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안심국가' 재정·인력 지원 없인 공염불
'결핵안심국가' 재정·인력 지원 없인 공염불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5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중식(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의료진 결핵 감염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 엄중식(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결핵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이며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망 원인 질환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의 문학 작품에서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에서 결핵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를 종종 접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폐병쟁이'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빠른 경제 성장과 국민의 의식주 개선, 그리고 보건의료체계의 발전으로 과거와 같은 후진국형 결핵 발생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상태이다.

우리나라 의료인의 잠복 결핵 상태나 결핵 발생률에 대한 대규모 연구와 이에 따른 자료는 아직 없지만, 적어도 비의료인의 잠복 결핵이나 결핵 발생률보다는 웃돌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기 전파를 일으키는 활동성 폐결핵 환자의 진료 과정에서 결핵이 추정되거나 확진할 때까지 음압 시설을 갖춘 외래 진료실이나 음압 격리실을 활용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에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활동성 폐결핵 환자의 진단 과정에서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물론이고, 같은 공간에 있었던 모든 병원 방문객이 결핵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결핵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외래 음압 진료실이나 음압 격리실은커녕 'N95' 마스크 지원조차도 없이 환자를 접해야 하는 의료진 역시 결핵 노출에 둔감해진 상태로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형편이다.

의료진에서 결핵이 발병하는 경우 최근 사례들에서 보는 것과 같이 비의료인에서 결핵이 발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문제가 된 영유아 대상의 병동은 물론이고 병원을 방문하는 종양환자, 장기이식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면역저하환자들에게 결핵이 전파되는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결핵에 취약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잠복 결핵 상태를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폐결핵 발병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의 결핵 노출이 빈번한 상황에서 잠복 결핵에 대한 선별검사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결핵 발병에 대한 영상검사가 필요함에도 각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인프라나 경영진의 마인드에 따라서 의료진의 결핵 검진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보인다.

감염관리실이 없거나 실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매년 진행하는 정기 검진 이외에 다른 대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감염관리실의 역량이 갖추어지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대형병원의 경우에도 결핵에 대한 정기 검사나 선별검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확보와 집행을 위해 경영진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노력을 상당히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을 공포하면서 의료기관이나 학교와 같은 집단시설의 교직원이나 종사자가 결핵검진 및 잠복결핵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결핵검진은 매년 받아야 하고 잠복결핵 검진은 근무기간 중 1회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정작 이와 관련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아직 제시된 바가 없다.

과거에 잠복결핵을 진단하는 방법인 튜베르쿨린 피부검사(TST)는 검사 대상자가 많은 불편을 느낄 수 있으며, 경결 측정이 주관적으로 이루어져 신뢰성이 낮은 단점과 BCG 접종으로 인한 상승 효과가 유도될 수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인터페론감마 방출검사(IGRAs)를 주로 이용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TST 검사 비용(보험수가 1만 9286원)에 비해 IGRAs 검사 비용(보험수가 10만 3188원)은 거의 5배 이상 비싸 단일 의료기관이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잠복 결핵을 감별하기 위한 검사 비용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잠복 결핵이 확인된 경우 치료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은 국가 지원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복약 유지를 모니터링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누가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열악한 감염관리실 인프라를 고려하면 의료인 결핵 환자 관리, 법정 감염병 신고와 모니터링, 다제내성균 보고 같은 서류 업무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갈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법령이 잠복 결핵을 발견하고 결핵을 예방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법령을 현장에서 시행 가능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확충하지 않는 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결핵 안심 국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지금 의료계 현장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활동성 결핵 환자의 진료 과정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