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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시술 불가항력적 부작용 불인정
뇌동맥류 시술 불가항력적 부작용 불인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9.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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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고혈압으로 혈관벽 약해져 자연적 파열" 주장
서울중앙지법 "코일색전술 시술 과정 혈관 손상 의료진 과실"

▲ 서울중앙지방법원
뇌동맥류 치료를 위한 코일색전술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을 의료진의 과실로 판단한 판결이 나왔다. 혈관벽이 약해져 자연적으로 파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경외과 의료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씨와 가족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3억 8398만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2015가합550286)에서 1억 6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학교법인이 A씨와 가족을 대상으로 제기한 666만 원의 진료비 반환 소송(2016가합527276)은 기각했다.

A씨는 좌측 안면근육 경련 증상으로 2014년 5월 28일 B대학병원에 내원해 뇌자기공명혈관촬영술(MRA)을 실시한 결과, 우측 원위부 내경동맥의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6월 26일 정밀검사를 위해 실시한 뇌혈관조영술에서 우측 후교통동맥에 4.4mm×3.7mm 크기의 뇌동맥류와 우측 중대뇌동맥의 수평분절에 작은 동맥류성 병변이 발견됐다.

의료진으로부터 뇌동맥류 치료를 위해 혈관내 코일색전술과 개두술에 의한 뇌동맥류 결찰술에 관한 설명을 듣고 8월경 수술을 하기로 한 A씨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수술을 한 차례 연기한 끝에 11월 20일 수술을 받았다.

우측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를 코일로 채우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조영제가 새는 것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지혈을 위해 코일로 뇌동맥류를 완전히 채웠으나 조영제가 계속 새는 것이 관찰되자 10:20경 A씨의 가족에게 응급 개두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1:20경 개두술을 위해 두개골을 열자 경막이 팽창된 상태로 심한 뇌부종이 확인됐으며, 광범위한 경막 절개를 통해 감압과 뇌척수액 배액술이 이뤄졌다.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와 모동맥인 우측 원위부의 내경동맥의 연접부위가 손상돼 출혈이 계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혈관 손상부위에 클립결찰술을 실시하려 했으나 뇌부종과 출혈이 심해 불가능하다고 판단, 내경동맥의 출혈부위 양 옆을 결찰해 지혈하고, 뇌부종 완화를 위한 감압적 두개골 절개술을 시행한 후 14:45경 수술을 종료했다.

의료진은 상태를 집중관찰하면서 혼수치료·뇌부종 억제제·수액치료·뇌실배액·인공호흡기치료 등을 시행했으나 뇌부종과 혈압저하·저산소증 증상이 나타났으며 12월 5일 05:45경 심정지가 발생, 심폐소생술을 했음에도 06:30경 사망했다.

원고측은 기왕증인 고혈압·당뇨 등이 있는 만큼 혈관 파열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수술 여부 및 방법을 결정하지 않은 점,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면서 뇌동맥류 파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코일색전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 등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B대학병원은 뇌동맥류의 위치·크기·나이 등을 고려해 코일색전술을 선택했으며,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하고 있는 의료수준에 따라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했다. A씨와 가족의 동의를 받은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B대학병원 의료진이 코일색전술을 치료방법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뇌출혈이 발생한 이후 의료진의 후속 조치에 대해 잘못됐다고 평가할 행위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수술동의서에 코일색전술 방법·효과·합병증 등이 기재돼 있고, 손글씨로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으며, A씨를 대신해 남편인 원고 C씨가 서명한 사유로 '설명하는 것이 환자의 심신에 중대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함'란에 체크가 돼 있는 점을 들어 설명의무를 다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미세도관 및 코일을 섬세하게 조작할 의무가 있음에도 과실로 혈관을 손상시킨 잘못이 있다며 술기 상 과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코일색전술 중에 미세도관이나 미세와이어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조작 미숙으로 뇌동맥류 내지 약해진 연접 지점의기시부를 찌르면서 출혈이 발생했다"면서 "비록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기는 하나 의사의 술기 습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혈압으로 인해 혈관벽이 얇아지고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수술 중 혈압이 불안정해짐으로 인해 뇌동맥류 연접부위의 혈관이 자연적으로 파열된 것이라는 의료진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수술의 난이도·의료행위의 특성·위험성의 정도 등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B학교법인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B학교법인이 A씨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청구에 대해서는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됐고, 손상 이후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을 계속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해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수술비나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대법원 판례(2011다28939 판결. 2015년 11월 27일 선고)를 들어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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