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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끝이 아닌 시작- 치과 보톡스 논란
청진기 끝이 아닌 시작- 치과 보톡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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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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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 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 지난 8월 29일 치과의사의 안면부위에 대한 미용목적의 프락셀 레이저시술도 무죄라는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여기서 우리에게 더 무겁게 다가왔던 것은 이 논란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사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자하는 의료법의 목적상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며 한의사도 청력검사기·안압측정기·자동 안굴절검사기 등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시대의 흐름은 의사만이 배타적으로 갖고 있던 모호한 면허 범위를 점차 주변단체로 이전 혹은 중첩시키고 있다. 즉, 법이 의사의 면허 영역을 허물기 시작한 것이다.

치과의사의 보톡스 및 프락셀 시술 허용 논란을 보면, 대법원은 의사와 치과의사가 그 태생이 같다고 보았다. 동시에 보톡스는 통상적으로 치과에서 사용하는 약이므로 치과가 미용성형을 할 목적으로 쓴다고 하여 그 부작용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만일 보톡스나 레이저시술이 상당히 위험한 과정이라고 알려졌다면 치과의사의 시술 허용판결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의료광고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면서 수많은 미용 성형 의사들이 보톡스가 신속·안전하며 매우 쉬운 시술이라는 것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해왔다.

모든 한국의 여성들은 보톡스를 퇴근하면서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시술로 인식한다. 또 의사들은 지금까지 그 부작용과 심각성에 대해 한 번도 언론에 내비친 적이 없다.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논란이 된 이후에야 부작용에 대해 강조하게 됐으니 이제 와서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는 비단 보톡스·레이저 시술 뿐 아니라 한의사관련 의료기기 사용과 뇌파측정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의료 시술이 매우 안전하고 부작용이 별로 없다'는 인식을 주어서는 안된다. '의료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며 부작용도 무시하면 안되는 것이어서 아무나 해서는 안된다. 또 어떤 의료검사도 그 판독 및 해석의 과정은 복잡하고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향후 성형외과와 피부과학회에서는 보톡스 및 레이저의 부작용과 중요성에 관해 연수강좌나 심포지엄에서 꾸준하고 주기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하고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환자의 감소를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단 보톡스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료분야에서 모든 치료에 안전성만 강조하기보다는 정확한 치료효과와 부작용, 위험성까지 공개해야한다.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의료법상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의 각각의 영역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허용 금지에 대한 규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미간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의사를 위법으로 형사처벌을 하려해도 의료법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보니 판사들이 의료 관련 면허를 가진 사람에 대한 형사 처벌을 꺼릴 수 있다. 판사란 이미 만들어진 법에 의거해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직업이다.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안 되는 것이며, 감정상 유·무죄를 논할 수는 없다.

프락셀 레이저 판결은 보톡스 판결 직후에 난 것이라 그대로 그 논리를 따른 흔적을 보인다.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형사고발을 남발하면 연속으로 무죄판결이 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세심한 준비와 법 분석이 필요하다. 불법 의료행위로 다른 면허자를 고발하기 전에 의사협회와 상의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법정으로 끌고 가는 전략을 써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법 안에서 의사의 면허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할까? 모호한 면허범위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의사에게 궁극적으로 이득이 될 것인가? 그것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에서 의사면허에 관한 법을 어떻게 규정하고 운용하고 있는지 형태를 비교 분석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의사들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판단해서 도움이 된다면 적극 의료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모든 보톡스 및 레이저 판결 경위는 의사회원들에게 널리 알려야한다. 그리하여 의협회원들의 합의 하에 향후 치과의사와 중첩되는 모든 미용 시술 혹은 한의사와 논란되고 있는 어떠한 의료 시술도 의사의 무거운 책임 아래에서만 행해져야 하며 그 작용과 심각한 부작용은 무엇인지, 학술대회와 언론에 꾸준하게 공개하고 국민에게도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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