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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련 감염 합병증 막지 못한 건 병원 책임

의료관련 감염 합병증 막지 못한 건 병원 책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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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도중 녹농균 감염...의료진 책임 40% 제한
의료사고 이후 진료비 손해보전 일환 청구 못해

▲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의료관련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을 막지 못한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씨가 B척추전문병원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3억 458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가합573852)에서 839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술을 시행함에 있어 손이나 수술기구 등의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로 수술부위 감염을 유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의료관련 감염 사건 이후 4년 만에 소송을 제기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척추전문병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1847만원대 진료비 청구소송(2015가합573869)에 대해서는 "환자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채무이행"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1년 3월 5일 추돌사고로 제4-5번 요추간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 요통·하지 방사통·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2011년 5월 21일∼8월 25일까지 여러 의료기관에서 물리치료와 경막외 주사요법을 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계속되자 2011년 8월 26일 B병원에 내원해 허리척추원반의 외상성 파열 진단을 받았으며, 8월 29일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시술 다음날인 8월 30일 A씨는 수술부위 통증을 호소했다. 체온은 38도였다. 9월 1일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는 11,100/㎕, 적혈구침강속도(ERS) 32㎜/hr, C반응성단백(CRP) 9.56㎎/dl로 측정됐다.

9월 5일 요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결과, 4-5번간 요추에 18㎜×7㎜ 크기의 혈종 또는 수액집합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B병원은 9월 6일 수술 후 발생한 추간판염 및 경막외 농양 진단 하에 배액술 및 척추공 절제술을 시행했으며,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9월 9일 MRI 검사결과, 5번 요추에 17㎜×6㎜ 크기의 농양이 확인됐다. 상세불명의 원반염 진단 하에 창상 청소 및 변연 절제술을 시행했다.

9월 6일과 9월 9일 균배양 검사결과에서는 녹농균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은 토양·물·피부 등에 널리 분포하며, 비교적 산소가 적은 상태에서도 생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된다. 호흡기·소화기·화상부위·상처 등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수술·화상·외상·화학요법 치료 등에 의해 저항력이 저하된 환자가 감염돼 패혈증에 걸리면 고열·혈압 저하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항생제 내성 균주가 생겨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B병원 의료진은 10월 12일 허리척추원반의 외상성 파열 진단 하에 추간판 제거술 및 나사못을 이용한 전방경유 요추 4-5번간 유합술을 시술했다.

A씨는 11월 9일 D의료기관으로 전원해 치료받다가 11월 29일 퇴원했다. A씨는 현재 요추 4-5번 금속고정술로 영구적인 운동장애가 남았고, 요추 5번 신경근이 만성 자극인 상태다.

A씨는 수술 후 4년이 지난 2015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독을 철저히 하지 않아 수술부위에 녹농균이 발생했으며, 병원감염 진단을 지체한데다 무분별한 항생제 변경 투여로 상태를 악화시킨 잘못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관절경 수술기구로 인한 병원감염 발생과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에 관해 설명하지 않은 점도 꼽았다.

B척추전문병원 의료진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하고 있는 의료수준에 따라 수술실과 수술도구를 무균처리하고, 시술에 앞서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했으며, 수술부위 감염과 혈종 발생 후 항생제 투여와 신속한 절개 및 배농술을 실시했다고 항변했다.

장해의 주된 원인인 요추 4-5번간 추간판 탈출증은 교통사고로 인한 것일 뿐 시술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병원감염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피적 레이저 시술의 성공률은 99%로 관혈적 수술을 비롯한 다른 치료방법보다 높지만 약 1%에서 추가 수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환자가 적극적으로 시술을 받길 원하고 있었으므로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시술에 승낙했을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시술 후 입원해 있는 동안 외출을 한 적도 없고, 퇴원 이후 감염 증상이 나타난 것도 아닌만큼 전적으로 병원 의료진이 관리하는 병원 영역에서의 요인으로 수술부위 감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부위 감염은 의료진의 오염된 손이나 병원 환경(불충분한 환경 청소 및 소독이나 수술기구의 볼완전한 멸균처리 등)이 원인이 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원고는 당뇨·만성 폐질환·만성 신질환 등의 기왕력이나 체질적 소인 또는 면역력이 저하될 만한 상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술 후 3일 정도는 수술부위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어도 통증과 고열이 있을 수 있고, MRI 촬영은 보험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고가의 검사로 너무 이른 MRI 촬영은 수술 후 단순 변화와 혼동할 우려가 있어 척추수술 후 고열이 발생한 모든 환자에게 MRI 촬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감염 발견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항생제 투여를 잘못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 원고의 상태에 맞게 적절하게 이뤄어졌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감염과 현재 장해 사이에 인과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수술부위 감염으로 추간판염 및 경막외 혈종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치료과정에서 좌측 요추 5번 신경근병증이 악화돼 만성 자극상태가 됐다"면서 "추간판염 및 경막외 혈종에 대해 금속고정술인 요추 4-5번간 유합술을 받아 영구적인 운동 제한이 생겼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교통사고로 인한 기왕증이 장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만큼 노동능력상실률에서 감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감염 발생 위험이 있다는 설명을 별도로 하지 않고, 수술 성공률이 99%라고만 설명한 것으로 보이므로 설명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술 중에 발생하는 감염은 발생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 의학기술상 불가능한 점, 시술 전 혈액검사와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해 감염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점, 수술 부위 감염 사실을 파악한 후 원고에 맞는 항생제를 투여한 점, 교통사고 발생후 3∼4개월간 타 의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다가 시술을 받게 된 것이므로 건강 상태가 감염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한편 B척추전문병원이 제기한 진료비 청구(반소청구)에 대해서는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는 대법원 판례(2015년 11월 27일 선고. 2011다28939 판결)를 인용,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그로 인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행위는 당초의 진료계약에 의한 진료채무의 본래 내용에 좇은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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