 과정을 비롯해 합병증으로 '색전에 의한 뇌경색·동맥류 파열과 혈관 손상에 의한 뇌출혈·대퇴동맥 주위 혈종·코일의 이동에 의한 뇌경색' 등이 기재돼 있고, A씨의 남편이 서명을 한 점, 서명 사유로 '환자 본인이 동의를 본인 이외의 특정인에게 위임하는 경우'에 체크가 돼 있는 점 등을 보면 코일색전술에 따르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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