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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내과 전문의 1300명 배출...어디로 가나?

2020년 내과 전문의 1300명 배출...어디로 가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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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수련기간 3년 단축으로 1년차 전공의 수련이탈 예상
전공의들, "수련교육 차질·취업난 우려" vs 학회, "문제 없다"

▲ 2017년부터 내과전공의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면서 2020년엔 1300여명의 내과 전문의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취업난 등이 예상되고 있다. 자료사진. ⓒ의협신문 김선경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2017년부터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는 것과 관련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2020년에 두 연차에서 동시에 전문의가 배출될 경우 1300여명의 전문의가 나와 취업난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1년차 전공의의 불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과 전공의 정원은 619명인데 전공의 정원 감축에 따라 내년에는 603명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전문의 시험에 재응시 하는 사람을 고려하면 650여명의 전문의가 1년에 배출되는데, 2020년에는 4년 수련 전공의와 3년 수련 전공의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1300여명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올해 1년차 전공의의 불만에 이어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부진이나 기존 전공의 이탈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017년부터 임용되는 전공의부터 수련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수련기간 단축으로 내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일반전문의(General internist)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특정분과에 치중하지 않고 질환 전반의 필수증상과 질환에 대한 지식 및 술기역량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게 현행 수련체계가 대학병원급 세부전문가 양성에 치중돼 있는 것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특히 수련기간 단축 배경에는 일반전문의를 배출해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로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담겨 있어 수련기간 단축에 따른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연출될 전망이다.

먼저 현재 4년 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전공의 1년차와, 내년에 모집되는 3년 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1년차 전공의가 한 수련병원에서 함께 근무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 수련교육에 혼란이 예상된다. 수련병원에서는 4년 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전공의에 대한 수련교육 프로그램과 3년 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전공의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한 전공의는 "4년 수련 전공의와 3년 수련 전공의가 혼재될 경우 수련교육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련병원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 특히 내과학회에서 정확한 수련교육 지침을 전달하지 못하면 엉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2017년부터 3년 수련 코스를 밟는 전공의와 현재 4년 수련 코스를 밟고 있는 1년차 전공의가 2020년에는 전문의 자격시험을 동시에 치르게 되고 한꺼번에 1300여명의 전문의가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와 내과학회는 현재 시범사업중에 있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이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전문의들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취업을 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

그러나 애초 많은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31곳 병원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등 입원전담전문의제도로 1300여명의 전문의가 취업을 100% 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1개 병동(45병상)에 최소 2명에서 최대 5명까지 입원전담전문의가 근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보험수가가 충분히 보전될 가능성이 낮아 얼마나 많은 내과 전문의들이 병원에 근무할 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내과학회 관계자는 "취업난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국가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안착이 된다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선진국에서 내과 전문의의 가장 중요한 직업군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우리나라에서도 학회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병원의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도 덧붙였다.

하지만 수련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전공의의 생각은 다르다. B대학병원 수련을 받고 있는 한 전공의는 "현재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회가 취업난에 대해 큰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개업을 하거나 입원전담전문의가 되는 것을 제외하더라고 많은 전문의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임의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병원에서 무한대로 전임의를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C상급종합병원 한 전임의는 "빅5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임의는 200여명인데, 병원마다 전임의 수를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세부전공을 희망하는 전문의들이 이제는 전임의조차 되는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또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고 앞으로 전임의 과정이 의무적으로 2년으로 되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알려져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학회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좋지만 수련과정을 끝낸 전문의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길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전임의는 "내과 전문의들이 갈 곳이 없어지게 되면 현재 내과 수련교육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이 진로를 바꾸는 일도 발생하지 않겠냐"며 "학회가 더 신중하게 대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내과학회 관계자는 "일부에서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이고, 전임의 2년을 의무 기간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있으나, 이는 근거 없는 우려"라고 일축했다. 또 "전임의 수련 과정에는 변화가 없어 분과 전문의를 희망하는 경우 선택적으로 지원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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