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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이제는 한국이 이끌어간다"
"로봇수술, 이제는 한국이 이끌어간다"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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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진도 한국 방문…한해 2000명 이상 배출
정웅윤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장
 

로봇수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 의사들은 미국에서 로봇수술 교육을 받는 '피교육자' 입장에서 이제는 한국의 의사들이 오히려 미국의 교수를 교육하는 '교육자'로 변화했다. 로봇수술을 이용해 각 장기에 맞는 수술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한국의 의사들이다.

정웅윤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장(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을 만나 로봇수술의 과거와 현재를 들어봤다.

▲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로봇수술의 성과는 무엇인가.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은 1999년 1월 다빈치 로봇수술기를 처음 출시했다. 한국은 2005년 도입됐으며, 7월 13일 식약처 승인을 받고 이틀 뒤인 15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로봇수술을 시행하면서 한국의 로봇수술 시대가 시작됐다.

도입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전립선수술과 산부인과 분야에서만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당시 한국의 도입 시기는 늦었지만, 2016년 현재 한국은 세계 어떤나라보다 새로운 수술법이 가장 많다. 한국이 로봇수술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성과는 한국 외과의사들의 수술기술이 좋은데 있다. 한국 의사들은 개복수술을 넘어 복강경(내시경)수술을 많이 해오면서 기계를 이용한 수술은 트레이닝이 잘돼있다. 복강경수술은 기계를 이용한 2차원적인 수술인만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도 빠른 장점이 있다.

다른 나라보다 기술 적응기간이 빠르다보니, 새로운 수술법 개발에도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존 영역을 뛰어넘어 대장암·직장암 등의 대장항문외과를 비롯해 이비인후과 등 전영역에 로봇수술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됐다. 한국에서 개발한 수술법이 전세계 로봇수술의 매뉴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이 로봇수술에 앞서가면서, 오히려 한국에 교육을 받으러 오는 외국의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2005년 로봇수술을 처음 시행하기 전에는 우리도 미국에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외국에서 수술법을 배우고 익숙해진 후에야 국내에서 수술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당시의 '피교육자'에서 이제는 우리가 교육을 주도하는 '교육자'가 됐다.

외국 의사들이 고난도 로봇수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로봇수술의 아시아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국내에서 아시아 수술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부분도 한몫하고 있다. 한 해동안 2000여명의 외국 의료진이 교육을 받고 돌아갈 정도다.

최근에는 아시아권을 넘어서 미국의 의사까지 교육받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도 연수를 받는 미국 의료진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는 보건성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1~2년간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연수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한국이 로봇수술을 선도하면서 의료영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무엇인가.

개복수술은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며 수술을 한다. 복강경수술은 기존보다 2.5배 확대해서 볼수 있는 반면 로봇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수술 시야를 넓게 확보하면서 수술을 보다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수술에서는 2차원적인 화면이 주였다면, 로봇수술은 3차원 화면으로 공간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손의 움직임처럼 구부러지고 540도 회전이 가능한 부분도 특징이다. 복강경을 이용할때에는 수술을 위해 의사가 몸을 틀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모니터를 보기 위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로봇은 자세를 힘들게 바꾸지 않아도 수술이 이뤄지면서 정확하고 세밀한 수술도 가능해진다.

수술할때 조력자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는 부분도 장점이다. 복강경 수술에서는 의사 70%, 조력자 30%의 역할이 필요해 의사 혼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 반면 로봇수술은 95%가 시술자가 조정해서 가능해 조력자의 역할이 거의 불필요한 정도다.

그만큼 시술자의 숙련도에 맞춰 수술이 이뤄질 수 있다. 이처럼 로봇수술은 시술자가 보다 편하게 수술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환자 안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복강경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특히 최근 복강경 수술에도 3차원적 화면기술이 도입되면서 로봇수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의 차이가 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복강경수술 기술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질환의 경우에는 로봇수술의 효과가 큰 경우도 있다. 로봇수술에 대한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그런 효과를 점차 입증하고 있다.

내시경에 3D를 보유한 새로운 복강경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로봇수술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다. 로봇수술을 흉내내는데 그쳤다. 로봇수술은 지난 10년동안 5단계를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는데, 복강경 수술제품이 한순간에 로봇을 따라잡는것은 무리가 있다.

여전히 비용효과 논란이 있다.

▲ ⓒ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수술용 로봇이 한 대당 30~40억원이 들어가게 되고, 건강보험 수가에 비해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높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절대적으로 높은것은 아니다. 갑상선 수술을 비교해보면, 예를들면 한국에서는 약 700만원, 미국에서는 약 6000달러로 큰 차이가 없다. 우리가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인 차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보험수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보험수가와 로봇수술 비용의 차이를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복강경수술과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나면서 로봇수술은 고가로 인식하는게 대부분이다. 실제 복강경과 로봇수술 비용 차이는 약 200~300만원정도 이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로봇수술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기 위해 검토중에 있다. 미국·일본·유럽의 경우에는 로봇수술을 전립선이나 산부인과 등의 수술부터 단계적 급여화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인튜이티브가 장비를 독점하면서 부품 공급 중단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빈치 1세대·2세대 로봇장비는 단종됐으며, 최근에는 다빈치S의 일부 부품 공급 중단을 밝힌바 있다. 인튜이티브측은 내년 12월까지 부품 공급을 하겠다고 했으며, 그 이후에도 재고분이 소모될때까지는 최대한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런 일은 장비 계약할때부터 명시가 된다. 무기한 부품을 계속 공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품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되고 있지만, 결국 이런 부분이 독과점의 폐해라 할 수 있다. 업체의 요구대로 따라가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로봇을 개발해 임상에 돌입했으며, 해외에서도 수술용 로봇 개발을 하고 있다.

경쟁체제가 된다면 로봇의 비용이 떨어지고, 유지비용도 내려갈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도 새로운 수술용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에 새로운 장비가 시장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로봇수술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나.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복수술에서 절개를 최소화하고 회복이 빠른 복강경으로 변화했듯이, 로봇수술도 또 하나의 흐름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각 수술마다 특징이 있듯이, 장기에 맞춘 수술용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새로운 로봇수술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갑상선이나 위암 등의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하고 매뉴얼을 통해 세계에 보급하고 있듯이, 앞으로 이런 부분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올해 로봇수술과 관련해 국제 학술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세계로봇수술학회가 10월 대구에서 열리고, 로봇수술연구회는 경주에서 11월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두 행사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세계로봇수술학회는 한국이 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수술법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로봇수술연구회 국제학술대회는 아시아권을 대상으로 한국이 주도해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권 국가를 대상으로 로봇수술에 교육을 해나가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
아시아권 15개 국가에서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국내에서 로봇 수술을 하고 있는 많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보다 안전한 수술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로봇수술의 비용만 가지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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