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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조사 악몽 겪은 김원장 "J원장 자살 이해돼"

현지조사 악몽 겪은 김원장 "J원장 자살 이해돼"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7.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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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 취급에 의욕상실·우울증 겪어
"자살 부른 실사 공포...악순환 끊어야"

▲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경기도 안산시 J비뇨기과 원장이 현지조사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 최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5월 말, 현지조사를 받은 지 두 달만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잘잘못을 떠나 현지조사를 받는다는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 요인"이라며 특히 "사전통보 없이 진행되는 현지조사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J원장의 부인은 "(남편은 조사단들이) 병원에 들이닥쳤다고 했다. 현지조사 후 남편은 상당히 힘들어 했다. 가슴이 조여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정신과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옆에서 지켜본 결과 현지조사는 강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J원장은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정신과 약을 복용할 정도로 괴로워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조사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J원장만 겪었던 게 아니다. 2008년 부당한 현지조사로 4년간의 소송 끝에 승소한 K원장은 26일 본지 통화에서 "(조사단은 나를) 죄인, 도둑놈 취급을 하며 코너로 몰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사실확인서에 서명할 때까지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다"며 "자살 충동을 넘어 살인 충동까지 들었다. (조사단을) 찔러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실사 후 우울증과 탈모, 불면증과 위장장애가 찾아왔다. 밥을 먹지 못했고, 먹더라도 계속 토했다. 10Kg이 넘게 빠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며 "J원장을 강압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한들 그는 실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J원장이 자살을 선택한 게 너무도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의사포털 사이트 '닥플닷컴'에서도 현지조사 당시의 압박감과 자존감 하락, 이후 찾아온 우울증과 삶의 의욕상실 등의 후폭풍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회원들은 현지조사는 단지 조사로 끝나는 게 아닌, 진료를 거부하고 싶을 만큼의 절망감과 허무함을 준다고 털어놨다.

"실사 당한 분들의 글을 읽고 대처를 하고 있는데도 막상 당해보니 혼이 나간다."

"충격이 가히 핵폭탄급이었다. 잘못했고 아니고를 떠나 환자와 직원들 앞에서 실사 받는 자체가 의사로서의 자존심과 인격을 철저히 망가뜨리고 밟는 느낌이었다."

"실사 후 몇 달을 전전긍긍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살면서 경험했던 기억 중 손에 꼽힐 정도로 힘들었다."

"한 번 실사를 당하고 나니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 성격도 굉장히 소극적으로 바뀌었고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았다."

"환자 보기가 정말 싫어졌다. 열심히 진료해 봐야 몇 년 지나면 실사로 다 환수될 것 같은 허무함이 컸다. 실사 후 하루 하루가 참 고욕이었다."

-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 올라온 회원들의 실사 후유증.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현지조사를 겪는 회원들의 압박감은 엄청나다. 필요에 의해 조사를 받더라도 현 제도는 의사에게 충분한 배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마치 엄청난 중죄를 지은 죄인 취급을 받는다고 느낀다"며 개원가에서 체감하는 '실사의 공포'를 전했다.

노 회장은 "조사단이 아무리 점잖고 강압적이지 않게 조사한다 해도 잘못한 걸 집어내려고 하는 그 자체가 압박이다. 중간 중간에 조사단이 자료를 요구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다. 의사들은 '내가 제대로 청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한 게 있나? 과도하게 받은 게 있나?'란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작은 의원이라면 방이 따로 있겠나. 있는 공간을 내줄 뿐이다. 진료는 해야 되는데 조사단은 왔다갔다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엄청나다. 환자들이 볼 때도 무슨 일이 있어서 조사를 나왔다고 생각할텐데 그 시선도 상당히 신경 쓰인다"고 설명했다.

위조 및 은폐 가능성 때문에 사전통보를 하지 않는 현 방침에 대해서도 "요즘은 대부분 전자차트를 쓴다. 지우거나 감췄다고 모르긴 어렵다"라며 "처음부터 진료기록을 지웠거나 감췄을 가능성을 갖고 수사에 들어가면 조사단도 그만큼 일이 늘어나게 된다. 사전통보를 하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행정편의적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의협은 26일 자체 마련한 '현지조사 및 심사제도 개선 사항'을 공개하고 이날 오후 손명세 심평원장에게 전달,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개선사항의 주요 내용은 사전통보 의무화 및 방문대상 선정 시 의료계 참여 의무화, 조사대상 축소 및 심평원 심사지침의 전면공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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