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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침학회 중형 선고 재판부 "죄질 무겁다"
약침학회 중형 선고 재판부 "죄질 무겁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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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없이 약침액 제조, 국민 건강 심각한 위험"
법원, 한의사 '직접 조제' 아닌 '불법 제조' 판단

▲ 대한약침학회가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생산, 전국 2200여곳 한의원에 공급한 약침용 앰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2일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사건(2014고합838)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인 K00 대한약침학회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71억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것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인 대한약침학회장은 "약침액을 제조한 사실이 없고, 학회 회원인 한의사들이 학회시설을 이용해서 약침액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학회 직원들로 하여금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보조했다"며 검찰의 공소 내용을 부인했다.

또한 "한의사들이 학회 시설을 이용해 약침액을 조제하는 것은 약사법 부칙 제8조에 따른 직접조제 행위로 적법하다"면서 "약침액을 회원들에게 배송한 데 대해서도 학회 회원들이 납부한 특별회비이지 약침액의 판매 대가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일반적 수요에 대응하기 의해 만든 건 '조제' 아닌 '제조'"
"'조제(調劑)'를 한 것이지 ''제조(製造)'를 한 것은 아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의 의약품 '제조(製造)'와 관련된 판례를 인용, "제조는 일반적인 수요에 응하기 위해 의약품을 만드는 행위"라면서 "제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졌는지, 제조방법, 제품의 외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비롯해 일반인들이 그것을 제조로 볼 것인지 아닌지 인식 가능성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약침학회 건물에 무균실·농축기·멸균기 등 여러 가지 전문적인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 20명 이상의 학회 직원이 생산시설을 이용해 약침액을 생산한 점, 생산과정에서 회원인 한의사들이 일부 참여했지만 참여비중이 작거나 미비한 점 등을 들어 제조에 무게를 뒀다.

또한 약침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침액의 원재료에다 증류수·주사용수·염화나트륨·인산나트륨 등 섞어 추출·배합·가열·여과·건조·멸균 등 공정을 거쳐 약침액을 생산하고, 마지막 단계에 일반 의약품인 주사제와 유사하게 바이알 주사 용기에 담아 약침액을 완성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약침학회에서 생산한 약침액의 양이 전국 1500여곳의 한의원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약 60만회 투약분을 생산한 점을 들어 "이같이 많은 양을 보더라도 특정인의 특정 질환의 치료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반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의해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조제'가 아닌 '제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침액을 사용하는 방법도 주사기나, 이와 유사한 기구에 넣어서 혈관 등에 약침액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다"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학회시설에서 약침액을 생산한 것은 약침액을 제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직접조제 가능" 주장에 "약사법 허용한 조제 아니다" 판단
약침액이 한의사의 직접조제를 허용하는 약사법 부칙에 의한 적법한 조제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면밀히 직접조제에 해당하는지를 따졌다.

현행 약사법 부칙 제8조에서는 '한의사의 경우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직접 조제(調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학회 시설을 통해 생산한 약침액이 한의사들이 직접 조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약침액을 생산하는 과정은 크게 전 처리과정·한의사 조제과정·후속 처리과정 3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재료의 정제·여과·pH 조절 등 중요한 과정인 전 처리과정과 후속 처리과정에 한의사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고, 학회 직원들에 의해 진행한 점을 주목했다.

한의사가 학회 건물을 방문해 참여한다는 조제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개된 처방에서 원재료를 덜어내거나 미리 공개되는 처방에 따라 학회직원들이 비닐 또는 단위별로 포장한 원재료의 포장을 뜯어 그 자리에서 섞어 세척한 다음 추출기에 담는 정도"라면서 "한의사가 학회를 방문해 약침액 생산 과정에 일부 참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회원들이 관여한 정도와 시간 등을 보면 그것만 가지고는 한의사가 약침액을 직접 조제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약사법 부칙에 의해 허용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 "특별회비로 받았다지만 약침액 판매대금"
약침액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원인 한의사가 학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특정 약침을 배송해 달라고 주문하면 주문과 동시에 홈페이지에 표시된 특별회비를 학회에 입금해야 약침액을 배송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점을 비춰보면 피고인이 약침액을 회원을 상대로 판매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별회비를 약침액 판매대금으로 본 것.

▲ 한방 약침 시술 사진. 최근들어 선보인 혈맥 약침은 정맥에 주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건강 심각한 위험...죄질 무거워 엄중한 처벌"
재판부는 "판매규모등을 비춰볼 때 피고인의 범행은 불특정 다수인 일반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끼칠 수 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약침액이 실제 건강에 유해하거나 실제 피해사례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기 곤란한 점, 죄질이 무겁기는 하지만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하되 형 집행을 유예한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271억원 벌금형 처벌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제조·판매한 약침액의 가액이 270억원 정도 되는데 2∼5배 정도 벌금을 필요적으로 함께 부과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고려해 감경한 범위 내에서 벌금형을 함께 부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2년 실형을 받게 돼 있다"며 경종을 울린 뒤 하루 노역을 2700만으로 계산해 벌금형 271억원을 선고했다.

K00 약침학회장은 1심 판결 직후 상급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항소장은 12일 판결 당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약침 위해성·위법성 증거자료 제출...검찰 고발
대한의사협회는 2012년 약침학회의 약침 제조 판매 등의 위해성 및 위법성을 지적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보건복지부에 단속을 요청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강남경찰서는 범죄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위법사실이 명백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고, 의협 상임이사회의 의결과 소송을 도울 법무법인을 선정한 데 이어 증거자료를 취합,  2013년 1월 3일 고발의견서를 접수하면서 긴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2014년 7월 14일 검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26-27 건물 4층에 있는 대한약침학회에서 270억 2335만 6908원 상당의 봉약침을 비롯한 52종의 약침주사제 386만 5003cc를 제조해 2007년 1월경부터 2012년 12월경까지 전국에 있는 2200여곳 한의원에 판매했다"며 K00 대한약침학회장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015년 10월 21일 검찰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부정의약품을 제조·판매했다"며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 징역 3년에 벌금 541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2015년 12월 18일 선고기일을 예고했으나 이후 두 차례나 선고를 연기할 정도로 숙고를 거듭한 끝에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에 271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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