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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다" 전공의특별법 이끈 '혁명가' 송명제

"후회 없다" 전공의특별법 이끈 '혁명가' 송명제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8.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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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특별법 통과의 중심...회장 선거 때 공약 100% 이행
친목과 회원단체 넘어 정책단체로의 '체질 개선' 자랑스러워

▲ "협회가 제대로만 하면 회원들은 따라온다. 회원들이 말하기 전 가려운 데를 찾아 긁어줘야 한다." 8월 31일자로 2년간의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송명제 대전협회장. ⓒ의협신문 박소영
지난해 말 전공의특별법이 통과됐다. 이달 1월에는 하위법령이 입법예고됐다. 전공의들이 그토록 바라던 주당 수련 80시간 및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도 이뤄냈다. 가히 전공의계의 '혁명'이다. 

착착 진행된 이 혁명의 중심에는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장(명지병원 응급의학과)이 있다. 그는 대전협 최초의 연임이자 최연소 회장이다.

2014년 3월 의료계 총 파업 당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의료계에 '데뷔'한 그는 비대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만에 전공의들의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소탈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송 회장은 그해 8월 대전협 18대 회장선거와 이듬해 19대 선거에까지, 압도적인 지지율로 회장에 당선되며 대전협을 이끌어왔다.  

2년간의 회장직은 이번 달로 끝난다. 임기를 보름 남긴 12일, 송명제 회장을 명지병원에서 만났다. 응급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인터뷰는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인터뷰 중간에도 응급실에서 그를 찾는 전화는 계속해서 왔다. 피곤해 보이는 눈으로 송 회장은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다. 회장 처음 맡았을 때는 잠도 거의 못잤다"며 웃었다.

임기가 곧 끝나는 소감이 어떤가.
아쉽다. 잘한 것보다는 좀 더 했으면 하는 부분만 보인다.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일정 부분 보조하도록 드라이브를 못 건 게 아쉽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역시나 전공의특별법 통과인가.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남는 건 2014년 의료계 총 파업 때 전공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것이다. 중간에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여러 개로 갈리는 의견들을 모아 정부의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지탄했다. 그 선봉에 전공의들이 있었다. 지금도 전공의 비대위원장 명찰을 갖고 있다. '초심으로 일하자'는 생각으로 집 책상 위에 놔두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련시간을 더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주당 80시간도 과도하다. 미국도 80시간 기준이나 실제로는 65시간을 수련한다고 한다. 일본은 50시간, 유럽은 45시간이다. 전공의는 희생을 강요 당하는 집단이다. 업무는 과도하나 처우는 열악하다. 적정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당직비만 해도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당직에 4∼5만원 주는 병원도 있다. 이건 착취 아닌가.

전공의특별법이 통과되며 내과 전공의 수련이 3년으로 줄었다.
두 사안은 전혀 다른 법인데 하나로 맞물려 이야기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에서 수련을 3년으로 단축시킨다는 내용을 당시엔 전혀 몰랐다. 논의된 적도 없었다. 발표되기 며칠 전에야 알았다. 당사자인 전공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법안이다. 추후 학회에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과학회에서는 대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제시한다. 그런데 병원마다 구인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안전성과 처우 보장이 안 돼 지원을 안 하는 거 아닌가. 전공의특별법의 제정목적 첫째가, 환자안전을 위해 의료사고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 다음이 전공의에게도 인권을 주자는 것이고. 전공의 수련시간이 줄면 이를 보완할 대책을 찾는 게 맞다.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미국에서 하는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을 텐데, 많은 지원을 원한다면 호스피탈리스트의 지속성 여부와 처우, 이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2년간 대전협회장을 맡으며 잘했다고 자평할 점은 무엇인가.
대전협의 '체질 개선'을 이룬 것이다. 친목과 회원 대변 단체를 넘어 정책 단체로 변했다.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을 제정할 때도 TF 모두가 '대전협 의견을 너무 많이 들어준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이전까지의 대전협은 정책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전공의 수련업무에 가장 선도적으로, 가장 빨리 목소리를 낸다. 실제 정책 개선을 이끌어내는 주체가 된 것이다.
 
회비 납부율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전에는 납부율이 굉장히 열악했다. 30∼40% 정도? 지금은 50%를 훨씬 넘는다. 전공의는 대전협 회비와 의협 회비를 같이 내도록 지난 의협 총회 때 정관도 개정했다. 직납 구조로 바꾼 영향도 있지만 이전에는 회비를 안 내던 회원들이 이제는 낸다. 회비 납부는 강요하면 안 된다. 협회가 제대로만 하면 회원들은 따라온다. 회원들이 말하기 전에 가려운 데를 찾아 긁어줘야 한다. 불만을 표출하기 전 대전협이 나서기 시작한 게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굵직굵직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뿌듯했던 때도 많았을 것 같다.
회장 선거 때 했던 공약을 모두 지켰다. 전공의특별법 통과부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과 대전협 커뮤니티 활성화, 회비 수급의 원활화, 그리고 동아일보사와 함께 진행하는 수련병원 평가 설문까지. '공약'을 '공갈 약속'이 아닌 '공동 약속'으로 지켜냈다.
 
쉽진 않았다. 처음 회장 됐을 땐 대전협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임원을 모집해야 했다. 학연이나 혈연, 지연에 기대지 않았다. 대신 뛰어난 사람들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병원에 찾아가 '삼고초려'를 하며 모셔왔다. 다들 잘난, 강한 사람들이라 처음에는 조화를 이루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 한두 달 지나니 누가 안건을 올리면 서로 조언해주며 끝까지 밀고나갔다. 전공의특별법 초안과 지금을 비교해봐도, 지킬 건 다 지킨 게 그 증거다.

반대로 어려웠던 점은.
회원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다. 협회는 의견 수렴을 해야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다. 다들 바빠서 참여도를 높이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과와 외과, 전공의 대표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다. 전화도 참 많이 돌렸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전공의 임원이 40∼50명은 됐으면 했다. 현재는 12명이다.

인턴 처우 개선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인턴은 소외된 계층이다. 수련체계도 없다. 어려움을 호소할 단체도 없다.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만들어졌으니 인턴 수련정책도 바뀌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인턴제 폐지에 찬성한다. 의대에서 현장실습만 충분히 한다면 폐지해도 된다. 학생이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면 된다. 사실 인턴 수련과정도 드라이브를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의협 정책이사로서 의료계 정책 대응을 보며 아쉬웠다고 느꼈던 점은.
먼저 나서서 한 방 치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동안 의료계는 막는 데만 급급했다. 터지면 막고, 또 터지면 막는 식이다. 이미 다른 여러 단체에서 의사의 영역을 가져가려고 한다. 이제는 역으로 우리가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치고 나가야 한다. 의사는 여러 직역 중 가장 보건의료 지식이 뛰어나다. 다른 데서는 의사 업무를 베끼며 침해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진료에만 매달릴 건가.

향후 계획은.
조금 쉬고 싶다. 의료계 활동만 2년 6개월이다. 바쁘게 달려왔다. 예전 집행부에선 한 회기에 3번 했던 상임이사회를 내가 회장하면서부터 2주에 한 번씩 했다. 군복무도 해야 한다. 공보의를 할지 군의관을 갈지 생각 중이다. 대전협 활동을 하며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다. '수련자격 없는 병원이면 반납해라' 등등(웃음). 기분 나쁜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악의는 없었다. 모두 만나 소주 한잔 하며 웃었으면 좋겠다.

차기 집행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전협이란 이름 하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전공의를 위한 협의회' 아닌가. 협회 일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이름과 명성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있다. 대전협을 위한 대전협이 아닌, 일선 전공의를 위한 대전협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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