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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형 생활용품 안전·표시기준 확인 '필수'
분사형 생활용품 안전·표시기준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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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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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⑭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문명희(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땀과 모기는 여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어이다. 땀·모기와의 전쟁을 위해 우리는 탈취제와 방향제를 준비한다. 여기저기 뿌리니 몸에 직접 닿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호흡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이어 최근 탈취제와 방향제에도 인체에 해로운 유독물질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 문명희(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에코맘코리아 본부장)

지난 2월 영국 왕립외과협회(RCP)와 왕립보건소아과학회(RCPCH)가 발표한 공동 연구보고서를 통해 살충제뿐만 아니라 향초나 방향제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탈취제가 공기를 오염시켜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은한 분위기를 내거나 악취를 내쫓는 데 사용되는 향초나 방향제가 오히려 집안 내 소리 없는 살인자가 되고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실내 공기오염으로 숨진 이는 연 9만 9000명에 이르며, 영국에서 실내외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최소 연 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집안에서 사용하는 탈취제에는 액상·고체상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대기 중에 쉽게 기화되는 리모넨(limonene)은 레몬과 유사한 냄새가 나 탈취제에 주로 사용되지만 이를 들이마시면 체내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로 변해 안구질환·피부질환·기침·구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인후암을 야기할 수 있다.

어린 아이나 노인의 경우 공기오염에 특히 민감할 수 있지만 악영향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나타날 수 있으며 태아의 폐·간 발달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보고서는 많은 사람들이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공기오염 위험은 잘 이해하고 있는 반면 실내 공기오염 위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며 지역 당국이 실내 공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관련 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탈취제·방향제에 함유돼 있는 유독물질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립환경과학원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처럼 흡입할 경우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 물질이 다른 국내 방향제와 탈취제 제품에 쓰였는지 국내 171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살(殺)생물제 안전성 평가기법 도입 연구' 보고서(2015. 4)에 따르면, '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이라는 화학물질은 흡입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환경부가 지정한 '유독물질'이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탈취제·방향제 일부 제품에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탈취제를 뿌리거나 방향제 냄새를 맡는 과정에서 이 유독물질이 체내 흡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외에도 흡입 시 폐렴과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유발하는 '클로록실레놀'과 신장·간에 독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나프탈렌' 등 유해 화학물질이 탈취·방향·방충·소독제 등에 쓰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비단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이 같은 유해물질이 든 방향·탈취·방충제 등 다른 생활용품을 사용해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연구용역을 담당한 ㈜캠토피아 보고서에 따른 이들 화학물질 모두는 유럽연합(EU)이 생활용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500여종의 '사용 금지물질'에 속해 있다.

이런 확인 이후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물질에 대한 전면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탈취·방향·방충·소독제품 등이 여전히 판매·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제 2의 살균제 가습기 사건을 막기 위해 항균·살균 기능 물질과 관련 제품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내용의 '살생물제 관리 개선 대책'을 지난 5월 3일 발표했다.

올해부터 2년 동안 살생제 화학물질과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조사 결과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만 제품 제조에 쓰도록 하고 ▲유해 물질이 든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각종 제품에 쓰이고 있는 살생물질 2000여종과 이들 물질이 사용된 제품도 모두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12년 전 방향제 성분의 유해성에 대한 정부의 조사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방향제에서 인체 유해 성분 기준 초과 내분비계 장애물질도 검출된다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의 2004년 7월 발표다.

당시 웰빙 열기에 편승해 향기에 의한 치료 효과를 강조하는 아로마 에센셜 오일과 방향 효과를 내는 차량용 스프레이식 방향제에서 과다 노출되는 경우 시력 저하나 영구 실명의 위험이 있는 메탄올과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유해성 논란이 있는 디에틸프탈레이트(DEP)가 검출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기능성방향제품의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2004. 7. 9) 백화점·대형 할인매장·TV홈쇼핑업체 등에서 판매하는 아로마 에센셜 오일 13종과 차량용 스프레이식 방향제 11종 등 총 24종에 대해 표시실태 및 시험 검사한 결과 과다 노출되는 경우 시력 저하나 영구 실명의 위험이 있는 메탄올과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유해성 논란이 있는 디에틸프탈레이트(DEP)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 검사 대상 제품 20종 중 차량용 스프레이식 방향제 1종에서 기준치(0.2% 이하)를 무려 190배 초과한 메탄올이 검출됐고, 안전기준에는 없지만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분류되는 디에틸프탈레이트도 아로마 에센셜 오일에서 1종, 차량용 스프레이식 방향제 4종 등 5종에서 전체 함량의 7∼67%까지 검출됐다.

특히 메탄올이 검출된 차량용 스프레이식 방향제는 공기중으로 분사시키는 제품이기 때문에 많은 양을 흡입하는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5종에서 검출된 디에틸프탈레이트(DEP)는 화장품 원료로도 지정돼 있지만, 세계생태보전기금(WWF)이나 일본 후생성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분류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위해성 논란이 있는 성분이다. 방향제에 함유된 메탄올의 경우 제품에 따라 최고 75%까지 검출돼 밀폐된 차량에 방치하거나 인화성이 높은 곳에서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성도 있다.

위해우려 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 제도 시행…방향제류 등 9월 말까지 유예기간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화평법 2조 16호 및 34조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의 지정 및 안전·표시제도를 고시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이후 이후 세정제·방향제·소독제·접착제 같은 생활화학제품 15종이 단순히 공산품으로 보기에는 안전상의 위해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환경부는 화학물질의 근본적인 관리 감독을 위해 '화학물질평가와 등록에 관한 법'(화평법)을 제정(2013. 5.)해 2015년 4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존 KC자율안전인증으로 관리되던 8종(세정제·합성세제·표백제·섬유유연제·코팅제·접착제·방향제·탈취제)과 화평법 시행으로 새로 추가 지정된 신규품목 7종(방청제·김서림방지제·물체탈염색제·문신용 염료·소독제·방충제·방부제)까지 총 15종을 환경부에서 관리하게 됐다.

이 중에서 방향제류는 방향제와 탈취제로, 방향제는 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메탄올·벤젠·글리옥살·트리클로로에틸렌등 4종의 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다. 일반형·스레이형·향초형등 제품 타입에 따라 그 적용기준도 다르다.

탈취제에 적용되는 물질은 폼알데하이드·메탄올·산화에틸렌·나프탈렌·이산화염소·3-요오드-2프로핀일 뷰틸 카바민산·은·벤젠·글리옥살·트리클로로에틸렌 등 10종이며, 미생물탈취제는 폼알데하이드·아세트알데하이드·메탄올·나프탈렌·니켈·클로로포름등 6종이다.

방향제나 탈취제 두 종 모두 호흡노출이 우려되는 스프레이형의 경우에는 가습기살균제에서 확인된 유해성 원인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닌(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그리고 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하이드로클로라이드(PHMB)·염화비닐·붕소산 사나트륨염 등 5종의 물질은 사용금지시켰다.

위해우려 제품 안전표시 기준에 적용되는 방향제란 일반가정·사무실·차량 등 일정한 공간 내에서 또는 의류·섬유·신발 등에 지속적으로 좋은 냄새를 발산시켜 사용자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화학제품 및 향초를 말한다.

제품의 주 기능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에 향을 첨가하여 부가적으로 방향기능을 가진 제품도 검사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제례용향 및 말린 꽃잎 등 인위적으로 향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 향기 치료제 등 의약품, 향수·분말향·향낭·코롱·채취방지용 등 화장품과 같이 타법으로 관리되는 품목은 포함되지 않는다.

표시기준은 위해우려가 있어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품의 1차 포장 또는 2차 포장에 성분 명칭과 기능, '독성 있음' 등 유해 위험문구, 사용상 주의사항 및 사용방법 등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위해성평가를 받은 상태에서 눈에 띄는 붉은 글씨로 제품 겉면에 '독성 있음' 표시까지 해야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제품 외면현상을 불러 중소기업의 경우 존폐 위기에 놓일지 모른다는 우려의 반응도 있었으나, 제도의 본격 실시 이후 산업체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오는 9월말이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자율인증마크제품도 모두 위해우려제품 안전표시제도를 따라야 한다.

이 제도는 위해우려 제품 자가검사제도로 정부에서 제품을 인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검사를 시행한 뒤, 표시사항을 정해진 규정에 따라 표기하는 방식이다.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증마크는 따로 없다.

때문에 KC마크나 환경마크 같은 상징이 없으므로 소비자는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에 의한 표시사항'인지를 살펴야한다. 그 표시에는 품명·종류·모델명·생산년월일·생산회사·생산국명 등의 기본사항 외에도 성분과 액성이 표시돼야 한다.

표시사항 중 붉은 글씨는 특히 더 소비자가 지켜야할 사항이다.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용량·용법을 어기고 용도 외에 사용해서 발생하는 문제와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다.

핸드메이드제품 제도 시행 홍보 사각지대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2000년대 이후 여전히 아로마테라피 등 향기치료요법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고, 스트레스 해소, 정신력 집중 등의 일반적인 과대광고뿐만 아니라 성기능 강화나 고혈압(치료 효과)·심장 강화·류머티스 관절염 (치료 효과)·좌골신경통 유효 등으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으며 쉽게 접하고 있다.

천연이라는 미명 아래 소규모로 SNS를 통해 유통되는 민간시장 또한 염려된다.
물질 각각의 성분이 낮은 유해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구성과정에서 다른 물질과의 화학반응은 일정 하지 않아서 정확한 계량 없이 행해지고 있는 민간 핸드메이드 제품들에 대한 안전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제품시장에 제도 시행의 안내와 홍보가 시급하다.

현명한 구매·안전한 사용법 숙지…환기는 '필수'

다양한 제품들에 안전기준이 약사법과 화장법등 여러 법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 우리에게 다가온 위해우려제품 15종 안전기준과 표시제도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소비자 알권리를 잘 제공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생산한 제품들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활동자체에는 그 제품의 기능을 유혹적으로 과대광고 하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서 그들의 홍보메시지에 맹목적이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표시라벨을 확인하고 의문이 있거나 궁금한 사항은 문의하고 확인해야 한다. 우리에게 미칠 해악에 대해 저항하고 기업에 영향력을 미쳐야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시장이 있어야 물건을 만든다는 점을 상기하자.

화학물질 하나가 유해성이 높다고 해서 우리에게 모두 위해한 것은 아니다. 제품을 접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해당이 없을 것이며 사용하더라도 최소량 그리고 적정량을 주의사항 내에서 사용하면 위해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나와 내가족의 활동 공간만큼은 쾌적한 공기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향초와 방향제 꼭 사용해야한다고? 이 더운 여름 땀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도, 손님 접대 시 악취를 가리기 위해서도, 더러는 힐링을 위해서도 꼭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끝으로 몇 가지만 짚고 가자.

▲구매하기 전에 꼭 필요한지,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기 ▲그래도 사야한다면 라벨확인하고 용량 용법 지키기 ▲사용 후에는 자연환기 하기 등 세 가지를 유념한다면 올여름 방향제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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