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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 있다면 수술비 청구 못한다
의료과실 있다면 수술비 청구 못한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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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2011다28939) 판결 이후 수술비·진료비 청구 불인정
서울중앙지법, 수술 중 경과 관찰 미흡...1억 9285만원 배상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의료과실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수술비와 치료비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차 확인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환자와 가족이 B병원 의료진과 배상책임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11억 7000만원 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4가합15427)에서 1억 928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병원측의 수술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비용의 2/10는 B병원과 보험사가, 나머지는 원고 측이 부담토록 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 및 협착증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A환자는 하지근력 저하와 보행곤란 증상이 나타나자 B병원을 방문, 급성 파열성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수술 전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수술은 2013년 7월 2일 09:30분경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경막외 마취를 하면서 시작했다. 산소포화도 99%, 혈압 125/65mmHg, 심박 수는 분당 85회를 보였다.

10:00경 수면 마취를 위해 프로포폴 50mg을 투여했으며, 진정유지를 위해 시간당 40ml 속도로 맞췄다.

하지만 산소포화도 89%, 혈압 95/40mmHg, 심박 수가 분당 60회로 떨어지자 마스크로 보조 환기를 하고, 아트로핀과 에페드린을 주사했다.

상태가 안정적으로 회복됐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척추후궁절제술을 진행했다.

10:15경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고, 활력징후가 다시 불안정해지자 수술을 중단하고, 절개 부위를 임시로 봉합한 후 기관삽관을 시행했다.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솔루메드롤·라식스·에피네프린 주사를 투여하자 산소포화도 98% 이상, 혈압 125/65mmHg, 심박 수가 분당 85회로 회복했으나 기도 압력은 여전히 높았다.

혈중 가스분석을 시행하고, 수술실에서 경과관찰을 진행했으나 2시간 넘도록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중환자실로 옮겼다.

MRI검사 결과에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의심, 항경련제 투입·스테로이드 요법 등을 실시하고, 7월 4일 신경과에서 치료를 계속했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2014년 2월 7일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C병원으로 전원했으나 뇌손상에 의한 사지마비와 의식수준 저하로 식물인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프로포폴 투여로 인한 서맥·저혈압·호흡저하 등이 발생한 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지 않았음에도 수술을 진행한 점, 수술 과정에서 저산소증이 발생했음에도 경과관찰을 다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다.

또한, 프로포폴의 가장 위중한 부작용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해소한 후 수술을 진행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산소포화도가 99%로 회복됐기 때문에 수술을 시작했다는 의료진의 주장에 대해 10:10경 산소포화도를 기록하는 마취기록지에 구체적인 수치 없이 '#'이라고만 기재돼 있는 점, 혈압과 심박 수가 계속 저하돼 있는 상태였고, 10:15경 수술이 중단된 점을 비추어 볼 때 이같은 기재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0:15경 이전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됐는지, 산호포화도가 유지되는지에 대해 면밀한 경과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응급처치에 과실이 있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장해가 발생했으므로 수술에 관여한 의료진과 사용자인 재단을 비롯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자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프로포폴 부작용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점, 응급조치나 이후 검사·치료 과정은 적절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했다.

한편, B병원이 진료비청구권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 상계해야 한다는 항변에 대해 대법원 판결(2011다28939 판결. 2015년 11월 27일 선고)을 인용,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됐고, 손상 이후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 계속해 온 것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한 것에 불과해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해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서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적 위험도 등을 고려해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원고에 대한 진료비 청구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 재단의 항변은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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