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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4 19:44 (수)
"임상암학회, 그러지 말았어야했다."

"임상암학회, 그러지 말았어야했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7.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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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울산의대 교수 학회결정 '아쉽다' 토로
항암제 급여기준 제시해 불필요한 논쟁없애자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임상암학회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가 한국임상암학회의 최근 비소세포폐암 면역항암제 항PD-L1 반응률(TPS) 바이오마커 채택 관련 결정에 대해 27일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상암학회는 지난 6월 30일 이사회를 열어 면역항암제의 항PD-L1 반응률을 약의 효용성을 가늠하는 바이오마커로 채택하자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찬반이 엇갈려 부결됐다.

마커 채택 찬성측은 항PD-L1 반응률이 마커로써 부족하지만 고가의 신약을 '누구에게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측은 표적치료제의 표적보다 치료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항PD-L1 반응률을 마커로 삼으면 자칫 급여대상에서 부당하게 배제되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교수는 찬반 모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최선'을 선택할 수 없을땐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며 찬성쪽 입장에 섰다. "임상암학회가 불확실하다고 항PD-L1 반응률을 마커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임상현장과 급여관계자들은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며 "보다 종합적인 고려가 돼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학회 회원이자 임원으로 마커 채택관련 TFT에도 참여한 이대호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일문일답>

학회 결정에 대한 의견은?

임상암학회 이사회가 항PD-L1 반응률을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로 채택했었어야 했다. 물론 기존 표적치료제의 표적과 비교해 면역항암제의 항PD-L1 반응률을 적절한 바이오마커로 보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잘안다. 데이터가 더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신중한 입장도 이해된다.

하지만 그때를 기다리자는 말은 의도와 상관없이 마커를 아예 잡지 말자는 결과로 흐를 수 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추가로 데이터가 확립되면 그때 중지를 모아 입장을 다시 정하면 된다. '불완전한 결정이 될까봐' 혹은 '불충분한 자료를 근거로 한 결정이라고 비난받을까봐' 걱정할 수 있지만 전문가로서 지금의 판단을 믿고 앞으로 가야했다고 생각한다.

면역항암제의 다양한 마커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너무 항PD-L1 반응률로만 마커논의가 집중되는 것 아닌가?

다양한 마커를 찾기위한 연구가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 앞에 올라온 논의 안건이 항PD-L1 반응률이 적정한지였다는 거다. 데이터상 현실적으로 항PD-L1 반응률이 어느정도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결정하면 된다.

다른 다양한 마커의 적정성 여부가 상정되면 그건 그것대로 또 논의하면 된다.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마커가 그런 면에서는 다양한 마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비편평상피세포 폐암과 편평상피세포 폐암으로 나눠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봤는데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다만 비편평세포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삼으면 투여대상이 꽤 광범위해진다.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임상현장에 일단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더욱 특화된 마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항PD-L1 반응률이 마커로 더 적절하다고 본다.

항PD-L1 반응률을 바이오마커로 본다면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급여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는다.

항PD-L1 반응률을 바이오마커로 채택하면 키트루다가 유리한 것 아니냐며 결정을 피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 쟁점은 의학적으로, 통계학적으로 항PD-L1 반응률이 바이오마커로 얼마나 유용하느냐다. 그로 인해 어느 한 약이 더 유리해질 수도 있지만 그건 결과적으로 혜택을 입는 거다. 자칫 기계적인 중립을 지켜려다 거꾸로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키트루다는 대상환자를 특정화하려고 항PD-L1 반응률을 기준으로 임상연구를 설계했다. 전향적인 연구결과에 따라 얻은 결과인만큼 옵디보의 후향적 분석을 통해 얻은 항PD-L1 반응률 연구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상설계 단계부터 유용성을 고려한 키트루다의 노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학회가 의학적인 결정 뿐 아니라 면역항암제의 급여와 급여에 따른 효율성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했다고 보나?

허가는 효과가 있나 없냐, 이상반응이 있냐 없냐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 그에 비해 급여여부는 훨씬 더 종합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어려운 결정이다. 물론 항PD-L1 반응률이 과학적으로 바이오마커로 적절한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NSI 등 다양한 마커로 찾으려는 노력이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를 임상에서 원활하게 쓰기 위해서는 급여를 받아야 하고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마커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면역항암제를 자꾸 써봐야 하는데 마커가 없어 급여결정이 미뤄지면 약을 쓸 기회도 줄어든다. 약을 쓸 기회가 줄어들면 데이터도 쌓이지 않는다.

데이터가 없으면 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근거가 부족해지고 그러면 다시 접근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면역항암제는 이전 화학 항암제와 달리 반응이 있는 환자의 수명을 크게 늘리고 때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불확실한 면이 있더라도 지금 무언가 결정해야 한다.

급여하기 위해 불충분한 바이오마커를 채택했을 경우 자칫 투여받아야 하는 환자가 배제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는 효율성이 높은 적절한 마커를 찾아야 한다.

면역항암제가 급여협상 중이다. 협상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영국의 'NICE'처럼 먼저 특정 약제의 급여기준과 지불규모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NICE는 항암제와 희소질환의 경우 대상 환자수와 전체 생존기간 연장에 따른 지급 기준, 특정 질환 치료제에 대한 지불규모 등을 미리 발표한다. 제약사들은 NICE의 기준을 고려해 약에 대한 대략적인 비용과 급여기준 등을 마련하고 협상에 들어간다.

우리는 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기준이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제시된 기준은 없다. 제약사는 정부가 재량권을 어느정도 발휘할지 가늠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다. 불확실성이 크다보니 일단 가격을 높게 책정해 협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협상이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심평원이 최근 지불 기준을 만들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려 한다고 한다. 환영한다. 전문가들이 협의체에 들어가 이런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환자의 접근성을 지금보다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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