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2:28 (금)
"원격의료, 안전·유효성 담보 없인 참여 불가"
"원격의료, 안전·유효성 담보 없인 참여 불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24 13:3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입장 재확인..."의료계 제기한 문제들 검증·보완해야"
1·2차 시범사업 설계 한계도 지적..."환자 수·사업기간 등 미흡"

김형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시범사업 연구의 설계와 연구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원격의료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의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는 한 원격의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특히 의료계가 안심하고 원격의료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정부가 의료계에서 제기하는 안전성, 유효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확실하고 진전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24일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개최된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1,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를 연구한 연구자들이 한 목소리로 원격의료의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김형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시범사업 설계와 연구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연구조정실장은 "준비된 원격의료여야만 의료계도 참여할 수 있다"면서 "1, 2차 시범사업 연구 결과를 보면 아직 원격의료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전성, 유효성 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특히 "시범사업 결과 연구자들이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있는 외국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논리로 원격의료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짓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의료시스템 등 의료환경이 다른 외국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또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원격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 시범사업 시스템과 같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ATA(American Telemedicine Association)에서 많은 연구와 경험을 통해 원격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안전하다고 밝힌 것처럼 우리나라도 많은 연구와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 환경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설계와 연구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의문의 제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연구에서 시험군만 있고 대조군이 없고, 대조군이 있는 연구에서는 시험군과 대조군의 성별과 연령 나아가 학력, 비만도, 경제적 수준 등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비슷하게 보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 수도 200명 정도로 부족하고 시범사업 기간 역시 3개월로 너무 짧아, 이에 대한 연구 결과만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결론 짓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고 꼬집었다.

원격의료에 사용되는 의료기기와 환자정보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대해서는 "원격의료에 사용되는 의료기기와 정보통신기술이 원격의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원격의료에 사용된 의료기기와 정보통신기술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실장은 끝으로 "이런 종류에 연구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한 개인의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격의료 확대 여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연구라면 좀 더 엄격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원격의료에 가장 중요한 축인 의료계가 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지,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닐까를 고민하고 의료계가 우려하는 사항들을 시범사업과 연구에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김 실장의 지적에 토론회에 참여한 의료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 김 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가 원격의료 시범사업 연구결과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김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번 연구들이 이전 원격의료 관련 연구에 비해 설계나 분석 측면에서 더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상자 규모가 200~300명 수준이고, 연구 관찰기간이 3개월인 점 등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원격의료는 의약품에 대한 임상연구가 아니다. 원격의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성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효과를 따지기 보다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모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윤미 CTV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만성질환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보는 많은데 정보를 선택할 능력이 없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시스템이 부족하다"면서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인들이 정제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의료소비자의 손해와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체계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 관련 기술은 발전하고 그에 대한 연구도 늘어가는데, 사업과 연구에서 환자가 빠져있다"면서 "소비자에게 어떤 정보와 서비스를 어떻게 얼마 동안 제공할 지, 그리고 그를 통해 소비자의 건강행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 소비자 중심으로 연구가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의료계도 의료취약지나 거동불편환자 등에게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만성질환자 관리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인데,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환자 수가 적고 기간이 짧다는 지적에 대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정책관은 "이런 정도의 환자군을 모으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현장 반발과 우려로 시범사업 참여 의사와 환자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에 대한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의 유효성 입증을 위한 연구를 의약품 임상시험 수준에 준해서 진행했고, 그 결과 효과가 입증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효한 수준이어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격의료는 만성질환자들이 대면진료 중간에 전문가의 잔소리를 듣고 자신의 건강관리 행태를 바꿔 결과적으로 치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보조적 수단"이라면서 "대면진료보다 위험성이 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식적인 수준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은 물론 의료기기와 환자정보 안전성도 확보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격의료는 외국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다면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들이 왜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18대, 19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건설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