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강직성척추염 앓아온 의사로서 누구보다 환자 이해
피부과·안과·소화기내과 등과 협진해 빠른 진단과 치료할 것
이상훈 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 내과)가 최근 본지와 만나 이같은 협진 계획을 밝혔다. 이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이 올해 첫 선발한 '목련교수' 중 한 명이다.
목련교수란 개원 10주년을 맞은 강동경희대병원의 '차세대 명의 육성' 프로그램으로, 3개월간의 내·외부 평가를 거쳐 개인 4명, 단체 4팀이 낙점 받았다. 이들에겐 학회 우선참여 기회 및 연구비 지원 등이 주어진다.
그가 강직성척추염 전문가가 된 데는 그만의 이력이 있다. 이 교수는 20년 넘게 강직성척추염을 앓아온 환자이자 의사다. 첫 진단을 받은 것은 의대 본과 3학년이던 1996년.
그는 "강직성척추염은 20대 남자들에게 주로 발병하는데 나도 그런 케이스였다. 고3 때부터 아팠다. 당시만 해도 정보가 많지 않아 근육통인지 관절염인지, 스트레스성인지 구분이 안 갔다. 진단에만 5년이 걸렸다. 병명도 모른채 아프기만 하다가 제대로 된 진단을 받으니 걱정보다는 오히려 후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류마티스 내과를 선택한 데도 강직성척추염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30대 젊은남자에게 주로 발병하니 환자보다도 주위 가족들, 특히 부모님들이 더 불안해한다. 하지만 내가 환자 아닌가. 직접 겪었던 만큼 누구보다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이란 병명만 보면 굉장히 심각해보인다. 척추가 완전히 기역자로 굽은 케이스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환자는 10% 내외다"라며 "약물치료 요법이 굉장히 잘 돼 있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통증이 거의 없고 소염진통제만 잘 먹어도 70%는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는다. 강직성척추염의 90%는 약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통증이 아주 심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찾아와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 중간 단계에서 오는 환자가 많지 않고 아예 초기, 아니면 다 굳어서 온다"며 "통증보다는 뻣뻣한 느낌이 주가 되다 보니 아플 때마다 약을 먹으면 통증은 가라앉는다. 그러면서 점점 굳어가는 것이다. 강직성척추염은 처음 5∼10년이 제일 중요하다. 이때 어떻게든 조직의 파괴를 막아야 그 다음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며 초기 내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척추가 다 굳어서 오면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다. 굳은 관절을 되살릴 방법은 없다. 혈액검사로 염증수치를 보고 정상이면 병이 끝난 것이니 모니터링을 통해 합병증 추적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협진 시스템을 계획하게 된 이유로 약물치료 외에도 환자교육이나 운동 역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장이나 눈, 피부에도 침범해 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협진 도입의 이유다.
그는 "장을 심하게 침범하면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으로 발전하고, 홍채 쪽에 침범하면 홍채염, 피부에는 건선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모든 질환을 다같이 관리할 체계가 필요했다. 피부과와 안과, 소화기내과, 재활의학과와의 협진을 계획 중"이라며 "모든 과에서 한꺼번에 침범 여부를 빠르게 볼 수 있도록 협진 클리닉을 만들지 혹은 서로간에 의뢰가 이뤄진다면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목련교수'로서 이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중간 매개물질은 의심 가는 게 많아서 차단제 외에도 다양한 치료요법이 나오고 있지만 진짜 유발인자는 모른다. 이를 알아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