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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내시경 저수가, 의료시스템 망가트린다
소화기내시경 저수가, 의료시스템 망가트린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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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교수, 영국의 14분의 1 수준 저수가 추진적 체계 지적
"국제적 망신이 될 낮은 내시경 수가 의료의 질 유지 어렵다"

정대영 교수
한국의 내시경 수가가 국제적으로도 저수가이며, 이처럼 낮은 수가는 의료시스템을 망가트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정대영 교수(가톨릭의대)는 "영국의 1/14, 인도의 1/4 수준인 한국의 소화기내시경 의료수가체계가 의료시스템을 망가트리고, 국가의 도덕성에도 상처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위내시경검사는 4만 2360원(병원 기준)이며, 이 비용은 조사된 국가 중 최하위 가격이었다. 일본은 12만 6877원, 인도는 16만 6470원이며, 인도네시아·말레이지아 등도 비슷한 가격으로 조사됐다.

국가가 의료를 책임치는 유럽형 공공의료의 대표격인 영국에서 조차 60만 7392원으로 조사됐으며, 물론 시장 의료 체계의 미국은 비영리 병원도 329만 9038원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개 자료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상부소화관내시경 검사의 원가는 10만 66원인데, 이 원가도 2003년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현재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의료 수가는 원가의 절반도 채 되지 못하는 4만 2360원이며, 심지어 내시경의 소독 비용 원가 약 1만 9000원은 단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20년전 사용하던 폴라로이드 인화지 대신 고화질의 전자 차트를 사용하면 결과 기록 저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다른 임상 분야와는 달리 내시경검사는 결과에 대한 판독도 비용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비용 보상 구조에서 의료기관은 결국 진료량을 늘이고, 의료인력 감축, 장비와 재료 저가화, 노후 설비의 사용기한 연장과 같은 방법으로 의료의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는 수 밖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2016년 OECD 보건 통계는 우리나라 의료 인력이 OECD 평균에 비해 1/2의 인력으로 2배의 병상을 운영하며, 의사의 진료 양은 평균의 3배에 이른다고 보고 하고 있다"며 "비용 보전을 위한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유독 내시경분야만 더욱 저수가인 문제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체계 중에서도 특히 소화기 분야의 수가 저평가 상황은 심각하다"며 "유방초음파검사의 상대가치 점수가 1037.52점, 경흉부심초음파 1479.23점, 경식도심초음파 2427.91점, 방광경검사 1618.26점인데 비해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의 상대가치점수는 596.66점"이라고 밝혔다.

즉, 위내시경이 유방초음파 가격의 절반이고, 심장초음파 가격의 3분의 1, 방광내시경의 3분의 1이란 것.
정 교수는 "이것이 상대적으로 정의로운 가격결정 과정이었는지 뒤짚어봐야 한다"며 "의료의 각 분야가 균형 발전 하지 못한다면, 그 해악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고 걱정했다.

정 교수는 "적절한 요금을 지급하지 않는 시스템에서 운송수단의 안전은 추락할 수 밖에 없듯이, 의료서비스도 그러하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높은 내시경 수준(위암 내시경 절제 등)을 유지하고,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의 신설이 필요하며, 각종 내시경 시술/수술행위에 대한 합리적 가격결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정당한 의료 수가는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정당한 노동과 정당한 보상이라는 사회 정의의 실현인 것"이라며 "정부는 내시경 검사에 4만원만 보험 수가로 보상하는 대신, 부차적 행위인 수면진정에 대해 환자 주머니에서 10만원쯤 꺼내어 원가를 보전 하라는 암묵적 종용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김용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도 "내시경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며 "내시경 가격의 정상화는 국민 안전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창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장도 "현재 내시경 기계값이 10년 전보다 3배는 올랐는데, 그동안 물가인상도 못따라 갔다는 것은 OECD국가인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타의 선진국 수준은 아니어도 보통의 동남아시아 국가나 남미국가 수준의 내시경 원가는 인정해주는 것이 정직한 국가가 아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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