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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두 가지 고민

청진기 두 가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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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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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 최영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사노피 파스퇴르 메디컬 어드바이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선출됐다. 앞으로 세 달 뒤면 미국인들은 투표를 통해 백신에 대한 태도가 정반대인 두 후보 중 한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힐러리 클린턴은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소아 예방접종 법안 발안(Child Immunization Initiative)를 통해 연방정부 보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모든 소아에게 필수 예방접종을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소아 백신 프로그램(Vaccine for Children Program)을 통해 소득이 낮은 가구에서 백신 접종의 비용부담이 되지 않게 하는 정책 마련에도 기여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리얼리티쇼 호스트로 활동하던 2012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가 유행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백신 때문이다. 아이가 진료실에서 백신 여러 대를 맞은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나도 몇몇 사례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제도권 정치무대에 들어온 2015년 공화당 후보자 토론에서도 백신 접종 후 일주일 뒤에 자폐증을 진단받은 사례를 잘 안다며 자신했다.

전세계적으로 문제의 크기로 보면 아직까지 백신의 안전성보다는 접근성에 대한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다.

영화 <엘리시움>(2013)을 보면 선택 받은 소수의 주민들은 CT 장치처럼 생긴 모든 병을 고쳐 주는 기계를 통해 집에서 간단하게 모든 병을 치료한다. 이는 지상에서 착취 당하는 하층민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의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것과 대조된다.

예방접종에 대한 문제도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듯 하다. 온갖 다양한 백신이 갖춰진 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약 스무 가지나 되는 이 백신들을 다 맞힐 것인가, 어떻게 하면 열 번 맞을 것을 한두 번으로, 더욱 안전하게 맞힐 것인가가 늘 논쟁거리가 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필수 예방접종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돌보는 이들의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잘못된 통념으로 백신을 멀리하거나, 혹은 접종을 받을 돈이 없거나, 아이들이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의료기관에 갈 수가 없거나, 기껏 갔는데 백신이 부족해서 접종을 받지 못하거나 보관이 제대로 안 된 접종을 받고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너무 오래 되어서, 한번에 해결되기도 어려운 문제여서, 또 돈이 되지 않는 문제라서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흔한 열대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약과 백신 개발의 문제도 역시 소외되고 있는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책상에 앉아 어떻게 하면 예방접종을 더 많이 맞추고 효과와 안전성을 잘 전달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내 자신이 작아 보인다. 결국 이렇게 해서 건강하게 자란 우리의 아이들이 이 모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주지 않을까.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정치인들이 지구촌의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 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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